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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7 Korea

[제주여행] 6. 샤려니 숲길

by 여름햇살 201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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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1 - [Siesta/2017 Korea] - [제주여행] 5. 용머리 해안


10 Sep 2017


전날 맥주에 치킨에 한바탕 파티(?)를 버렸더니 아침에 일어나서도 속이 더부룩했다. 그리고 그런 것이 나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식사를 건너뛴채 이 날의 여행지 샤려니숲길로 향했다. 그리고 4시가 다 되어갈때까지 식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 하하.


멜번놈이 샤려니 숲길을 가고 싶긴 하지만 이제 제주 여행에서 모든 것은 내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다. ㅋㅋ 빵터져서 나도 샤려니 숲길을 좋아한다고, 니가 가고싶어하는 곳은 다 갈꺼라고 안심하라고 했다. 트레이닝의 효과는 매우 강력했다.


서귀포에서 샤려니숲길을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1번 갈아 타야했다. 먼저 성판악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 다음 그 곳에서 한 번만 갈아타면 바로 샤려니 숲길 입구로 향할 수 있었다. 


짜잔.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전날과 달리 환승하는데 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아 매우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다. 나에게는 벌써 3번째 방문이다.


2012년 겨울부터 2014년 회사를 그만둘때까지 나는 한달에 한 번씩 업무 때문에 제주도를 방문했었다. 그래서 종종 목요일에 업무약속을 잡고 금토일을 놀고 서울로 간다거나 화요일로 업무를 잡고 토일월을 논다거나 하는 식으로 회사돈으로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제주 여행을 꽤 했었다. 그리고 그 덕에 제주의 4계절을 온전히 맛보는 호사를 누렸는데, 이전 회사에서 가장 좋았던 추억이 요 회사돈으로 제주여행하기였던 것 같다. ㅎㅎ 그때 혼자 샤려니숲길을 오고 회사분들과 샤려니 숲길을 방문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오게되니 그때 생각이 나서 더 좋았던 방문이었다. 

문제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기억으로 샤려니 숲길 앞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팔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전혀 없는 것이다. 멜번놈은 배고프다고 하기 시작하고.. 다행히 내가 가방안에 녹차쿠키를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도종환 시인이 샤려니숲길로 지은 시가 있었다. 샤려니숲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 시가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한글을 못 읽는 멜번놈은 자꾸 해석해달라고.. 야... 자꾸 challenge 하지마..

난 이 돌탑만 보면 왤케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앙증맞은 한국의 문화 중 하나. 아, 아시아권인가? 그래도 한국 돌탑이 제일 예쁘다. ㅎ

나는 여행할때에는 별의별 시시콜콜한 것까지, 그 모든 것들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멜번놈은 전혀 흥미가 없다.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사진 찍는다고 좀만 주춤하면 저 멀리 달아나있... 그래서 모든 사진이 맘이 급한 상태로 찍은 사진들 뿐이다. 하핫. 

요것도 나뭇가지가 아니라 나무기둥에서 잎들이 자라나서 신기해서 찍었다 샤려니 숲길에는 요런 나무가 거의 다였다. 신기했다. 

자연은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뭇잎 풀꽃 하나도 경이로움의 대상이다. 이걸 왜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았을까?

우리와 함께 샤려니숲길을 종주한 분들. 시작이 비슷해서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산책했다. 동행같은 느낌. 

모든 오름이 통제 된 상태라 어떤 것도 오를 수 없었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오픈되어 있었도 배가 고파서 갈 에너지가 없었다.... 길가다가 풀뿌리를 캐먹을 뻔 했다.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킬 수 있는 산책길. 

처음보는 꽃. 아기자기한 꽃들이 진짜 예뻤다. 자세히 보면서 그 작은 것들을 어떻게 피웠을까 하며 놀랐다. 


가도가도 끝은 없고. 한끼도 먹지 못한 채 샤려니숲길의 산책이 종료되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먹을 것을 챙겨 오리라.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종주(?)한 우리둘에게 박수를 보냈다. 출구로 나오자마자 제주시로 향하는 버스가 와서 단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대신에.. 그 근처에서 먹을 것을 판매하고 있는 푸드 트럭을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이렇게 장시간 강제 단식 제주여행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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