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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82년생 김지영

by 여름햇살 201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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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국내도서
저자 : 조남주
출판 : 민음사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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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운이 좋게도 살아오면서 성차별을 겪은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어렸을적부터 부모님은 남동생보다 나를 더 좋아하셨다. 왜냐면 어렸을 적의 나는 나름 똘똘하고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다. 나의 조부모님 또한 나를 더 좋아했고, 심지어 작은 아버지 마저 나를 더 좋아했다. 아빠와 작은 아버지는 원래 3남매로 막내 여동생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불치병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들었다. 살아계셨다면 나의 고모가 될 그분을 내가 닮았다고 했다. 내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신설고등학교였고, 그렇기에 분위기가 자유로웠다. 여학생들도 교복바지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분위기였고, 재학 3년동안 남학생과 차별받는 경우는 없었다. 많은 여자들이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는 남자친구로부터 부조리한 일을 처음 겪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나는 성질이 못되서 그런지 내가 만난 남자친구들을 내가 괴롭혔으면 괴롭혔지 그 반대의 경우는 없었다. 나는 이다지도 운이 좋았다. 그랬기에 나의 세계에서는 남녀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고,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얼마전까지만해도 남녀불평등을 언급하는 여자들이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번째 이유로는 내가 겪은 적이 없으니 상대방이 어쩌다 겪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서의 오빠나 동생과의 차별이나 직장 상사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나는 그 부모가 그리고 그 직장 상사가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남녀불평등을 겪은 이야기를 하는 여자들이 사건에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지나치게 감성적이었기 때문이다. 감성에 치우친 이야기는 과장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신뢰를 잘 하지 않는 나의 성격의 잘못이었다. 이렇게도 나는 오만했고, 내가 여자임에도 해당 이슈에 무지했다. 한편으로는 내 눈에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실체를 부인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남녀불평등이 없는 세상이라고 믿는다면 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지만, 그걸 인정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난 2년동안의 화두는 '페미니즘'이었다. 책도 읽어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그리고 인터넷의 글들도 읽어보고 나서 나는 나역시 잘못된 성에 대한 관념의 피해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 예전의 나의 모습에는 같은 여성을 향한 가해자의 모습이 있다는 것도 인식했다. 내가 인지하지도 못했던 그 자체가 무섭기도 했고, 앞으로 언행에 좀 더 신중함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념은 문화와 습관과 무의식이라는 이름으로 숨어 있었다. 


 페미니즘의 깊이가 더해질 수록 엄마와의 싸움이 줄어들었고,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사이가 좋다. 페미니즘 덕분에 엄마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적극적인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세상을 바꿀 용기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다만 그 간의 무지와 이해 부족의 시간을 반성하며 내 주변의 여성들이 삶에서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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