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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처음처럼

by 여름햇살 2017.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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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국내도서
저자 : 신영복
출판 : 돌베개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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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요즘 몇개월째 무기력에 빠져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더니 이제는 그 어떤 것에도 다 염증을 느낀다. 왜냐면 많은 것들이 더 이상 내 인생에서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대에는 감정의 고저가 심하여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평안하여 모든 것에서 흥미가 떨어진 것이 고민이 되다니. 물론 나는 20대의 나보다 30대의 지금이 더 좋기는 하지만, 설레임의 감정은 조금 그립다.


그리고 이 책의 첫 페이지에 있던 이 문구를 읽고 나서, 요즘의 나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단 것을 다시 한 번 인지했다. 분명 어제도 내 인생의 처음이었고, 오늘도 처음이고 내일 또한 처음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있는 그 '순간'인데 자꾸 그 사실을 잊는다.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현재 갖고 있지 못한 것을 바라고 있으니 우울감이 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마음을 가졌으니, 어째 나의 일상은 깨닫고 다짐하고 무너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듯 하다.


생각해보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우울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나는 종종 지인들에게 '세상사 모든 걸 해탈한 사람처럼 말한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전형적으로 입만 산 인간이라,  실제로는 말하는 것처럼 살고 있지도 않고 살아지지도 않는다. 특히,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말들이 아직까지도 '그러려니' 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내가 모가 나서 다른 사람의 말이 뾰족뾰족 가시 돋힌 말로 느껴지는 것 같은데, 쉽사리 고쳐지지가 않는다. 가끔씩 나를 공격하려고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나를 깔본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적이 꽤 많다. 나는 아직도 내 주변의 사람과 사건들에게 휘둘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좋은 글귀들이 쓰여진 책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보려 노력해야겠다. 간만에 좋은 글귀들로 채워진 책을 읽었더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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