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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7 Melbourne

[멜번여행] 33. The last day

by 여름햇살 201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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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May 2017

그리고 마지막 날. 


10시 30분 출발 비행기였기에 3시간전인 7시 30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했다. 그래서 아침일찍부터 부산스럽게 준비를 해서 공항으로 떠났다. 왜인지 모르게 차가 막혀서, 예상한 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내가 서둘렀기에 망정이지 30분이면 간다는 멜번놈 말 들었다가는 큰일 날뻔 했다. 

그렇게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조금도 서운해하지 않는 멜번놈 때문에 내가 서운할뻔 했다. ㅋㅋㅋ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멜번놈이 다시 돌아갈때 별로 아쉬워하는 내색을 비추거나 하지 않았다. 되려 홀가분했.. 던 것같다.  흠, 요놈도 그렇겠군.

 

그리고 거지 같은 콴타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가 없어서, 체크인을 위해 기나긴 줄 속에서 한시간을 기다렸다. 체크인하는데 한시간 넘게 줄서 있어보기는 또 처음이다. 역시 멜번은 이래서 후져! 라고 엄청 욕하고 있었는데 옆에 보니 온라인 체크인 한 사람들이 수하물만 체크인 하는 카운터가 눈에 보였다. 아 맞다.. 얘네 온라인이었지.. ㅠㅠ 그래 후진건 내 머리였어... ㅠㅠ


다행히 보안검색대에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5분만에 패스했고,(콴타스 카운터만 붐비고 다른 카운터들은 모두 한산..)  그 다음 출국심사대도 여권 스캔으로 바로 통과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여권 만세! 그렇게 모든 절차를 끝내자마자 내가 찾은 것은..

스도쿠. ㅡ,.ㅡ 

 크리스가 샀던 거랑 똑같은 것을 샀다. 이거 제대로 중독이다 이제, 끊을 수가 없어. 

계산하려고 줄 서 있는데 코알라를 발견해서 코알라에게도 보내주고. 

배가고파서 카페로 들어와서 커피와 빵을 하나 먹었다.공항 물가 답게 꽤 비싸다. 멜번 공항에는 PP카드로 이용가능한 라운지가 없어서 이리로 왔다. 호주의 다른 모든 도시에는 다 있는데 왜 멜번만 없는 것일까?

그리고 계속 스도쿠.. ㅋㅋㅋㅋㅋㅋ 멜번놈에게 보내줬더니 제발 좀 그만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기내에 탑승하기 시작하길래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타는 순간 좁은 좌석에 끼어 있어야해서 나는 가급적 마지막에 탑승하는 편이다. 

그리고 첫 베지밀 기내식. 오 이건 좀 괜찮은 편이었다. 

요건 디저트. 요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 계속 등장하는 스도쿠.. ㅋㅋㅋㅋㅋ 원래 책을 읽을까 했는데 스도쿠에 이미 제대로 중독된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작년에도 태블릿에 스도쿠어플 다운받아서 퇴근하고 밥도 안 먹고 그걸 하고 했는데. 난 이게 왜이리 재미있을까.

YIPPEE! 난 이 단어가 볼때마다 참 귀여운 것 같다.

잠 좀 자보려고 와인을 하나 주문했다가 화장실만 왔다갔다 했다. 내가 이래서 기내에서 술을 안 마시는데, 그동안 음주 습관에 익숙해져서 깜빡했다.... 그리고 이놈의 콴타스 비행기는, 홍콩에서 호주로 올때는 안 그러더니 이번 비행에서는 끝없이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핫초코에 마시멜로도 넣어주고 초콜렛도 주고. (개인적으로 요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과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주고. -_-;; 끝이 없어 그만해 -_-;;

이것도 괜찮았다. 호주로 들어올때보다 나갈때 더 기내식의 상태가 좋은 것은 왜인가. 그냥 홍콩의 문제였던 걸까 ㅋㅋㅋ


기내에서 좀 자두려고 했는데, 잠이 전혀 오지 않아서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ㅠㅠ 난 왜이리도 쓸데 없이 예민한 것인지. 스도쿠+ 독서+ 기내 게임 3종 세트로 9시간을 버텼다.

