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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7 Melbourne

[멜번여행] 7. 아이스크림을 찾아서, Smith street

by 여름햇살 2017.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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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Apr 2017


머나먼 나라에서 날아온 다음날 바로 여행을 가는 것은 둘 다 무리라고 판단하여 하루 더 뭉개기로 했다. 사실 나만 하루 더 뭉개는 것이고, 이 놈은 휴일도 없이 주구장창 일을 해서 몇개월간 정말 개처럼 일했기에(ㅋㅋㅋㅋ) 진정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침 늦게 일어나서 맥북을 켜고 뭘 할까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니 아침을 먹겠냐고 물어본다. 아니 아침을 먹겠냐니? 아침이 option 이란 이야기야? 아침은 mandatory 라구!!!! 울컥.

어제 산 과일을 뚝딱뚝딱 잘라서 접시에 담아 온다. 캬캬, 오물오물 처먹으며 그래서 아침식사는? 이라고 했더니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요리시작. 장난하냐고 과일은 에피타이저지 아침이 될 수 없어. 또 한 번 울컥. 

요리시작. 오믈렛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앗 저 구수한 성경 녹차김은 크리스의 선물이다. ㅋㅋㅋㅋㅋ 지인들이 외국인에게 최고의 선물은 한국산 김이라며 만장일치를 던졌기 때문이다. ㅋㅋㅋㅋ

개발쇠발 만들어온 멜번놈의 오믈렛. 아니 이건 스크램블 에그 아니냐? 오믈렛을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구나... ㅋㅋㅋㅋ 그래도 맛은 꿀맛. 마늘이랑 버섯이랑 이것저것 들어갔는데 맛이 의외로 좋아서(역시 모든 음식에 마늘이 들어가면 다 맛있다고 느끼는 나는야 한국인) 군소리 않고 먹었다. 그나저나 얘네는 baked bean은 또 왜이리 좋아하는지. 꼬박꼬박 나오는 baked bean. 이걸 먹으면서 너네 나라는 진짜 이상하다고, 아침에 공장에서 나온 음식을 전통적으로 먹는 나라는 세상 천지에 없다고. 뭐가 공장에서 나온 거냐고 묻길래 baked bean도 깡통에 들어있는 공장식품(나는 이런식으로 표현하는 걸 꽤나 좋아한다 참고로 ㅋㅋ), vegemite도 공장에서 나온 식품, weetbix도 공장식품 아니냐며. 뭔 놈의 아침이 다 공장에서 나온 것이냐며 농장식품을 달라고 했다가 접시 뺏길 뻔.. 네 밥상머리 앞에서는 반찬 투정 안하겠습니다. 군말않고 싹싹 긁어먹고 다음부터 안 줄까봐 설거지까지 했다.


그리고 집에서 좀 더 게으름을 피우다가 자기 운동하러 갈껀데 같이 가자고 그런다. 운동하기 싫다고 ㅡ.,ㅡ 숨만 쉴거라고 그랬더니 그럼 일단 카페를 갔다가 자기가 운동하고 다녀 올테니 그 동안(45분이나 50분 정도 밖에 안 한다고) 카페에서 시간 좀 보내고 있으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내에서 읽던 책을 계속 읽고 싶었던지라 옳다거니 하고 나왔다. 짐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콜링우드에 있다고. 


가는 길에 자기가 자주 가는 곳이라고 가르킨 곳이.. 토욜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것이다. 아니 날씨도 추운데 ㅠ_ㅠ 그냥 안기다려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 외에는 모른다고 ㅋㅋㅋㅋㅋ 하여 우리는 카페를 찾아 헤매였다. 

이건 호주의 반달리즘이냐고 물었다가 씹힘. 젠장. 

그럴싸해보여서 여길 가려고 했는데 내부 공사 ㅡ,.ㅡ...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그냥 눈에 보이는 카페로 뛰어들었다. organic fair trade coffee   라며 날 위해 왔다고 한다. (뭐만 하면 가난한 농민들을 도와야 하네 니가 마시는 커피를 키우는 그들은 가난하네 어쩌네 지랄해서 그런 듯 ㅋㅋㅋㅋ 그렇잖아도 전날 마트에서 사온 모카포트용 원두도 공정무역 커피 ㅋㅋㅋㅋ )

뭔가 느낌이 좋다.

아침 먹으면서 라떼를 마셨기에 우유가 없는 것이 마시고 싶어서 롱블랙을 주문했다. 내가 기억하는 멜번의 롱블랙은 카라멜마냥 끈적한 느낌의 맛인데 이건 조금 강한 아메리카노 정도이다. 나도 모르게 실망한 표정을 드러냈는지 멜번놈이 괜찮냐고 물어본다. 그냥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커피가루가 느껴지는 약간 텁텁한 맛이었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라 모카포트로 내린듯한 맛이었다. 


