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by 여름햇살 2017. 6. 18.
반응형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국내도서
저자 : 김용민
출판 : 인터하우스 2016.06.07
상세보기

 내가 김어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대학교 동창이 추천해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듣기 시작하면서다. 한 두번의 추천이 아닌, 메신저에서 나를 볼때마다 몇번이고 들으르고 이야기를 하는 동창을 보며, 저 인간이 저럴 정도면 어지간히 재미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정치적인 내용이라 알려주지 않고 코메디라고 알려줬던 탓에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어느 퇴근길에 1화를 다운 받아 듣게 되었고, 그렇게 그를 처음 만났다.


 나는 의심많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첫눈에 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아이폰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유쾌하고 명랑한 김어준의 이야기에 나는 한 번에 마음을 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나는 그의 지독한 팬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나의 이상형이라고 말을 하곤 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지인들마다 털 많은 마초 스타일을 좋아하냐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매번 외모가 (절대) 아니라, 그의 사고가 섹시해서 나의 이상형이라고 필사적으로 반박했다.

 

 내 삶에서 여태 만나왔던 사람들이 너무 밍숭맹숭한 색깔을 하고 있었던 걸까.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그리고 감히 상상조차 못했던 그의 사고 회로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내가 느낀 그는 신선했고 발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그가 썼던 글을 뒤져보고 책을 읽고 인터뷰를 찾고 그의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요즘은 매일 그가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듣고, 1주일에 한번씩은 파파이스를 본다. 그리고 드디어 타인이 쓴 그의 평전에까지 이르렀다.


 그에 대한 첫번째 생각은 그는 열등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이미 충분히 잘난 것도 있지만(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외모가 아니다), 그도 인간이기에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열등감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타인과의 비교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아니 거부라기보다 "그거 왜 그러고 있어야 하는데?" 라며 시큰둥해하는 타입이다. 


한국사회는 남의 눈에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가 평균적인 삶을 지향하는데 이 기준이 '남들처럼'이다. 남들처럼 살아야하는 사회이기에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을 갖고, 눈치를 보고, 자신을 그 틀에 맞추려 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요즘의 10대들은 많이 바뀌었다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개성이 상실된 획일적인 사회이다. 그런 한국에서 그는 자발적으로 뚝 떨어져나와 '마이웨이'를 걷는다.


그럼 이 정신은 어떻게 갖게 된 것일까? 여러 책이나 강의에서 반복 언급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어머니와 여행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으리라 추측된다.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하는 독립적인 삶을 살게 한 어머니와 그 결정을 매순간 내리고 그 결과를 매순간 받아들여야 했던 장기간의 배낭여행. 그는 그로 인해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의 머리를 타고 나오는 말과 글을 보면 논리가 매우 탄탄한 편이다. 그저 경험만 많은 꼰대가 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그는 매우 똑똑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간혹 그를 '선동가'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는 사람들을 선동한 적이 없다. 그와 함께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학교를 다닐때 보면 반에서 말을 재미있게 해서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럼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을 선동한 것인가? 그래서 그를 선동가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비약적인 결론이다. 


 이 책으로 조금 놀랐던 것은 나꼼수가 그의 첫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이미 그 이 전에 많은 성공의 이력을 가졌다. 그리고 그 만큼 많은 실패 또한 경험한 상태였다. 어쩌면 아니 확실히 청년 김어준은 지금과 달리 좀 더 어설프고 서툴렀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했을때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굴곡을 겪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했다. 매우 신선했다.


 나도 김어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 눈치 보지 않고, 비교 잣대로부터 온전히 벗어나 나만의 세상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조금 더 긍정적이고 조금 더 적극적이고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무모하게 도전해봐야겠다.



반응형

'일상 > 불친절한 감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왕따의정치학  (0) 2017.06.26
영화 중경삼림  (0) 2017.06.23
영화 겟아웃  (0) 2017.06.20
영화 노무현입니다  (0) 2017.06.19
영화 예스맨  (0) 2017.06.17
책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0) 2017.06.14
책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2  (2) 2017.06.13
책 철학의 위안,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0) 201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