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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딸에 대하여

by 여름햇살 2018.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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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국내도서
저자 : 김혜진
출판 : 민음사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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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린 소꿉장난을 하는게 아냐. 그런게 아니라고."


"그래, 그럼 소꿉장난이 아니라는 걸 어디 한번 말해 봐라.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너희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해?"


내가 이 책을 읽어야지라고 결심을 했던 것은 시네 21에 인용되었던 이 대화내용 때문이었다. 이 책은 동성연애자인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해' 라는 말에 조금은 뜨끔했다. 나는 예전 대선토론에서  '동성연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닌 성적 취향의 문제' 라고 말했던 심상정 의원과 같은 입장이다. 그런데 조용히 침묵함으로써 내가 그들이 원하는 사회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 예상과 벗어났다. 나는 이 책을 동성연애에 관한 책도, 세대차이에 관한 책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인간의 내적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매우 거북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속에서 타인을 판단하고 세계를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70억 인구가 있다면 70억개의 세상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단 하나의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 각자의 인생이고 각자의 세계일 뿐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으니 너도 내 생각에 맞추어라, 이 폭력은 특히 부모와 자식간에서 많이 발생한다. 예전에 동호회 사람들과 채식주의자 부모의 슬하에 자란 아이의 이야기를 한 적어 있다. 태어나서부터 채식만을 섭취한 아이는 또래 아이에 비해 발육이 비정상적이었고 체구가 몹시 왜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것이 아동 폭력이냐 아니냐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와 함께 종교가 있는 부모의 밑에서 태어난 아이가 모태신앙을 갖는 경우 이것은 또 아동 폭력일 수 있느나 아니냐 라는 주제로 넘어갔다. 우리의 결론은 그 어떤 것도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충분히 논의가 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폭력에 대해 기준이 너무 낮은 것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상대에게도 이유가 있다. 그들의 삶의 역사를 엿보게 되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 들, 그 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거북했다. 하지만 그 거북함으로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거북함 또한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감정임을 깨달았다. 나 역시 상대에게 나의 세계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세계가 만나 튕겨나가지 않고 융합되기 위해서는,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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