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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by 여름햇살 2016.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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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오랫동안 팀 버튼을 미워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영화 '비틀쥬스' 때문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어린 시절의 어느날 밤,  티비에서 방영해주는 비틀쥬스를 보고 난 이후, 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았던 나는 화장실을 혼자 가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변기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고 제대로 겁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게 꽤나 큰 트라우마였던지, 나는 지금도 화장실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회사의 화장실은 물론이거니와 집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갈때도 변기에서 뭐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다. 물론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영화 '가위손'도 겁많은 나에겐 무섭게 생긴 사람이 무서운 가위손을 가진 공포영화에 지나지 않았다.


나이가 먹고 나서 그 영화의 감독이 팀 버튼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남들이 팀 버튼을 칭송할때도 그의 영화를 잘 챙겨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꽤 오래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게 되었는데(이건 절대 무서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상하던 앨리스의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의, 그리고 너무나도 선명하게 각인되는 이미지로 인해 그는 드디어 나로부터 무죄(?)가 되었다. 그렇다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만큼 팀 버튼을 좋아하게 된 것은 또 아니다. 나는 영화에 대해 영자도 모르는 사람이고, 뭐가 훌륭한 영화인지, 영상미가 뛰어난 것이 무엇인지, 구도와 앵글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냥 남들이 그러면 아 저런게 그런 거구나 라고 생각한다고나 할까. 


그런 내가 처음으로 그의 영화를 보고 감동 했는데, 그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물론 관람 후에 원작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김이 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 원작을 이 영화로 표현해낸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니, 그 감동 또한 그에게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 또한 내가 비틀쥬스를 보았던 어린 시절에 보면 무섭다며 징징 거렸겠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내가 어릴 적에 느꼈던 실체 없는 두려움이 영화로 표현 된 것 같아 묘하게 반가웠다. 


나는 나이 서른 넘은 지그까지도 겁이 참 많지만, 어릴 때의 나는 혼자 잠을 잘 수도 없을만큼 심각하게 겁이 많은 꼬마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려운 존재는 대부분이 실체가 없었다. 귀신으로 시작해서 혼자 있을 때의 고요와 적막, 보이지 않고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두려움은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공포였던 것 같다. 나에게 이 영화는 그 때의 공포가 실체로 표현된 것 같아 정말이지 재미있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공포의 존재는 나의 능력 밖, 즉 내 힘으로 컨트롤이 불가능한 상대일때가 많다. 나보다 힘이 세거나, 내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졌거나, 혹은 어떤 것이 발생할지 전혀 가늠할 수도 없다거나.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존재가 조금씩 줄어든다. 많은 어둠을 겪으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미래 또한 어느 정도까지는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어서 더이상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그런데 귀신은 아직도 무섭다) 그래서 아이들은 항상 겁이 많은 상태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도 아이들이 주인공인 것 같다.


조만간 소설로 읽어봐야겠다. 나의 상상력과 팀 버튼의 상상력을 감히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매우 재미있는 영화였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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