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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미니멀리즘] 8. The project 333 - 2016년 여름

by 여름햇살 201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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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 [일상/오늘도 맑음] - [미니멀리즘] 3. The project 333


지난 2월 블로그에 요렇게 Project 333을 언급해놓고 나는 막상 33가지의 옷과 잡화들을 고르지 않았다. 그 이유는 33가지의 옷과 잡화를 고를 필요도 없을 만큼 적은 옷과 신발, 가방으로 이번 봄과 여름을 보냈기 때문이다. 봄에는 회사 적응하느라 333 프로젝트의 사진을 올리는 걸 잊고 지나가버렸고,  이번 여름 옷만 이렇게 살펴보게 되었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아직 낮기온이 30도를 넘어갈 정도로 지글지글한 '한'여름이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가을이 다가 올터이고, 그때를 대비하여 미리 옷 정리를 한 번 해보려고 마음 먹었다. 333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사람이 어떻게 옷과 잡화를 33가지만 가지고 살 수가 있어? 라며 기겁했는데, 막상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나니 33가지를 채우기도 힘들었다. 하하.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폐기할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보는 김에 사진을 찍어서 남겨 보았다. 패셔니스타는 커녕 패션테러리스트에 가까울 정도로 별로 옷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이라, 이 글을 보는 이는 남의 옷 구경하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그냥 오직 '나의' 재미로 한 번 옷들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나는 여름 옷에 대한 기준이 매우 확고하다. 첫째로 무조건 편해야 하고, 둘째로 매일 세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여름에 입은 옷은 옷의 종류를 불허하고, 한 번 입은 옷은 세탁을 하지 않는 이상 절대 안 입기 때문이다. 땀을 흘렸건 흘리지 않았건 상관 없이 그냥 세탁한다. 셋째는 두 번째의 이유에 기인하는데, 매일 빨아야 하므로 여름 옷은 비싼 옷을 잘 사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격. 그리고 네번째는 가급적 면 소재를 선호한다. 이거 외엔 정말 그 어떤 것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 외 운동복과 운동용 운동화, 운동복을 담는 에코백(2개), 속옷과 잠옷은 33가지에서 제외되었다. 원래 스카프나 목도리 같은 것도 포함되는데 여름이라서 모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아, 모자도 쓰지 않아서 모자도 없다. 하핫.


​왼쪽에서 오른쪽, 아래에서 오른쪽.


1. 애매한 색의 반팔티  2. 애매한 호피무늬의 미니스커트 3. 흰색 반팔티


4. 흰색 블라우스 5. 무늬 있는 린넨 소재 치마 6. 흰색 반팔티 7. 뷔스티에 스타일 원피스 8. 반팔티 같이 생긴 블라우스 9. 레깅스 바지 10. 블랙 롱 드레스


11. 흰색 운동화 12. 파란색 백팩 13. 청치마

14. 파란색 나일론 소재 가방 15. 회색 반팔티 16. 파란색+회색의 면치마


17. 블랙 미니 드레스 18. 원피스 19. 브라운 샌들 


20. 흰색 블라우스 21. 남색 미디움 치마 22. 브라운 가죽 소재 가방 23. 아이보리색 가디건



여기에 기재되지 않은 것이 딱 3개 있는데 각각 한 번씩 혹은 서너번 밖에 사용하지 않은 진짜 너무 포멀한 가방과 구두, 그리고 이번 여름이 너무 더워져서 어쩌다보니 한 번밖에 입지 못한 원피스이다. 가방은 결혼식에서 한 번 썼고, 구두는 결혼식에 한 번,  회사의 중요한 미팅 자리에 세 번 정도 신고 갔다.(아무리 미니멀리즘이라고 해도 저 보헤미안틱한 샌들을 신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원피스는 결혼식 때 한 번 입었는데 그 이후로는 너무 더워서 못 입었다.(민소매지만 소재가 너무 두껍다) 그럼에도 추가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래도 어차피 26개. 아직 7개나 더 지를 수(?)있다. 하하~~ 이번 여름 완전 대성공이다. 


