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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 자존감이란 몸으로부터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by 여름햇살 2018.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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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국내도서
저자 : 디아
출판 : 웨일북 20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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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시 본래의 습성인 나로 돌아와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만, 2017년 하반기에 한창 명상에 관심을 가지며 짧게나마 매일 수련을 해가던 때에 있었던 일이다. 나를 지금의 회사로 불러오셨던 분이 여태 해오던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회사를 그만두셨는데, 회사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어 들렀다가 내 얼굴을 잠깐 보고 간 적이 있었다. 퇴사하시기 전에 부탁했던 것을 잊지 않고 챙겨오신 그 섬세함에도 감동을 받았고, 퇴직 이후에도 인연이 끊기지 않은 것도 좋았던 짧은 만남의 순간이었다. 그러다 이상한 경험을 했다. 건네주신 선물을 받고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당황했고 상대방도 적잖이 당황했다. 왜 우냐고 묻는 상대방에게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난다고 대답했다. 찔끔이 아니라 눈물이 폭푸수마냥 흘러내려서 오가는 사람이 많았던 회사 로비에서 나는 어쩔줄을 몰라했다.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지인은 "이 이야기 안하려고 했는데.." 라고 하면서 최근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셨다. 한달 전에 친 오빠가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너무 젊은 나이라 충격도 많이 받았고 상처도 많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힘든 것은 자기인데 왜 나보고 우냐고 같이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과 내 마음이 공명했다는 것을. 올해 요가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아니라 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런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내가 체험하지 못했다면 그 배움은 내게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다가 왔으리라.  그래서 조금 더 소중한 경험이었다.


과거의 나는 내 몸은 사라지고 생각만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추장스러운 육신에서 벗어나 내 뇌만 컴퓨터에 연결되어 모든 기억을 저장하고 순식간에 지식을 검색하고 당면한 업무를 해결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라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지금에서야 그것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를 깨닫는다. 몸이 사라지고 뇌만 남게 된다면, 저장할 기억도, 검색할 지식도, 당면할 업무도 없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몸을 하대하며 한 평생 살다가, 크게 아프고 나서야 몸의 중요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몸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지고 난 다음에야 나의 마음과 몸이 하나라는 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 의식을 갖고 난 다음에야, 몸을 통해서 내 마음의 상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내 마음이지만 나도 모르겠다"는 통속적인 사랑 노래 가사같은 상황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몸을 관찰하다보면 내 마음이 드러났다. 긴장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는 호흡을 제대로 쉬고 있지 않았다. 가끔씩 멈추고 있는 내 자신도 보였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긴장을 할 때에는 어김없이 어깨가 딱딱해지고 위로 올라가 있었다. 스트레스 많은 상항에서느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에는 몸도 같이 처졌다. 평상시 잠을 많이 자지 않는 나이지만 이럴때에는 꼭 늦잠을 잤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잠깐의 그런 경험을 하고난 후라서 그런지 이 책의 내용은 피부로 다가왔다. (물론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몸'의 체험에 대해서는 '머리'로 이해하려는 내가 불쑥불쑥 나타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도 요가와 마음수련을 통해서 본질의 나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바라는대로 산다기 보다 '내가 만들어낸 나의 욕망'이 이끄는대로 살아간다. 나라고 착각하는 그 '욕망'에 따라가면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게 아닌데 라며 고통스러워한다. 삶이란 것은 진짜 나와 욕망을 분리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고로 내일 새벽에는 꼭 요가를 수련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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