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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한복 입은 남자

by 여름햇살 2018.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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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국내도서
저자 : 이상훈
출판 : 박하 20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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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말에 나가려고 했던 독서 동호회의 선정 책이라 읽게 되었다. 결국에는 당일날까지 다 읽지 못해서 동호회도 나가지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선택된 2018년도의 첫 책.


책은 역사속에서 사라진 장영실이 세종대왕의 배려로 중국의 정호 장군과 함께 조선을 떠나 구라파로 넘어가 로마에 도착, 그 후 사건으로 인해 피렌체로 넘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그의 스승이 되어 그에게 영감을 주었을 지도 몰라 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저자가 조사를 많이 하여 사실에 근거하여  솔깃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고,  소설이라 그런지 술술 잘 읽히고(기계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 머리가 나빠서인지 장영실이 고안한 기계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갈등구조 등 극적인 장면들이 많아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실 이 책의 초입에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나는 꼰대가 되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기에 매 순간 타성에 젖지 않으려 노력하고 어떤 생각이든 수용과 비판을 적절히 섞어가며 판단해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의 구상에서부터 그랬던 나도 서양문화의 사대주의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내 사고를 한 번 흔들어주었던 이 책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중2때 윤리시간이 있었다. 책의 초입은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어 몇장에 걸쳐 그들의 업적에 대해 찬사하고 있었지만, 세계 4대 성인 반열에 올라있는 공자의 철학은 반장에 끝났고 장자와 노자는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그리스 미술, 알렉산더 대왕 때문에 펼치게 된 동서문화의 융합 헬레니즘 양식에 대해서는 중2때 배웠는데, 우리나라의 추사 김정희의 서체 특징은 얼마전 알쓸신잡에서 배웠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서양의 역사와 미술보다 덜 중요하다는 생각은 별다른 노력없이 학교만 다니는 사람에게는 주입되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사람들이 만든 사회이다. 그런 사람들이 일구어가는 사회가 건강할 수 있을까. 이제서야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살피지 않는 이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가 이해되었다. 자신의 것은 돌보지 않고 다른 것이 더 낫다며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사람은 몇년 후, 그리고 몇십 년후에는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올 한 해의 시작을 연 책이 이 책이니 만큼 올해에는 자기계발서 좀 그만 읽고 나의 조국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봐야지!


+


지난 번 말라카에 여행을 갔을때 정호 장군에 대한 (영어로 general chengho로 되어 있어서 난 여태 청호 장군인줄~) 박물관이 있었다. 꽤 이른 시기에 해로를 통해 다른 대륙을 여행했던 그를 요렇게 소설에서 다시 만나니 뭔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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