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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노무현입니다

by 여름햇살 2017.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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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살아 오면서 극장에서 2번 본 영화가 딱 2개가 있다. '라라랜드'가 그 처음이었고, 와 그 다음이 '노무현입니다' 이다. 그리고 둘의 또 다른 공통점은 2번째 볼때는 감흥이 덜 할 줄 알았는데, 감동은 횟수랑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또 깨닫게 해준 영화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볼때에는 혼자 영화관에 가서 관람을 했고, 두번째는 지인과 함께 봤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지인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할꺼라고 놀리던 호연지기는 사라지고 나 또한 다시 손수건을 붙들고 말았다. 두번째에는 눈물이 나지 않을 줄 알았다.


나에게 2002년은 월드컵으로 기억되어 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정치'란 아빠가 보는 뉴스에서나 언급되는 고리타분한 일이라고 여겼던 고등학생이었다. 그래서 나는 2002년의 경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도 몰랐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또 하나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 아무리 기가막힌 스토리의 영화도 현실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2002년의 그 때, 월드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짜릿한 감동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일었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먹먹해졌다.


과거의 나는, 어떤 방법으로건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나면 두 종류의 마음이 생겨났다. 하나는 그 사람과 똑같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그 사람이 이룩한 것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리라는 건방진 생각이 기저에 있는 경우이다. 또 다른 경우는 이 사람이 이루어 낸 것이 정말 위대해 보여서 내 삶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지는 경우이다. 그럴때면 나는 여태 뭘 한 걸까 하는 자괴감과 함께 넘사벽의 그들 앞에 기가 죽어버린다. 그리고 요즘에는 세번째 마음이 일고 있는데, 그 사람처럼 살아갈 용기는 결코 없지만 조금이라도 그 사람이 이루고 싶었던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게 고인이 된 분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이지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그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타인을 위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타인을 위한 삶의 위대함을 또 이렇게 깨달았다.


너무나 슬프게도 지금은 고인이시지만,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은 우리 마음 하나하나에 존재하고 계신다고 믿는다. 촛불을 들고 조용히 광장으로 모여들었던 그 모든 이의 마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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