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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7 Korea

[제주여행] 3. 산방산과 송악산

by 여름햇살 2017.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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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Sep 2017


본격적인 제주여행의 시작. 멜번놈이 지난 번 방문시에 남부쪽은 여행하지 못했다고 남부쪽을 고집하였기에 이번은 남부쪽에 숙소를 잡고 남부쪽을 돌아다녔다. 나는 제주에 가면 애월에 지내면서 하루종일 바다나 바라보며 저녁노을이나 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멀리서 오신분의 의견을 적극 따르기로 했다.

멜번놈이 렌트를 위하여 국제면허증도 발급받아 왔지만, 나는 렌트를 허락(?) 할 수 없었다. 멜번놈은 유럽 여행시에 오른쪽으로 운전하는 곳을 많이 돌아다녀서 괜찮았다고 주장했지만, 유럽과 한국은 교통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친절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공격적이기까지 한 한국의 도로를 달리게 하기에는 내 목숨이 위협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번에 버스 여행을 했다. 월드컵경지장 근처에서 두번째 버스의 환승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들. ㅎㅎ 한 30분은 기다린 듯 하다.


나는 매번 제주에서 버스 여행을 했었기에 번거로움을 못 느끼지만, 렌트카로만 여행했던 사람들은 버스로 어떻게 여행하냐고 기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것은 여행의 목표의 차이에 근거하는 것 같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장소를 방문하고, 구석구석에 있는 맛집은 꼭 방문해야 하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렌트카가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나같이 여행하는 그 순간 자체를 즐기고, 하루에 많아봤자 2군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맛집은 그다지 관심없는 사람은 버스 여행 만한 것이 없다. 덜컹 거리는 버스에서 탑승객들을 구경하고 창밖 바깥 경치를 구경한다. 느릿느릿 동네 구석구석 방문하는 버스를 통해서 실제 제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진짜 느릿느릿 제주 여행을 원한다면 버스 여행을 강력추천한다!


그리고 도착한 산방산. 산방산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데 나는 수학여행 이후로는 방문한 적이 없다. 딱히 매력적인 곳이라 못 느꼈기 때문인데, 제주가 2번째인 멜번놈은 굳이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놈의 Lonely planet) 




요기 산 아래에 있는 절은 무료인데, 산방굴 쪽으로 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은근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이 많아서 조금 놀랬다. 용머리 해안과 함께 가는 티켓은 할인이 되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는 만조여서 내려갈 수가 없어 해당 티켓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산방산만 구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산방산 자체의 트레킹은 자연보호로 인해 금지였다. 오는 날이 장 날이라더니. 허허.

귀여운 조각상들. 하핫. 이거 진짜 너무 깜찍하다.

엄청 큰 부처님. 이렇게 큰 불상이 있는 절은 흔한 편인데도 볼때마다 그 규모에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산방산에서 내려다 본 용머리 해안쪽. 출입이 되지 않는데 그 근처까지는 사람들이 가서 하멜기념관을 구경하는 듯 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은 성으로 따지면 여자로 자비로운 부처라고 한다. 예전에 템플스테이때 스님이 해주신 말씀 중 이거 하나만 내 기억에 남았다. 그 자비로움으로 중생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부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교신자가 아닌 나조차도 이 기도문을 알고 있다. 어려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의지했겠지? 그런 생각과 함께 조금은 이 불상앞에서 겸손한 마음가짐이 생겨났다. 나란 인간은 '종교 따위' 라고 생각했던 인간인데, 삶을 살아가고 어려움을 몇번 겪으니 그 기세가 푹 꺾여서 종교라는 것의 중요성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뼈속까지 유물론에 입각한 나라서 종교가 가져지지는 않지만. 헤헷.


절에서 바라보는 풍경. 작은 마을들이 보기가 좋다. 

흑흑 10년간 입산 금지.  그래도 제주의 자연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산방굴로 오르는 중간중간에 이런 안내판들이 있는데, 공부가 되는 것이 매우 유익했다. 평상시에는 이런 거 잘 읽지 않는데 호기심이 갈 정도로 올라가는 길은 아무것도 없었다. ...

올라가면서 계속 풍경 사진을 찍고.

드디어 도착한 산방굴. 멜번놈이 설악산의 금강굴이 더 멋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치 당연히 그 곳이 더 멋있을 수 밖에. 나는 거기 올라가다가 죽을뻔했는데.. 더 좋아야지.. 암암..


산방굴에 약수가 있어서 사람들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절을 드리고 한 모금씩 내려오는 것을 보고 컵 더럽다고 기겁하는 멜번놈. ㅋㅋ

산방굴에서 바라보는 풍경. 높은 곳이라서 더 멀리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다음 목적지 송악산.

내 가방을 메고 빨빨 거리며 돌아다녔던 멜번놈. 뒷 모습을 한 장 찍어보았다.

용머리 해안으로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몇시까지 하는지, 순찰(?)가는 멜번놈. 나는 귀찮아서 그냥 위에서 그를 기다렸다.



이렇게 산방산과 작별인사. 다시 저녁에 돌아와서 용머리 해안을 보기로 약속하고 송악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송악산에 도착하자마자 마라도로 향하는 배편을 알아봤다. 안타깝게도 바로 출발하는 11:45 배편은 매진이라 12:45에 출발하는 표로 예매를 했다. 2시간 가량 시간이 붕떠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마라도를 구경하기 전에 송악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너무너무 좋았지만, 햇살이 따가울 정도라 카페에서 빈둥거리고 싶었지만, 씐난 멜번놈덕에 땡볕에 걷느라 이날 시커멓게 타버렸다. 아놔, 송악산은 노을질 무렵에 오면 예쁜데 이놈이 제주를 모르네 그려~ ㅋㅋ





4번째 방문하게 되는 송악산. 풍경이 진짜 그림같은 곳이다. 

햇살이 너무 좋아 사진의 색감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색감으로 나왔는데, 나는 너무 덥고 힘들어 죽을 뻔했다..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산방산. 뷰가 너무 멋있다. 진짜 제주는 자연이다. 


길지 않은 트랙킹길인데, 날씨가 더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마라도를 다녀와도 방문해도 될 것을 굳이 이시간에 걷자고 한 멜번놈에게도 살짝 짜증이 났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마라도를 다녀와서는 용머리 해안으로 갈 예정이니 이 시간에 송악산을 방문하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왜 나는 멜번놈에게 괜한 분노가 치밀었을까? 생각해보면 멜번놈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내가 힘들고 피곤하니깐 짜증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저 놈때문이야 라고 이유를 전가시킨 것도 깨달았다. 그러자 내 짜증을 다 받아주는 멜번놈이 진짜 착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도 피곤하고 힘들고 나라는 인간 역시 만만찮게 성가신 편인데 어쩜 짜증한번 안 낼꼬? 멜번놈이랑은 진짜 하이 레벨로 극악한 여행, 아프리카 여행이나 북극 여행 등등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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