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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철학의 위안,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by 여름햇살 2017.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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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정명진역
출판 : 청미래 201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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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한동안 방황하는 기간 중에 읽고 위안을 많이 받았던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  6명의 철학자들의 생각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철학이 인간의 행복한 삶에왜  중요한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의 책은 지쳐있는 나를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니가 겪고 있는 그런 감정들은 당연한 것이며 해결책 또한 있다고 인사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첫 시작은 소크라테스로 시작한다.(그리고 나는 그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그의 일화를 읽다보니 알려진대로 그는 타인의 무지를 일깨워주는데 노력했다. "너 자신을 알아라!" 라고 말이다. 그는 사람들을 진실로 이끄는 일이 중요하고 그들을 위한 것이라 믿은 것 같다. 즉 그의 삶 전체는 타인을 위한 삶이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살때보다 타인을 위한 삶을 살때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법이다. 그의 삶이 가난하고 끝내 비참한 죽음으로 끝났지만 그가 불행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만 같았다. 


 그는 자신의 철학이 있었고, 그것이 옳다는 신념이 있었다 .종교가 절대적인 힘을 갖는 것은 그것을 향한 신자의 맹목적인 힘이다. 종교가 개인의 철학으로 치환된다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철학을 굳건히 믿는다면 사약앞에서도 두려울 것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소크라테스를 소크라테스답게 만든 것은 바로 철학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런 철학을 공부하는 철학자는 인간을 생각하고 우리 인간의 삶을 걱정한다. 밥 굶어먹기 좋은 직업 혹은 고대 그리스에서나 필요한 직업이라고 폄하받는 그들의 위치 때문에 현재 우리들의 삶이 삭막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상식(common sense)을 경계했다. 삶의 많은 요소를 당연하다고 느끼는 그들에게 왜 의문을 품지 않는 것인지 끝없이 질문했다.  당연하게 보이는 것 중에 당연한 것은 거의 없으며, 일상의 당연함에 의구심을 갖는 자세야 말로 행복으로 다가가는 삶의 태도라고 말을 한다. 이런 내용을 읽다보니 이런 삶은 경쟁적인 사회일 수록 인간을 위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의 삶에서 당연한 것은 없고 그 말인 즉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70억의 인구가 있다면 70억개의 삶이 존재한다. 삶에서 당연한 것들이 존재하여 삶의 기준이 유연하지 않는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그 트랙에서 이탈하게 되어,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럼 다시 그 당연한을 누가 정의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나아간다. 가만 들여다보면, (특히나 한국) 당연한 삶의 기준들이 모두 돈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의 삶의 명제들 중 절대적으로 참인 것은 몇개나 될까? 아니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런 의문을 품기나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다음은 쾌락주의로 잘 알려진 에피쿠로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에서 말하는 쾌락은 소모적인 향락이 아니다. 그의 철학의 골자는 심리적 자아를 이해하고 그 자아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을 보면 행복은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매우 소소한 조건만 충족 되면 되는데, 우정, 자유, 사색, 수수한 의식주 들이 그것이다. 그의 시각에서는 돈과 행복의 관계가 마냥 비례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까지는 돈과 행복의 관계가 정비례에 있지만 특정 포인트를 넘어가면 돈이 증가하는 만큼 행복의 정도가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값비싼 물건들이 크나큰 기쁨을 안겨주지 못하는데도 우리가 그런 것들에 강하게 끌리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따로 있는데도 그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에 그럴듯한 해결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건들은 우리가 심리적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것들을 마치 물직적 차원에서 확보하는 듯한 환상을 준다.  이것이 우리가 심리적 자아를  잘 들여다 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세네카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 더 힘을 보탠다. 결국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가진 것들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분노에 휩싸이는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기대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이 것에 옳다거나 라고 외쳤는데 사실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들은 타인이 아니라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연애라는 인간관계에서 이 문제를 확인 할 수 있다. 사실 연인과 싸우는 이유 중에 상대가 잘못해서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화가 나는 이유는 상대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뿐이고,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내가 만든 것이지 보편적인 기준이 아니다. 그걸 깨닫지 못하기에 상대 탓이라고 분노하는데 우리의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몽테뉴는 우리가 불안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며, 그것은 자연스러우니 배타적이지 않은 태도를 갖고 겸허한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길 충고한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생에 대한 의지 이론으로 우리가 사랑이 유발하는 갖가지 엉뚱한 행동에 대해서 보다 관용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고무한다. 삶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던 그는 좌절을 일으키는 우리의 헛된 기대들로부터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까지 읽으면 천재적인 구성으로 글을 써내는 알랭 드 보통에 기립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니체를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따스하게 위로하려 한다. 지난 번에 읽은 'Grit' 에서도 느꼈지만 니체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니체의 이러한 삶에 태도에 기인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한 고통 또한 당연시 하고 그 완성의 과정 또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줌으로써 우리 삶의 고난들을 위로해준다. 마찬가지로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니체는, 그 과정에서 필연적인 고통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단순히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의미있는 것이 된다.


 철학이란 것이 조금은 어렵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어떤 존재보다 나를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방황하고 많이 힘들었던 그간의 시간이 이 책 한권으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한발작 내딛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어쩌면 나는 영화같은 삶을 바라고 특별함을 좇았기에 고통과 평범함으로 차 있었던 내 삶을 우울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책으로 삶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또 한 번 겸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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