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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

by 여름햇살 2018.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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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국내도서
저자 : 한동일
출판 : 흐름출판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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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동일 교수가 서강대학교에서 라틴어 강의를 진행했던 내용을 엮은 책이다. 작년에 한창 흥행이 되었고 '라틴어'라는 것에 관심도 생겨서 읽어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드디어 읽어 보게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대학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정서적으로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주어진대로만 그냥 따라가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전공 커리큘럼이 국시를 위해 이미 셋팅이 되어 있었고, 나는 선택할 것도 없이 정해진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기만 하는 내 전공이 좋았다. 전공 특성상 수업은 토론보다는 이해와 암기가 주로 이루는 공부였다. 사실 토론을 하면 끝도 없을만큼 무궁무진했겠지만, 비판적 사고를 할 줄 모르는 나는 그냥 텍스트를 외우기만 하는 공부를 했다. 대학수업으로 나의 철학을 발전시킨다거나,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한 학년에 40명 밖에 없었고, 교양수업마저 과동기들과 들었기에 대학교 1학년때의 생활이 고등학교의 삶과 별다른 것이 없었다. 강의실도 바뀌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그 다음 강의의 교수님이 강의실로 들어오기도 했다. 대학교 2학년때는 나름 용기를 냈다. 동기들은 학점 받기 쉬운 과목을 찾아서 들었으나, 나는 이번만큼은 진짜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듣고 싶었다. 나 혼자 교양과목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신화를 수강신청했다. 소수의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강의는 만석이었지만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수업은 형편없었고, 나는 일주일의 3시간이 아까웠다. 중간고사 기간에야 알 수 있었다. 시험시간에 교수님은 자리를 비웠고, 학생들은 환호를 하며 책을 꺼내 답안지를 채워나갔다. 강의실로 미처 책을 가져 오지 못한 나는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그 것이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수업의 결과였고, 나는 그 뒤로는 전공수업에만 열중했다. 그 시기에 내가 실망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만약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을 대학시절에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라틴어 수업을 읽다보면 이 수업은 '라틴어'라는 지식을 알려주고 학습하게 하는 수업이 아니었다. 라틴어라는 매개를 이용하여 수강생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수업이었다. 즉,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탐구하는 시긴인 대학생들에게 아주 적합한 강의인 것이다. 


이미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나조차도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하고 싶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은 미루고 미루던 스페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또 이미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잘 놓아버릴 수 없는 물질이라는 것에 대한 집착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기만 한다면 내 마음대로 살수 있는 자유가 얻어지는데, 비교와 함께 물질에 대한 욕망이 쉽게 놓아지지는 않는다. 물론 욕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집착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꽤 많은 동기들이 졸업시점에 공부를 더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당시의 나는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몰랐기에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았다. 그리고 7년간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알아냈다. 내가 현실적인 이유로 내가 하고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의 수양을 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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