이 사진들을 찍고 옷을 살펴 보면서 낡거나 더이상 입지 않을 옷들을 정리했다. 건조대에 널려 있던 것들을 바로 옷걸이에 걸어 사진을 찍은 거라 쪼글쪼글 다 낡아 모두 폐기대상으로 보이지만 버린 건 몇개 안된다. ......


 2번의 미니스커트와 9번의 레깅스 바지 16번의 면치마 3개를 폐기했다. 2번은 신축성이 없어서 여름에 입기에 너무 덥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구매한 4년 전에는 안 그랬던 걸 생각해보니, 옷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내가 살이 쪄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또 한 번 울고...) 9번의 레깅스 바지는 SPA 브랜드에서 구매한 저렴한 옷이었는데, 싼게 비지떡이라고 금방 신축성을 잃어버려서 옷 태가 예쁘지 않아졌고(내 두꺼운 허벅지가 바지의 탄성한계를 벗어나 바지의 신축성이 비가역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제발 말하지 말기를....), 너무 자주 빨아댔는지 구매한지 두 달만에  바지의 색이 바랬기 때문이다. 마지막 16번 면치마는 문자 그대로 수명을 다해서 폐기했다. 이 옷은 호주에 있을때 구매했던 것인데, 일단 가볍고, 소재가 엘라스틴+면으로 되어 있어 정말 편했던 옷이다. 그래서 교복마냥 하루 걸러 하루 입고 다녔는데, 열심히 입고 빨아댄 덕에 옷이 다 펴버렸다. 그러자 옷이 피부에 닿으면 까실까실해져서 불편할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번 여름 옷 중에 가장 좋아했던 옷인데 이렇게 작별인사를... 


이렇게 3가지 옷이 제외 되었다고  다른 옷을 추가하거나 구매할 것이냐? 글쎄, 여름도 다 지나갔고, 이미 있는 옷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서 그러진 않을 생각이다.


그리하여 이번 333 프로젝트로 느낀점.


1. 회사원이고 외부 사람들과 만나는 외근이 잦음에도, 너무 캐쥬얼한 옷만 추구해서 포멀한 옷이 부족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조리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도 되는 회사인지라, 외근을 나갈 때 외에는 진짜 저 인간이 회사에 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다. 회사의 정책은 비지니스 캐주얼이라고 명시해놓고 있지만 그 누구도 비지니스 캐주얼로 입고 다니지 않는다. 그냥 캐주얼일뿐이다. 제지하는 사람도 없기에 다들 매우 프리하게 입고 다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더 막(?) 입고 다니는 편에 속한다. 그래서 상의는 거의가 면 티셔츠 뿐이다. 여름에는 면 티셔츠 만큼 좋은 옷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막상 외근을 나가고 공식자리에 나갈때 입을 옷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 같다. 내년 여름에는 다른 색상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하나씩 추가하고 싶다.


2. 가방과 신발 고민을 안해도 되서 너무 좋았다.


처음 회사를 다니고 어줍잖게 들은 패션지식으로 인해 나는 패션의 완성은 가방과 신발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이건 틀린 말이 아니다. 패션 센스가 있고 패션 센스를 감당할 수 있는(?) 얼굴과 몸매의 소유자라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일반인. 패션 센스도 없고 얼굴도 안 예쁘고 몸매도 안 좋다. 나 같은 사람은 튀는 것보다 그냥 무던하게 묻어가는 것이 최고이다. 


