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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오랫동안 팀 버튼을 미워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영화 '비틀쥬스' 때문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어린 시절의 어느날 밤,  티비에서 방영해주는 비틀쥬스를 보고 난 이후, 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았던 나는 화장실을 혼자 가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변기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고 제대로 겁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게 꽤나 큰 트라우마였던지, 나는 지금도 화장실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회사의 화장실은 물론이거니와 집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갈때도 변기에서 뭐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다. 물론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영화 '가위손'도 겁많은 나에겐 무섭게 생긴 사람이 무서운 가위손을 가진 공포영화에 지나지 않았다.


나이가 먹고 나서 그 영화의 감독이 팀 버튼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남들이 팀 버튼을 칭송할때도 그의 영화를 잘 챙겨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꽤 오래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게 되었는데(이건 절대 무서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상하던 앨리스의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의, 그리고 너무나도 선명하게 각인되는 이미지로 인해 그는 드디어 나로부터 무죄(?)가 되었다. 그렇다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만큼 팀 버튼을 좋아하게 된 것은 또 아니다. 나는 영화에 대해 영자도 모르는 사람이고, 뭐가 훌륭한 영화인지, 영상미가 뛰어난 것이 무엇인지, 구도와 앵글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냥 남들이 그러면 아 저런게 그런 거구나 라고 생각한다고나 할까. 


그런 내가 처음으로 그의 영화를 보고 감동 했는데, 그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물론 관람 후에 원작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김이 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 원작을 이 영화로 표현해낸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니, 그 감동 또한 그에게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 또한 내가 비틀쥬스를 보았던 어린 시절에 보면 무섭다며 징징 거렸겠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내가 어릴 적에 느꼈던 실체 없는 두려움이 영화로 표현 된 것 같아 묘하게 반가웠다. 


나는 나이 서른 넘은 지그까지도 겁이 참 많지만, 어릴 때의 나는 혼자 잠을 잘 수도 없을만큼 심각하게 겁이 많은 꼬마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려운 존재는 대부분이 실체가 없었다. 귀신으로 시작해서 혼자 있을 때의 고요와 적막, 보이지 않고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두려움은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공포였던 것 같다. 나에게 이 영화는 그 때의 공포가 실체로 표현된 것 같아 정말이지 재미있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공포의 존재는 나의 능력 밖, 즉 내 힘으로 컨트롤이 불가능한 상대일때가 많다. 나보다 힘이 세거나, 내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졌거나, 혹은 어떤 것이 발생할지 전혀 가늠할 수도 없다거나.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존재가 조금씩 줄어든다. 많은 어둠을 겪으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미래 또한 어느 정도까지는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어서 더이상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그런데 귀신은 아직도 무섭다) 그래서 아이들은 항상 겁이 많은 상태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도 아이들이 주인공인 것 같다.


조만간 소설로 읽어봐야겠다. 나의 상상력과 팀 버튼의 상상력을 감히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매우 재미있는 영화였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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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기 2주전에 상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방문해서였을까. 좀 더 몰입도가 높게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언제나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막상 함께 본 엄마는 조금 지루했다고 하니 역시 모든 감상은 개인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단 이정출이라는 캐릭터가 영화의 흐름을 쥐고 영화의 흐름을 풀어간다는 사실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점이었다.

 

 이중 스파이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감행했던 이정출의 심리변화를 좇아 영화는 흘러가는데,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흐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역시 송강호이다. 송강호와 공유, 그리고 엄태구 외에는 인상 깊은 인물이 없었지만, 그 세사람이 워낙 잘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볼때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가슴 졸이고 더 드라마틱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는 단편화된 샷만을 보여줄뿐이지만, 현실은 샷과 샷 사이의 그 어떤 쉼표도 없는 순간의 연속이다. 그들이 느꼈을 긴장의 무게는 감히 짐작조차 불가능한 정도이다. 푹식한 영화관 소파에 앉아 달콤한 팝콥은 씹어대며 그 무게를 감히 짐작해보는 것은 역사속의 그들에 대한 모독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며 조금이나마 느껴보려는 우리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 부산행을 보고 공유가 잘 생긴 배우는 아니지 않냐며 망언을 내뱉은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의 무지를 스스로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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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멍청하게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 직전까지  팀버튼의 후속작인 줄 알았다. 대기석에 있는데 옆 사람들이 이게 팀 버튼 영화가 아니라고 대화하는 것을 듣고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전에 그 어떤 선입견도 갖고 싶지 않아서 기사나 댓글조차 안 읽는 내 성격탓이었다. 그럼에도 전작을 꽤 재미있게 보았던 나는 실망은 커녕  더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다. 그건 아마도 첫째 내가 팀 버튼의 팬이 아니고 둘째 이걸 볼 당시에 내가 고민하고 있던 주제가 영화의 주제와 맞물렸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인생에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시간을 철학적으로 다루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 쌍수를 치켜드는 편인데, 그 주제가 뻔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래동화마냥 뻔하다. 과거를 바꾸려 들지 말고,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세상에 마냥 나쁜 사람은 없다는 아름다운 가치관을 전달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내는 '여'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를  강조한다. 그런 뻔한 내용이지만 아름다운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는, 잊고 있던 그 뻔한 가치들을 관객들에게 환기시켜주기에 충분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비하인드 스토리를 좋아하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구성으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이때 나는 한창 유학을 가느냐 한국에 남느냐를 고민하며 쓸데 없이 현실에 불만족해하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몇 차례 고민과 함께 시간이 어느정도 흐른 지금에서야 나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많이 공감한다. 뭘 선택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내린 결론은 삶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다. 정답이 없으니 무엇을 선택하든 자유이다. 다만 그 선택에 책임은 져야한다.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내 삶을 선택하면 되고, 책임을 감당할 수 있다면 충분한 삶을 산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그 어떤 선택지도 결정하지 못했지만, 인생이란 것이 단 한번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은 또 아니니, 소심해져서 덜덜 떨 필요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 순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총합이니 말이다. 처음으로 삶이 어렵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때는 삶의 불확실성때문에 삶이 더 재미있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꼭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가정이 부유하거나, 똑똑해서 학문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한 사람들만, 혹은 낭만에 빠져있는 소설가와 시인들만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고, 생각이 조금씩 깊어지니 예측불가능한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난 겁이 많아서 지독하게 계획적인 삶, 예측 가능한 미래에서만 안정함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더 신선하다. (나이가 드는 것이 이렇게나 좋다)


앨리스의 여정도 우리는 가늠할 수가 없다. 출항 후에 바로 태풍을 만나 침몰할 수도 있고, 당당한 그녀의 기백으로 대성공을 이룰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설레이는 것 같다. 나의 미래도 다른 사람의 미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우리는 설레이는 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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