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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피로사회

by 여름햇살 2018.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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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국내도서
저자 : 한병철(Han Byung-Chul) / 김태환역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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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의 종말이 각 개인에게 자유를 가져다 주었을지는 몰라도 행복마저 안겨다 준 것은 아니었다. 신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개인들은 자유라고 적힌 깃발만 전리품으로 얻었을 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발가벗겨진 채로 새로운 사회를 맞이해야했다. 처음에는 종교와 계급에서 벗어난 개인은 자유의 달콤함에 도취되었다. 신의 그늘에서 벗어난 그들은 그 무엇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유가 주는 행복함은 잠시 뿐이었고, 각 개인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스스로가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에 직면했다.  과거의 가난이 신이 부여한 운명이었다면, 지금의 가난은 나의 '잘못된'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 과거의 불행이 신으로부터 벌을 받은 결과였다면, 현재의 불행은 좀 더 행복한 삶을 선택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 


그리하여 개개인은 현재의 재정 상태 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까지도 일상에서 마주 하는 모든 이들로부터 평가당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사람들은 소유물로 개인의 나태함, 혹은 그 부모들의 부지런함과 게으름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죄악이라고 말하고 이제부터는 너도 할 수 있다는 자기 계발서들이 쏟아지고 개인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좀 더 나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압력은 물질적인 분야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행복이라는 감정 또한 세분화되어 등급으로 매겨졌다. 그리하여 좀 더 나은 등급이 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활동들이 상품으로 만들어져 쏟아졌다. 이렇게 많아진 선택지에서 개인은 근대의 축복이라는 '자유'로 선택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결과는 온전히 그 선택을 한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우리가 부유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우리 자신이 되버렸다. 우리는 잘못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끝없는 자기 착취에 빠진다. 자유의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내가 올바른 선택을 내린다면 나는 부유해지고 나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 것이 저자가 '피로사회'에서 말하는 '긍정성의 과잉'의 시대이다. 그리고 자신이 되고자 바라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은 '피로감'과 '우울증'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것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을 한다. 자신의 욕망뿐만 아니라 성과사회에 내재하는 시스템의 폭력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내린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하지 않을 힘'에 대한 언급과 함께 활동 과잉에 내몰린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색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행동의 주체는 오직 잠시 멈춘다는 부정적 계기를 매개로 해서만 단순한 활동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우연의 공간 전체를 가로질러 볼 수 있다.


우리는 끝없이 내달리지만 내달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 돈을 왜 벌고 싶은지, 이 것을 왜 공부하고 싶은지 등등에 대한 성찰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이 만들어낸 시스템 위에서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는 삶을 '살아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성찰의 과정은 피곤하다. 사랑노래에 내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는 식상한 멘트가 항상 들어갈 정도로 우리는 우리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 피로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능동형의 삶이 되어야 하고, 그 능동적인 삶의 시작은 자신의 욕망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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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책에 나온 멘트는 완벽하게 위빠사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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