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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마담 보바리

by 여름햇살 2018.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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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국내도서
저자 :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 김화영역
출판 : 민음사 200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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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 심리학은 폭력적이다. 결과론적인 그의 이론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숙명으로 인해 운명론으로 빠지게 된다. 한 인간의 현재를 그가 겪은 과거와 갖고 있는 조건들로 해석한다면 그의 삶을 정당화 시켜주게 되는 장점은 있다. 과거의 일이 불행했다면 그의 슬픈 현재를 위로해 줄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다음은 없다. 과거의 사건을 나의 현재와 결부시켜 인과관계로 해석하게 되면, 원인을 바꿀 수 없으면 결과치를 바꿀 수가 없다. 왜냐면 과거는 결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프로이트는 족쇄를 채워버리는 겪이다. 프로이트에게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저는 현재 이래요. 라고 말하는 이에게 프로이트는 완벽하게 왜 현재 그런 상태인지 설명해줄 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은? 


아들러의 심리학은 잔인하다. 프로이트와 달리 아들러는 삶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을 목적론적으로 접근한다. 그 어떤 일을 겪었건, 그 어떤 환경에 처했던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내가 원해서' 라고 말을 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더 이상 현재 우리 자신의 불행에 과거의 안 좋은 일을 끄집어다가 내놓으며 변명을 할 수 없게 된다. 면죄부는 사라지고, 우리는 우리의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내 뜻대로 하기 힘든 인생살이 속에 살아가며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붙들고 있던 그 방패를 치워버리고, 아들러는 우리를 삶과 온전히 마주하도록 내몰아버린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내 현재의 행복은 과거의 역사와도 상관이 없고 나에 부여된 조건들과 관계 없이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만 결정된다면, 우리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행복해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잔인해보였던 아들러 심리학은 우리를 구질구질한 과거와 조건들로부터 해방시켜준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성경에 '오른 뺨을 때리면 왼 뺨도 돌려 대라' 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오른 뺨을 맞게 된다. 그럼 나는 화내야 하나? 아마도 프로이트는 그렇다 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들러는? 오른 뺨을 맞는 것과 분노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오른 뺨을 맞았지만, 분노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내 몫이다. 예수님은 분노하지 않고 왼 뺨을 돌려댔다. 오른 뺨을 맞는 것과 분노는 아무 관계가 없음을, 그리고 오른 뺨을 맞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그리고 행복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만약 화가 난다면 그 것은 내가 뺨 맞은 그 상황에 화를 내고 싶어하는 것일뿐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음에도 행복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방패를 꺼내들고 그 뒤로 숨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의 삶의 비루함을 이 이유 저 이유 갖다 붙이며 변호하는데 전 생애를 바친다. 더이상 그들에게 진짜 관심사는 행복이 아니다. 그들은 드라마에 빠져있길 원한다.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나열하고 타인들로부터 공감받기를 원한다.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과관계 없는 사건들을 나열하며 인과관계를 확인해주길 기다린다. 그러나 막상 이들이 위로를 받아야 할 것은 그들의 삶이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연극성 성격장애'라는 병이다. 


엠마는 전형적인 연극적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 감정은 지나치고, 과도한 인정욕구를 갖고 있다. 여러 정부를 두었던 것도 놀랍지가 않다. 관심이 지속되지 않자 삶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느끼고 자살을 선택했다. 이 것이 내가 이 소설을 재미 없게 여기는 이유이다. 소설의 기교로써 자세하고 관능적인 묘사는 흥미롭지만 주인공 자체가 아무 매력이 없다. 변명 많았던 그녀의 삶에 함께 스며들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녀와 같은 시기를 겪은 적도 있지만 나는 그녀와 달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이 경험 때문에 나는 더욱더 엠마를 가혹하게 평가하게 된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여자로서 제한된 삶을 살게 되었던 사회적 배경, 그리고 자신의 삶에 안분지족 하기에는 넘치는 외모와 재능을 가진 그녀에 대한 변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내 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하루동안 생각해봤다. 나는 뭐가 불안해서 그녀를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일까. 그녀의 불안정함에 압도되어 겨우 쌓은 내 행복이 주저 앉을지도 몰라 라는 불안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매우 잘 쓰여졌다. 그리고 나는 불안을 내려 놓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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