그리고 도착한 홍콩공항. 6시간 정도의 스톱 오버였는데.. 참 거지 같은 것이, 이 곳에서 다시 체크인을 해서 티켓을 받아야 했는데(인천에서 갈때는 바로 주더니만),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카운터가 열리는 것이었다. 하아.. 그래서 강제적으로 환승 구간에서 2시간 30분을 보내야 했다. 이 곳은 레스토랑도 많이 없어서 딱히 갈 만한 곳도 없고 그래서 의자에 앉아서 스도쿠나 주구장창 했다. ㅠㅠ

그리고 환승 보안 검색대를 지나친 다음에 바로 달려온 라운지. 배가 너무 고팠다며. 나와 함께 아시아나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한 한국인 여자분이 있었는데 이 안에서 만났다. ㅋㅋㅋ 

자리가 가득 차 있었는데 두어바퀴 돌아 다니다가, 운좋게도 나가는 사람을 발견하여 착석했다.

차였는데 맛은 그냥 보통. 차가운 차음료를 볼때마다 냉차를 어색해하던 외국인들이 생각난다.   

멜번으로 갈때 요 누들을 맛있게 먹어서 이번에도 받아봤는데 그때와 달리 좀 맛이 없었다. 

이렇게 디저트도 가지고 오고. 그렇게 나는 이번 여행 한 번으로 PP카드의 뽕을 뽑았다. 연휴기간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서 술은 마시지 않고 커피만 마셨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잘 자기 위해 샤워를 할까 하다가, 이미 커피때문에 망했다는 생각과 함께 몇시간 뒤면 집에 도착하는데라는 생각에 그냥 자리에 앉아서 스도쿠(...)를 했다. 예전에 늦은 밤 시간에는 샤워가 안된다고 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봤던 것 같기도 했고, 그걸 알아보는 것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짧은 휴식 뒤에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아시아나가 이렇게 넓었나? 좌석이 너무 넓어서 적응이 안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첫번째 비행기에서 한 숨도 자지 못했고, 밤 시간이 되자 엄청 졸렸다. 그래서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잠이 들었는데.. 

기내식때문에 강제 기상 ㅠㅠ 특별식을 주문해놓은 덕분에 승무원분이 음식을 직접 가지고 오셔서 나를 깨웠기 때문이다. ㅠㅠ 

배도 안 고파서 먹을 필요도 없었는데. 이왕 가져 주신 것 한 입 맛을 보았다. 진짜 맛있다. 그래! 내가 생각했던 베지밀은 이런 것이었다고!!!

먹고 났더니 잠이 깨서 도착할때까지 기내 스도쿠를.... ㅋㅋ 아무리 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리고 새벽 5시 5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셔틀버스를 탔고, 집으로 향했다. 푸른 나무만 보이던 멜번의 여행지와 달리 한국은 빌딩 숲만이 그득했다. 그렇지만 그 것이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제일 먼저,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했다. 이게 제일 중요하니 말이다. 이번 여행은 기승전투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던지! 이걸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아는 지인이 도대체 누굴 찍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하하.

우리 돼지가 잘 도착했다고 인증샷을 찍어서 멜번놈에게 보냈다. 호주와 한국은 시차가 별로 나지 않아서 참 좋다. 바로 눕고 싶었지만 일단 샤워부터 하고 짐을 정리했다. 

나의 여행 기념품. 엄마가 요청한 영양제 사러 케미스트리에 갔다가 골라왔다. 한국에서는 판매 하지 않아서 이번에 간김에 사왔다. 아니 뭐 다들 그러는거 아닌가. 라면 먹고 싶으면 일본가고 파스타 먹고 싶으면 이탈리아 가고 생리컵 필요하면 호주가고(허갤버젼)


모델은 1과 2가 있는데 1은 30대 미만이고 출산의 경험이 없는 사람용 2는 30대 이상이거나 출산의 경험이 있는 사람용도였다. 나는 출산의 경험은 없지만 만으로 해도 31이니 ㅠㅠ 2번을 구매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야 이게 출산 경험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모델 1번을 사용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나 남의 글을 잘 안 읽어본다...휴. 현재 예전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예전 회사 후배가 나보고 왜 2번을 샀냐고 한마디 해주기전까지 사실 몰랐다. 그런데 다시 이게 크기 차이가 거의 안나서 사실 상관은 없을거라고 말을 해준다. 고를때도 외관으로는 크기 차이가 나지 않았던걸로 보아 썩 상관은 없는 듯 했다. 


