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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고

by 여름햇살 2017.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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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국내도서
저자 : 공지영
출판 : 오픈하우스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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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공지영 작가의 수필, 지리산 행복학교. 이 책의 후속인 시인의 밥상을 먼저 읽어서인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들이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친구들과 좀 더 친해져서 그들의 내밀한 과거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발행순으로 보지 않았더니 이런 묘미가 생길 줄이야.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육성으로 정말 많이 웃었다. 공지영 특유의 털털한 문체에 그녀의 이야기 각색 능력까지 더해져서 이 책은 작정하고 사람을 웃게(?) 만드려고 쓴 책이 틀림 없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부족한 것 없이 문자 그대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내가 웃게 된 포인트는 모두 글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에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들의 독특한 언행, 그리고 그것들이 기인하는 사고방식 그리고 우연히 발생하게 된 사건 모두 나를 웃게 만들었다. 또 다시 왜 그런 것에 즐거워하는가 를 생각해보았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얻을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의 빈도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같이 사람들을 만난다. 외근도 종종 있는 직업이라 회사 외에서도 사람을 만난다. 그렇게 만남의 횟수 자체는 적지 않건만, 나는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다 일이고, 관계가 종종 피상적이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녀의 책을 보며 웃은걸 보니, 요즘의 나는 외롭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단순히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두번째 회사까지 말까지 놓아가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만들었었다. 첫번째 회사에서 만난 동기와는 아직도 종종 만난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게 안 될까. 그 것은 아마도 내가 나이가 먹어가고 꼰대ing에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지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부대낌 속에서 오는 마찰과 불화에 상처를 받고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협소한 태도를 갖게 된 것은 아닐까 한다. 


어릴때보다 왜 마음을 더 열지 못할까 생각을 해보니 나이가 들 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얼마전 만난 친구들과 놀이동산의 놀이기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무서워져서 이제는 쳐다 보기도 겁이 난다고 했다.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나이가 들면서 참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들 나보다 나이도 많다. 하지만 쉽게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정을 준다. 역시, 개인의 문제이지 나이 때문은 아닌가 보다. 이렇게 또 나의 비겁함을 나이라는 방패 뒤에 숨겨보려 했는데 실패했다. 타인에게 조금 더 친절한 상냥함을 갖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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