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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휴가 1 평창

여름햇살 2020. 8. 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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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7 29

 

이번 여름 휴가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진행되었다. 지난 겨울부터 이번 여름은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시아버지께서 친히 장소와 일정을 정하셨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제주도는 안 된다고 생각하셔서 강원도로  장소를 정하셨고, 일정은 7월 마지막 주 수목금으로 정하셨다. 여기서도 오해가 있었는데.. 신랑과 나는 수목 1박 2일로 알고 있었고, 짐을 그렇게 챙겼으며, 강원도에 도착해서야 2박 3일 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뭔가요. 수수께끼 휴가인가요. 그렇게 2박 3일간 하하호호 놀다온 이야기.

 

11시에 정동진 바이크가 예약되어 있다고 하여 새벽일찍 일어나 출발하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출근차들로 인해 성남까지는 차가 많이 막혔다. 매일 이 교통체증을 뚫고 출퇴근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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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는 무조건 우동이지!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신랑과 나는 휴게소에서 우동을 한그릇씩 후루룩 먹었다. 그러고 나니 11시 도착은 무리일 것 같아 언니에게 연락을 했더니, 레일바이크 시간을 11시에서 1시로 변경하겠다고 한다. 먹깨비인 우리 때문에 이렇게 되었구나.. 죄의식을 갖고 있었는데, 아버님네 차도 11시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레일 바이크를 타기 위해 기다렸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코로나의 위력을 실감했다.

귀머거리가 될뻔한 레일바이크의 첫 경험.......... 레일을 따라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너무나 시끄러워서(원래 그런 것인가?) 옆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페달을 밟아야 나아가는 것이 아닌 전기의 힘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말도 못하고 더운 여름날 페달까지 밟아야 했다면 그야 말로 돈내고 극기훈련 될 뻔 했다..

 

이 것이 정동진의 그 유명한 나무인가요~! 일행 기다리며 찍은 사진. 새벽에 정말 많은 비가 내렸는데, 비가 그치고 나서도 하늘이 꽤 어두웠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풍경.

 

레일바이크를 타고나서 시부모님은 저녁에 먹을 회를 구매하셨다가 숙소로 먼저 가시기로 했고, 남은 우리는 시간박물관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언니가 조카 구경 시켜줘야 된다며 레일바이크와 함께 패키지로 구매한 티켓이었다. 그 덕에 나도 이렇게 보게 되는구만. 껄껄껄. 

6살짜리 꼬꼬마 조카는 관심도 없는데, 나는 재미있다고 모든 설명을 다 읽으며 관람했다. 다음날 탄 루지나 마운틴 코스터보다도 이 곳 시간박물관이 더 재미있었다. 정동진 여행의 필수 코스는 시간박물관이라고 당당히 말하겄소!

 

기차 칸마다 각기 다른 시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비디오 영상으로 시계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시계뿐만 아니라 시간의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마지막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까지 가게 되는데~ 허접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솔직히 알록달록한 기차를 밖에서 보았을때에는, 뭔가 유치한 전시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 같았다) 컨텐츠가 매우 알찼다.  

마지막에는 치매방지용으로 만든 시계가 있었는데, 스태프 분이 알려주셔서 나도 계산하면서 시간을 측정했다. (참여형 관람 아주 좋아...!!) 

마지막 칸을 통과하면 요렇게 모래시계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까지. 완벽합니다. 돈이 아깝지 않아요. 

들어가기 전에는 유치해보였던 외관이, 감동의 관람 시간 후에는 멋스러워보였다.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관람후에 다시 보이는 시계. 

관람 후에는 다시 열심히 차로 달려 평창으로 갔다. (강릉으로 온김에 강릉커피빵을 사야지 하고 10번도 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새 까먹고 빈손으로 넘어왔다. ㅠㅠ 다시 가고 말리라 강릉)

 

강릉과 평창 사이에 있던 대관련 부근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안개가 우리를 맞이했다. (사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올 때에도 심각했다) 그 안개를 보니 남미 여행의 데스로드가 생각났다. 데스로드 바이크를 즐기고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각한 안개에 이 길이 데스로드라고 일행들과 낄낄+덜덜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게 벌써 8년전이다. 믿을 수가 없이 시간이 빨리 흐른다. 

 

도착 후에는 짐을 풀고, 편의점에서 물을 사왔고, 저녁으로 회먹방(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목구멍까지 채워 먹었다)을 즐겼다. 처음에는 나를 어색해하던 조카는, 숨바꼭질(숙소가 복층으로 되어 있어서 놀기 딱 좋았다)로 나와 친해졌다. 계속 숨바꼭질을 하자는 조카를 위해 나는 매우 열성적으로 숨었는데.. 욕조에 들어가 머리박고 숨어 있는 날보며 남편은 지금까지도 박장대소를 한다. 6살짜리 한 번 이겨보겠다고 어른이 욕조에 숨어 있냐고.... 이 사람이 놀 줄 모르네 즈응말.

 

관광객들을 맞이하여 꾸며 놓은 루미나리에. 요런거 보니 휴가지 같고 좋구먼~ ㅎㅎ

 

그리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겼다. 이래가지고 망하지나 않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지만, 그래서 좋긴 좋았다. 케이블카가 있는 쪽에 비비탄 사격이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이 시아버지보고 내가 비비탄 사격을 잘하니(남편과 할때마다 나의 압승) 둘이 사격을 하라며 부추겼다. 시어머니가 재미로 오만원을 걸자고 그러길래 나는 아주 당당히 10만원을 외쳤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사격을 시작했는데(비비탄 사격 꽤 잘하는 편이다) 이게 잘 안 맞는것이다! 제일 쉬운 100점짜리 조차! 뭐지? 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아버님 이거 오조준입니다" 라고 하는게 아닌가. '오조준이 뭐에요?! 전 모르는데?!??!?!?!?!?" 나의 다급한 외침에 식구들이 모두 웃었다. 아저씨는 여군 갔다 오신거 아니냐고 물었고, 아닌데요 라며 울었다 ㅠㅠ 감 못잡고 계속 못 맞추다가 마지막에 겨우 감 잡고 제일 어려운 500점 짜리를 빵~ 맞췄다. 그래도 점수가 500점 차이로 내가 졌다...흑흑. 

 

이거 너무 어렵네~ 하고 총을 떼고 났는데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남편이 시아버지 한 번 이겨보겠다고 얼마나 집중했으면 땀을 이렇게 흘린거냐고 놀렸다. .......... 날이 더웠을 뿐인데.........

 

 

시가 식구들과는 첫여행이라 조금은 어색수줍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행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보니 저녁에 고스톱으로 용돈 좀 벌어갔어야 했는데 아쉽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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