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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미니멀리즘] 17. 여름맞이 정리

by 여름햇살 2017.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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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더워져서 쇼핑을 했다. 아니 사실 진짜 옷이 없어서 쇼핑을 했다. 여름에는 항상 한 번 입고 세탁기에 넣어버리는 괴팍한 나의 성격 때문에 4개월 정도되는 여름 시즌을 보내고 나면 내 옷은 항상 누더기가 되어 있어서 매년 가을 쯤에 옷을 처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 때문에 항상 여름 옷은 싼 것을 고집하는데, 싼 옷을 입기 때문에 한 계절만 못 입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이번에 들었다. 그래서 비싼 걸 사야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저렴한 가격대의 옷을 골랐다. 생각해보니 7년전인 첫 입사했던 해에 구매해던 좀 비싼 옷들 중에 남아 있는 옷은 여름 옷이 단 하나도 없다. 다른 계절의 옷들은 7년째 입고 있는데 여름옷만 단 한 벌도 남아 있지 않다. 역시, 내 성격을 가지고서는 여름 옷은 귀하게 입기 글러 먹었다. 


그래서 영화 시작 시간전에 시간이 남길래 가볍게 고른 여름 옷. 

작년의 경험으로 추울 정도인 사무실 에어컨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좀 긴 소매로 골랐다.

이 것도 역시 소매 길이가 좀 있다. 여름 휴가를 떠나지 않고서 도심에서 지내기에는 실내활동이 많아 확실히 소매가 긴 편이 좋은 것 같다. 이걸 작년에서야 깨달았다. 멍청이..

그리고 운동복 상하의로 한 세트. 사실 이걸 사온날 집에 와서 건조대에 걸려 있는 운동복을 발견하고 이렇게나 멀쩡한데 좀 더 입을 수 있는데 이걸 왜 샀지 하고 엄청 후회했다. 내가 이걸 버리는 순간 이 아이는 기능도 다하지 못하고 쓰레기더미에서 썩어가기만을 기다릴텐데, 그렇게 또 쓰레기를 만들어야 하나? 그냥 좀 후줄근해도 입으면 안되나? 어디 찢어진 것도 아니고(남들 안보이는 위치에 구멍은 작게 하나 났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환불받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기존에 입던 운동복을 입고 나서야깨달았다. 아.. 내가 이래서 사려고 마음 먹었구나. 내가 괜히 헛돈을 쓰려고 했던 게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그래서 환불을 포기했다. 

 

원래의 운동복은 2014년 호주에 있을때 구매했던 것이니깐 2년 넘게 입은 셈이다. 그러니 이제 좀 놓아 줄 때도 되었는데 나는 이걸 참 못 버리겠다. 궁상맞다고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이걸 버리는 순간 이 아이는 어떻게 되는거지를 생각하니 절대 버릴 수가 없다. 하아. 진짜 엉덩이에 구멍나고 목이 늘어나서 배꼽까지 내려 올 정도가 되면 놓아주던가 해야겠다. 


그리고 버린 물건들. 

드디어 그 구질구질한 흰생 옥스포드 셔츠를 버렸다. 봄에 입을 꺼라고 333 할때 정해놓은 것인데 단 한번도 입지 않는 것이다. 깔끔하게 쓰레기통으로. 추가로 양말 구멍이 한 짝도 아니고 양쪽 모두 있는 양말들 처분. 그리고 비행기에서 줬던 양말도 함께 투하. 저 양말들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히 엄마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운동할때는 좀 양말이 두께가 있어야 발이 안 아프다고 줬던 양말들인데(그리고 이말은 진짜 맞다, 스니커즈용 그 얇은 양말 신고 운동할때랑 저 양말을 신을때랑은 확실히 발의 편하기가 다르다), 엄마가 자꾸 생각나서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꼬매 신으면 되는데 애석하게도 집에 반짇고리가 하나 없다. 그리고 사실 양말 하나에 구멍이 두개씩 났으면 좀 버려도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닳아 없어지겠어 아주.. 궁상 그만.


그리고 신발 2개와 에코백 1개. 내가 가지고 있는 에코백이 안 좋은 것인지 어깨 부분이 너무 아파서 그냥 이건 기부하기로 했다. 나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사온 것이니 사용하던 것이라도 괜찮다며. 그리고 진짜 딱 1번 신은 샌들. 충동적으로 구매했는데 전혀 내스타일이 아니라서 한 번 신고 그 이후로 신지도 않았다. 그리고 벤시몽. 작년에 본가에서 가지고 온 이후로 딱 한번 신었다. 사람들이 이 신발이 그렇게 편하다고 하는데, 평발인 내 발에는 진짜 지옥이다. 이걸 신으면 척추에 충격이 가는 기분이라 힐 보다 더 아프다. 다른이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매니큐어. 작년 여름 이후로 1년간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고 오래 된 것들을 버렸다. 얼마나 손도 안댔으면 먼지가 저렇게 뽀얗게 올라갔을꼬.. 매니큐어를 모두 처분하지는 않고 몇개를 남겨 두었는데, 이건 다시 사지 않기 위함이다. 혹시나 매니큐어가 사고 싶어질때에 아 집에 있는 걸 쓰면 되겠다 라고 나를 속이기(?) 위해 남겨 두었다. 그런데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내년에 이사갈때 버리면 되겠지.


얼마전 지인들과 만나 수다를 떨면서 예전과 달리 갖고 있는 것이 정말 작다고 자부심을 갖고 이야길 했다. 그러자 한 명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년에 이사갈때 그때 다시 말하라며 장난을 친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집안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렇게 많이 내다 버리고 사지 않은 것 같은데도 이렇게 필요 없는 물건들이 발견된다. 올해의 목표는 내년 이사시에 용달차 부르지 않고 이사하기로 정했다. 나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짐을 줄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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