다녀오자마자 바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 생리컵이 눈에 보는 것과 달리 너무 딱딱해서 이게 잘 접히지가 않는 것이다. 잘 접히지도 않는 이걸 어떻게 사용한단 말인가 고민했지만 의외로 한 번에 성공했다. 겁을(?) 먹으면 안 되는 듯 했다. 문제는 이게 안에서 잘 펴졌는지 안 펴졌는지를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외출 하기 직전에 불안해서 전전긍긍하다가 다시 꺼내보았는데 제대로 되어 있었다. 한 번 해보니 이제는 안에서 펴지는 것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단계가 남았으니 이걸 넣는 것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걸 꺼낼때 진짜 육성으로 헉소리가 난다. 너무 아파서 내가 이걸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또 익숙해지면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첫 사용 소감은 많은 사람들이 생리중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너무 편했다 라고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닌 듯 했다. 이건 뭐 귀마개꼈더니 청력이 있다는 걸 잊을 뻔했다는 이정도의 비유인 듯... ㅋㅋ 하지만 활동의 제약이 없어지는 것은 매우 좋았다. 이걸 처음 사용한 날은 외출을 하는 날이었는데, 도보로 걸어 다니고 식사때 앉았다 일어나도 뒤를 걱정할 염려도 없고 흐르는 듯한 기분이 없는 것은 정말 좋았다. 그럼에도 나는 집에 있을때는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편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질감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일 수도 있고. (얼마전 팟캐스트 지대넓얕 방송에서 김도인님의 안내해주는 예민도 테스트를 방송을 들으며 해봤는데 엄청 예민한 사람으로 나왔다, 23개인가 24개의 질문에 12개 이상에 예스이면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19개가 나왔다)  

 원래 나는 헬스장에 갈때나 한여름에는 탐폰을 사용하곤 했는데, 생리컵을 탐폰 대용물로 샀던 것이라 운동할때와 외출(회사까지는 면생리대를 사용할만 한 듯 하다) 시에만 사용할 것 같다. 사람들이 잘 때 생리컵을 사용하면 진짜 편하다고 하길래 나도 시도했다가 세시간동안 잠이 안 오길래 포기했다. 밖에 있을때는 정신이 분산되어서 거의 느낌이 없었는데, 집에서는 감각이 집중되어서 더 예민해졌던 것 같다.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익숙해지면 더 괜찮아 진다고도 하고, 자신의 골든컵을 찾지 못한 걸수도 있다고는 하니 이 것도 1년 지켜봐야겠다. 일단 탐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서 완전 좋다. 

그리고 기념품 2. 사실 아무것도 사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케미스트리 갔는데 진짜 싸도 싸도 너무 싸길래(진짜 엘리자베스 아덴은 호주에서 사야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하나 집어왔다. 암만 생각해도 이건 잘 사왔다. 참고로 이거 호주 달러로 20불도 안한다. 진짜 문자 그대로 대박이다. 내가 이래서 호주에 있을때 엘리자베스 아덴 향수를 주구장창 썼다.


짐정리가 끝나자마자 침대위로 뛰어들어 누웠다. 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좋았다.  마스크팩을 가뭄난 논바닥마냥 쩍쩍 갈라진 얼굴에 올리고 잠에 빠졌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바로 골아떨어지긴 했지만, 낮이라서 그런지 숙면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대선결과도  궁금해서 잠을 계속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개표전부터 JTBC의 라이브 방송을 유투브에서 시청했다. 손석희 앵커가 결과 확정 선고 내리셨지만,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가 너무 달달해서 영상을 끌 수가 없었다... 헤헤. 친구들과 신나게 카톡을 하며 그 날을 즐겼다.


 이렇게 나의 여행이 끝이 났다. 한 때에는 내가 살고 싶어했던 도시로의 여행이었기에, 나는 이번 여행을 사실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 느낌을 이번에는 받을 수가 없어서 조금 놀랬다. 마냥 나만의 라라랜드였던 멜번도 지금에 가서 보니 그냥 사람사는 곳의 하나였다. 확실히 나는 지금의 한국이 참 좋다. 특히나 우리 대통령님 때문에 뭐 매일매일이 통쾌한 반전 드라마를 경험하고 있어서 사는 맛이 난다. 단점은 뉴스에 중독되서 하루 종일 뉴스만 보고 있다는 것. 더 이상 무언가를 갈망하지 않고, 나의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 느낌이 참 좋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여행이 참 좋았다. 멜번을 다녀오고 나서는 그 근본없는 우울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일상을 벗어나,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고, 육체적으로 온전히 쉬었더니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모두 리프레쉬가 된 기분이었다. 예전의 모든 여행이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래서 여행기간동안 조금은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온전히 의지할 동행인이 있었기에 나는 너무 행복했다. 즐거운 이번 여행을 만들어준 멜번놈에게 무한 감사와 애정을 보내며 이번 여행 포스팅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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