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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스님의 주례사

by 여름햇살 201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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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국내도서
저자 : 법륜(Ven.Pomnyun)
출판 : 휴(休) 201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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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륜 스님의 책들은 내용이 모두 비슷비슷하다. 그런데도 읽을 때 마다 새롭다. 스님의 표현에 의하면 '습관'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에는 '그렇지! 내가 왜 이렇게 답답한 짓을 하고 있었을까' 하고 깨닫지만, 책을 읽고 돌아서면 다시 내가 여태 살아온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번뇌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첫 회사에 입사했을때의 주임님이 결혼 전에 읽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앞두고 진지한 얼굴로 책을 읽으시던 그 분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과거의 나의 연애의 마인드는 '아님 말고' 였다. 이런 태도 였기에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자주 싸우는 친구들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싸우고 난 뒤에 속상하다고 하는 그들에게 공감을 해주지 못하고 '그럼 그냥 헤어지면 되잖아?'를 남발했다. 결혼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이 연애인데, 그 연애가 괴롭다면 뭐하러 붙어 있는건지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 입맛대로 바꾸려 드는 것을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도 아닌, 고작 몇달 혹은 몇년 만난 사이가 뭐라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울고 불고 한단 말인가? 그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들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다름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면 쿨 하게 헤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아 나랑 다르구나 그런데 헤어진다고 해도 잠시 허전한 것 외에는 별로 아쉬울 것은 없겠구나 라는 나 잘난맛에 훌훌 잘 떠났다. 그래서 나는 내 삶에 매우 만족해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의 인연들은 그랬던 나에게 엄청나게 욕을 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벽에 똥 칠할때까지 살아가겠군. 


그런데 나의 태도는 정말이지 딱 연애에서만 용납가능한(?) 행위였다. 나의 행위는 실제로 법륜 스님이 평상시에 말씀하시는 삶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 책은 결혼을 앞둔 혹은 결혼을 한 이들에게 하는 말이라 그런지 조금은 다르다. 결혼을 했으면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자신처럼(?) 혼자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법륜 스님은 책 전체에서 결혼이 괴로운 이유는 상대로부터 덕을 보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고르고 골랐는데, 실제로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괴로움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결핍을 스스로 극복하려 하지 않고 간단하게 그 결핍을 해소시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을 때에만 관심을 갖고 애정을 느끼는 것이다. 이 것은 연인관계뿐만 아니라 친구, 심지어 부모자식 관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대도 나와 같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에 불행이 시작된다. 나는 나의 이기심으로 상대를 만나지만 상대는 그저 나라는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삶, 이 책은 전부 그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스님은 책 말미에 세상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잘 굴러가고 있다고 하신다. 모든 부모들이 기도만 잘 드려서 자식들 모두 서울대에 들어가게 된다면 사회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화두를 던지신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의 대부분의 일은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고, 그렇기에 사회가 혼돈에 빠지지 않고 문제없이 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에 그저 막연히 바라며 욕심만 부렸던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와 함께 내가 바라던 것들이 모두 이러우지지 않은 덕에 순리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 사회에 감사함을 느꼈다. 


삶에서 사건들은 내 욕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일도 많다. 내 인생이라고 내 뜻대로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와 함께 그럼에도 내 마음은 내 것이기에, 어떤 좋지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도 나는 행복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상황을 바꾸지 못해 괴로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행복해져야 하는 것이다. 


요즘의 나는 내가 내 욕심만 부렸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다시 한 번 반성해본다. 난 왜 맨날 자기 잘난 맛에 인생을 사려고 할꼬. 좀 더 나의 성질머리를 죽이고 겸허함과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껴야지.


+


남자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했는데, 몇장 읽지는 않으셨지만 마음에 들어하는 듯 했다. 이렇게 엄마에 이어 남자친구마저 법륜스님으로 영업 성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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