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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불렛저널 Bullet Journal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정리하며 미래를 계획하라

by 여름햇살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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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렛저널
국내도서
저자 : 라이더 캐롤(Ryder Carroll) / 최성옥역
출판 : 한빛비즈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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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정리하며 미래를 계획하라


 나는 다이어리를 꽤 오래 썼다. 흔히들 말하는 링바인더 형식의 시스템다이어리는 중학교 1학년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때는 일정관리라기보다는 '꾸미는 노동'에 가까웠다. 손재주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내 나름 형형색색 펜을 이용해 그림과 이런 저런 시덥잖은 문구를 써 넣거나 아니면 잡지에서 오려 붙인 사진따위를 스크랩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중학생때에는 관리할 일정이란 것도 없었다. 부모님이 깨워주는 시간에 일어나고, 차려진 밥을 먹고 학교에 갔으며 하교 후에는 친구들과 놀거나 정해진 시간에 학원에 갔다. 학원을 다녀와서 자기 전까지는 컴퓨터로 채티 혹은 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보거나 관심있는 책을 읽었다. 아주 단순한 삶이었다. 사실 고등학교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나에게 다이어리는 정말 내 머리를 떠 돌아다니는 생각들을 나열하는 다이어리일 뿐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을 하고 나서 처음 일정관리의 필요를 느꼈다. 먼저 중고등학교때와 달리 요일마다 같은 일정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공강에는 무엇을 할지 정해야 했고, 3학년때부터 과외를 시작하고서는 저녁 일정마저 복잡해졌다. 요일마다 다른 일정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래서 한손에 들어오는 얇고 폭이 좁은 위클리 스케쥴러를 사용했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프랭클린 플래너로 변경을 했다. 요일 단위가 아닌 매일매일 시간별로 무엇을 할지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떠서부터 잠이 들때까지 분단위로 일정을 쪼개 해야 할일을 빼곡하게 적었다. 그 리스트만 보기만해도 내가 생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만족감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 많은 일들을 그리고 제시간에 제대로 해낸 것은 드물었다. 


 회사를 옮기고 연차가 쌓일 수록 업무는 복잡해졌고 나는 내 하루의 일정을 관리 할수가 없어졌다. 당일에 해야 하는 due date이 당장 오늘인 일들을 해치우는데에도 허덕였고, 하루를 돌아보거나 일정을 계획하는 일은 사치가 되었다. 내 하루가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내게 매일 좌절을 안겨다 주었다. 내 삶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고, 그래서 다이어리와 멀어졌다. 그런 나에게 회사 동료는 불렛 저널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해야 할 일만 일단 리스트업을 해 놓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꽤나 만족스러웠다. 나랑 맞다는 생각에 인터넷과 핀터레스트 등으로 정보를 수집해 보려 했으나 실용목적이라기보다 화려함에 가까운 샘플을 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의지가 꺾였다. 저러는 시간에 차라리 예전처럼 프린트된 속지를 사서 다시 쓰겠어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당연히 결과는 실패. 다시 내 손에서 일상은 빠져 나가고 다이어리의 속지는 공백으로만 채워졌다.


 다이어리의 무게에 대한 불편으로 디지털화를 도전해보기도 했다. 구글 캘린더+위젯칼, Wnderlist, workflowy, daily note, evernote, weple money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어플을 모두 활용해봤다. 처음에는 매우 효율적인 듯 보였으나, 데이터들이 흩어져있어서 통합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편의를 위해 중복으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고, 중복으로 업데이트 하자보니 시간과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기분이었다. 일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퇴사를 하고 넘쳐나는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다시 다이어리를 꺼내들었다. 내게 가장 맞았던 위클리 다이어리를 얼마전 구매해서 한달간 사용을 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얇은 다이어리 덕에 장기 계획 및 세부적인 일상 관리는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불렛저널을 제대로 사용해보고자 얼마전 출판된 책 '불렛저널'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아이고, 책 감상문에 대한 서론이 참 길다.


불렛저널은 디자이너이자(이 이력을 보니 직접 만들어 써야 하는 불렛 저널이 이해가 된다) 작가인 라이더 캐롤이 고안한 스케쥴러의 형태이다. 그는 "불렛저널을 이용하여 일은 적게 하면서 더 큰 성과를 낼수 있다. 그리고 의미없는 것은 싹다 없애버리고, 진정 의미있는 것을 찾아 집중하게 해준다(P32)" 고 말을 한다. 그러면 그 방법은 어떠하느냐, 매우 간단하다. 펜과 빈 종이를 꺼내 들고 1. 첫번째 줄에 현재하고 있는 모든 일을 나열 2.두번째줄에 해야 할 일을 나열 3. 마지막 줄에는 하고 싶은 일을 나열  한다. 그런 뒤에는 1. 이것이 중요한가? 2. 이것이 꼭 필요한가? 라는 가치 파악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해석하기로는 불렛저널의 다양한 기교들은 이 책의 주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저자의 블로그와 불렛 저널, 저자 스스로의 상품성을 높이고 구매하고싶게끔 포장하는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 포커스를 맞추면 본질을 놓친다. 저자의 본질은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불렛 저널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불렛 저널을 사용하는 것이 주가 되면 안된다. 주객전도의 꼴이다.


