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프랑스 아이처럼 핀란드 부모처럼
육아서적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이었다. 나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지식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그런 나의 취향을 만족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알아두면 쓸데있긴 하지만.
최근에 읽었던 책들은 각종 과학지식 및 논문을 근거하여 무엇이 가장 올바른 육아의 방법인가를 내세우며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주장을 따르게끔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류의 책을 읽을때마다, 내가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어서 혹은 멍청한 짓을 해서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안겨다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솟았다.(책을 읽고 정보를 알면 알수록 그랬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정답은 없다'의 마인드로 글이 쓰여져있다. 각 주제에 대해서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육아 방법과 통계자료를 설명해줄 뿐이다. 무엇이 더 좋을까로 고민하는 부모에게 1은 이러한 장단점이 2는 이러한 장단점이 3은 이러한 장단점이 있으니 처한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해보렴? 식의 굉장히 친절한 안내서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이러하다. '용변훈련'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왜 예전에는 아이에게 일찍부터 용변훈련을 시켰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일회용 기저귀는 비싼 물건이었고, 아이의 배설물은 병균을 쉽게 퍼지게 하므로 일찍 용변 훈련을 시켰던 것은 많은 나라에서 당연하고 적절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강박적으로 용변 훈련(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용변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강요한다면 아이가 부지불식간에 반항의 형태로 용변을 일부러 참을 수 있고, 이 아이가 커서 지저분한 것을 혐오하고 질서와 청결을 좋아하며 권위에 절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돈에 인색하며 매우 완고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P143) 을 시킬 필요가 없어 꽤 늦은 나이까지 기저귀를 착용하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그럼 그것이 마냥 좋기만 할까? 그건 또 아니다. 기저귀를 오래 차고 배변 훈련이 늦어질 수록 요로감염증이나 방광조절기능저하 같은 비뇨기 문제와 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환경문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부가적인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무엇이 옳고 그르다의 식이 아닌, 가능한한 (정확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여 독자로 하여금 해당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스스로 자신의 육아법을 선택할 수 있게 쓰여진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하다. 추가로 각종 잡지식(OECD 국가 중 남자가 가사활동에 쓰는 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는 한국이라던지)을 얻게 되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간만에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