그래서 가방을 요렇게 세개만 골랐다. 노트북을 들고 다닐때 유용한 백팩, 그리고 아무데나 들고 갈 수 있는 나일론 소재의 가방, 그리고 조금은 갖추어야 되는 자리에 들고 갈 가죽 가방으로 세개를 골랐다. 여기에 검은색 미니 크로스백과 은색 클러치백을 추가하려고 했는데, 요즘 집-회사-짐-도서관-카페-스터디 모임-지인들과 가끔 외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그것들에 맞는 옷을 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뺐다. 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발은 진짜 단 두개. 신발이 적은 편은 아닌데 아침마다 뭘 신을지 고민하는 것이 너무 짜증났다. 그래서 어떤 옷에 신어도 될 것 같은 브라운색 샌들과 샌들도 이미 편한데 그보다 더 편하게 신을 흰색 운동화 딱 두가지로만 골랐다. 검은색 신발이 하나 더 있었으면 완벽(?)했을텐데, 그래도 후회는 없다. 신발은 이번 선택에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이다. 일단 나는 평발이라 편한 신발이 최고인데, 둘 다 모두 편해서 매일같이 신어도 발과 다리가 피로하지 않았다. 간혹 불편한 신발은 좀만 신어도 발바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 다 굽이 없기에 활동성이 증가하여 이래저래 많이 돌아다니는, 생활 운동을 덤으로 시켜주었다. 그래도 가끔씩은 차려입고 가야 하는 자리가 간혹 있었기에 그럴 때에는 예의에 맞춰서 갖추기 위해 포멀한 구두를 사용했다. 하지만 항상 그 신발을 신는 것은 또 아니기에 아이템 개수에서는 뺐는데, 너무 적게 고른 상태라 숫자를 추가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가을에는 신발의 개수를 조금 더 늘릴 것 같다. 부츠와 로퍼가 들어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마 4개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3. 여름이라서 좀 더 적합했던 것 같다.

여름에는 옷을 저녁에 세탁하더라도 다음날이면 뽀송뽀송하게 건조되어 있다. 그래서 옷의 가지수가 조금 적더라도 옷이 부족할 일이 더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을에는 스카프도 추가될 것이고 겉옷이 추가되면서 좀 아슬아슬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대신에 가을에는 조금 옷의 가격대를 올리고 더욱 심플한 디자인으로 골라서 가지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시간 절약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쇼핑을 하는데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아침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서 너무 좋았다. 나는 유행에 둔감한 편이고 패션에도 그리 관심이 많지는 않는지라, 그런 곳에 소비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떄문이다. 쓸데없이 쇼핑하러 돌아다니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한 장 더 읽자 라는 생각의 소유자여서 그런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매일매일 바쁜 아침시간에도, 입을  옷들이 제한되어 있어 그냥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 중에서 그날 날씨나 참석하는 장소에 따라서만 옷을 고르면 되어서 너무 좋았다. 살아가면서 나는 매일같이 중요한 일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고작 옷 고르는데 그 에너지를 쏟는 것은 비효율적이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최종결론

나는 이 프로젝트에 만족했지만, 그럼에도 미니멀리즘이 최고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꽤나 내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는데 거침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떠들어대는 멍청이는 또 아니다. 미니멀리즘 그리고 특히 333프로젝트는 내게 너무 합리적인 운동이긴 하지만, 이건 나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이다. 내게는 패션을 좋아하고 옷 입는 센스가  매우 뛰어난 친구가 한 명 있다. 평균적인 한국 여자들이 입지 않는 스타일로 옷을 입는 것을 추구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는 옷을 쇼핑하고 고르는게 인생의 많은 재미 중 하나라고 나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이런 친구에게 내 생각이 맞다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각자가 추구하는 바는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존중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넑고 우리네 삶은 매우 다양하다. 그 다양함이 우리의 삶을 다시 풍요롭게 만든다. 즉, 절대 선 혹은 유일한 정답이 존재하는 획일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그 것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나 따라 하는 것인지는 조금 회의적일 정도로 열광적인 분위기이다. 유행이다보니 너도나도 버리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가끔 인터넷에서 보면 정말 멀쩡한 물건들을 버려놓고 자신은 미니멀리즘을 추구 하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쓴 글들이 있다. 마치 나는 이정도도 과감없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 정말 미니멀리스트이지? 라고 보여주기 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미니멀리즘은 적게 소유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사용가능한 물건들을 무작정 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개념도 아니다. 사용가능한 물건이라면 사용하고자 하는 다른 이에게 주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지이다. 그리고 멀쩡한 물건을 처분하면서,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들인 시간과 돈, 그리고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등을 생각해보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비와 구매에 대해 고찰을 갖기 위해 우리는 집안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은 초기에 생겨날때의 그 사상을 잃고 조금 변색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소비지향적인 사회에서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적게 소유함으로써 대신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방법에 대해 끝없이 고찰해야 진정한 미니멀리즘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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