카페에 앉아 수다를 좀 떨다가 멜번은 운동을 하러 갔다. 나는 혼자 남아 책을 좀 읽다가 갑자기 이럴때가 아니야 라는 생각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저 놈이 운동하는 동안 나도 운동이란 것을 좀 해야되지 않겠냐고. ㅋㅋㅋ 산책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스믈스믈 기어나갔다. 하지만 날씨가 정말 안 좋았으니... 산책 도중에 비가 내리기까지 해도 돌아갈 곳이 없어서(내가 차 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 직진했다. 이놈의 fuck you weather  은 한 10분이면 지나가려니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10분 정도 지나니깐 비가 그쳤지만) 


비가 내리는 동안 갖고 있던 숄을 머리에 둘러싸고 히잡마냥 걷다가 전 주에 매니저님에게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나서 다시 뺐다. 시티였나 어디서 어떤 여자가 날씨가 추워서 스카프를 머리와 목에 두르고 지하철역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그게 히잡인줄 알고 인종차별자였던 젊은 남자애들이 그 여자를 폭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요즘 멜번이 흉흉하다는 이야기였다. 주먹 맞는 것보다 비 맞는 게 낫잖아? 라는 생각에 그냥 비를 맞았다. 그나저나 멜번에서 일어난 안 좋은 일들을 너무 많이 들은 상태라 혼자 돌아 다닐때마다 조금 무서웠다. 사실 사람 사는 곳에서는 항상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법이지만, 그래도 마냥 살기 좋은 도시 1위라고 생각했던 나의 사랑 멜번에서 그런 일이 일어 난다고 하니 더 무섭게 느껴졌다. 

오홍? 이것이 법원? 쿨하군요. 위엄따윈 전혀 없이 주택인줄. ㅋㅋㅋ

그리고 우편함. 저 동그라미들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한 장 찍어봤다.

그리고 도착한 Fitzroy. 다시 익숙한 거리가 나타나자 살짝 반가웠다. 지나가는데 몇번이고 지나쳤던 가게들이 눈에 띄이자 괜스레 엄마미소가 얼굴에 걸렸다. 

사람들이 줄 서 있길래 뭔가해서 봤더니 도너츠 가게다. 얘네도 참 줄 서 있는 것 좋아해.

주말인데 좀 한산했다.

그리고 반가운 아가씨 벽화. 내가 이 쪽 방향으로 턴 한 이유는.. 바로 smith street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messina 를 가기 위함이었다. ㅡ,.ㅡ 아니 이정도 걸어줬으니 아이스크림 정도는 먹어줘도 되는것 아니냐며.. 

멜번의 반달리즘 2 ㅋㅋㅋㅋㅋ

어머, 저도 살 수 있나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이거 판매하는 것은 합법인가? 궁금하네. 

그리고 도착. 오지게 걸었다.

뭐 먹을까 고민고민하며 망설였더니 직원이 지쳐하는 것 같아서 하나는 먹어본놈으로 골랐다. ㅋㅋ

티라미수와 안작 브랙키인가 뭔가 하는 걸 골랐다. 이름이 기억 안 나네. 하지만 이름은 기억 나진 않지만 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존맛...+_+ 사랑합니다 나의 메시나여.


멜번놈이 카페 다시 왔는데 어디 간 거냐고 메세지가 왔다. 이거 사진 하나 찍어서 도망나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고, 아이스크림도 주지 않는 놈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더니 아래와 같은 캡쳐를 보냈다. 

어디 있는지 잡았다며. ㅋㅋㅋㅋㅋㅋ 아놔. 이 망할놈의 아이폰. 이런 거 트랙킹하지 말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lazy korean 이면서 아이스크림에는 매우 diligent 하다며 갈구기 시작 ㅋㅋㅋㅋㅋㅋ 나는 한 1시간은 걸은 것 같은데, 차타고 오더니 10분만에 온다. 하지만 나는 그 사이에 나의 아이스크림을 남김 없이 클리어했고... 아쉬워 하는 놈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휴.. 애 키우는 것도 아니고. 

궁시렁거리더니 엄청 잘 먹음. 숟가락 하나 더 가지고 와서 나보고 먹으라고 하더니, 싹싹 지가 다 긁어먹음. 진짜로 먹었으면 울었을지도.. 


다 먹었으니 집에 가자고 했더니 자기 이발을 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이발소에 가서 이발하는 것을 구경했다. ㅋㅋㅋ 아 멜번 여행와서 남 이발하는 것 구경이라니 ㅋㅋㅋㅋㅋ

아저씨가 머리 엄청 길다고 놀라심.  ㅋㅋㅋ 휴일이 없어서 몇개월동안 머리를 못 잘랐다고 받아치는 멜번놈. 바리깡으로 밀고 가위로 싹둑싹둑 다 자르고 난 아저씨는 나를 돌아보면서 happy? 라고 물으셨다. 그 함축적인 의미가 너무 웃겨서 육성으로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속이 다 시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가 길었을때는 70년대 풍+노안 크리더니만 이발하시고 나서 좀 어려졌다. 역시 사람은 머리빨이다.

그리고 저녁. 그린 커리 치킨. 그런데 치킨은 없고 야채만 한 가득.. 니 접시에만 치킨 있다고 나는 지금 야채만 주는거냐고 투정했더니 자기 접시에 치킨을 마지 못해 건네준다. 진짜 눈에 띄게 자기 접시에만 치킨이 한가득 있고 내 접시에는 야채만 한 가득 ㅋㅋㅋ 아놔 오함마를 가져왔어야했나...


다 먹고 났더니 디저트를 먹겠냐고 물어본다. 뭐가 있냐고 했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걸 꺼내준다. 

노트북만한 초콜렛 토끼 ㅋㅋㅋㅋ 흐얼 완전 크다. 이걸 어떻게 먹냐고 그랬더니 나라면 다 먹을꺼라고..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에 귀가한 크리스. 간만에 만난 크리스에 소리 지르며 인사하고 김을 줬더니 이건 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들은 다 한국김 좋아한다고 하던데? 라고 했더니 자긴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다고 그런다. 그래서 먹으라고 징징 거렸더니 의심스러워 하면서 끝끝내 안 먹.. 멜번놈이 만든 치킨커리만 먹었다. 제길. 뭔가 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셋이서 수다 좀 떨다가 하루를 마감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우울해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똑같은 모습이라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여정을(?) 무사히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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