그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통제 가능 여부'이다. 그는 일일 성찰 daily reflection (P180)로 아침에 계획을 세우고 저녁에는 검토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이동을 통한 월간 성찰과 연간 성찰 또한 추천을 한다. 이 성찰을 통해 그는 통제할 수 있는 대상과 없는 대상의 식별을 요구한다. "일평생 많은 걱정이 있었다. 대부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라는 마크 트웨인, 그리고 "해결 될수 있는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라는 달라이 라마(P259)  의 말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지만 그것들은 말그대로 우리가 통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내 의지와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쓴다면 정작 중요한 것, 나의 통제권 안에 있기에 내 의지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해야 할 일(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기록하고 그리고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를 성찰하는 활동이 가장 큰 요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비싼 스케쥴러가 아닌 펜과 노트, 그리고 자신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가짐만이 있으면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읽다보니 예전에 읽은 책 2018/07/21 - [일상/불친절한 감상자] - 책 미루기 습관은 한권의 노트로 없앤다 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목표(계획) 및 결과의 일일 리뷰(아침 저녁) 를 강조하고 있었는데, 그 맥락이 겹친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포장에 신경을 썼던 과거를 반성해본다. 결국 다시 원점이다. 예쁘고 화려하게 만들지말고(사실 포기) 본질에 충실하도록 계획하고 기록하고 검토하는 일상을 만들어봐야지.


그간 프랭클린 플래너, 윈키아, 양지사 속지를 거쳐간 나의 (생채기 작렬하는) 베지터블 가죽 다이어리. 지저분한 것들을 다 제거하고 5mm 그리드 노트만 남겨 두었다. 이미 하나의 양식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지저분한 내 일상이 정돈된 것 같은 건 내 기분탓이겠지. 개인적인 이야기 + 똥손 + 악필이라서 기재된 것을 공개 및 리뷰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지켜보는 눈(!)이 없다고 게을리 하지는 말자. 


+

참고용

1. 불렛저널 웹사이트


https://bulletjournal.com/


저자의 웹사이트. 영어로 작성되어 있지만 해석이 목적이 아닌 참고 목적으로 읽는 것이기에, 영알못인 나에게도 어렵지는 않았다. 

참고하기 쏠쏠함.




2. Pinterest

bulletjournal 로 검색하면 시판되고 있는 다이어리 뺨치는 페이지들을 구경할 수 있다. 좌절금지. 



왜땜에이렇게까지..........




+

책 내용 발췌 


불렛 저널의 주요 개념(P86,87)


1. 색인

-불렛저널에서 주제와 페이지번호를 이용하여 내용을 찾는데 이용된다

2.퓨처로그 

-당월 이후 발생하는 미래에 할 일과 이벤트를 저장하는데 이용

3. 먼슬리로그

-당월에 발생하는 할 일과 시간에 대한 개요

4.데일리로그

-하루 동안의 생각은 빠르게 기록하기 위한 잡동사니 주머니 역할

5.빠른 기록

-기호와 짝을 이룬 짧은 형식의 표기법을 이용하여 빠르게 생각을 포착하고 노트, 이벤트, 할일로 부류하고 우선순위로 결정

6.컬렉션

-모듈러 방식으로 불렛 저널을 구성하는 요소. 관련 내용을 저장하는데 이용.

핵심 컬렉션은 색인, 퓨처 로그, 먼슬리로그, 데일리 로그지만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어 무엇이든지 기록할 수 있다.

7.이동

-매달 노트에서 의미 없는 내용을 걸러내는 과정


P100

1.해야 할 일 Task

2.경험 Event

3.기억하고 싶은 정보 Note


P102

기호


· 할일 Tasks 실행해야 할 일

X 완료된 일 Completed tasks 할 일이 완료된 경우

(실제로는 · 위에 엑스표)

> 이동된 일 Migrated tasks 할 일이 다음 먼슬리로그나 특정 페이지 컬렉션으로 이동된 경우

<예정된 일 Scheduled tasks 할 일이 당월 이후로 확정 되어 노트의 앞 부분에 있는 퓨처로그로 이동된 경우

무관한일 Irrelevant tasks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일

O 이벤트 Event 예정된 일정(ex.생일 파티) 또는 이벤트 발생 후(ex.계약 완료)


P113

- 메모 : 사실과 아이디어, 생각과 관찰, 기억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또는 반드시 실행할 필요가 없는 정보, 간략하게가 핵심. 정보의 정제

*우선사항 :중요도, 아껴쓰기

!영감 : 좋은 아이디어, 개인적인 슬로건, 뛰어난 통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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