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오늘도 맑음

나도 디지털 디톡스 하고 싶다

여름햇살 2023. 6. 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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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출산을 하고나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베이비 타임이라고 분유 혹은 이유식을 먹은 시간, 소변 대변 등으로 기저귀를 간 시간, 수면 시간등등을 입력할 수 있는 어플이 있다. 나같은 육아초보에게는 너무나도 완벽한 어플이었다.

강박증이 있는 나는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어플에 깜찍이의 일상을 입력하였고, 어플이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평균값’을 다른 아기들과 비교하며 웃고 울었다. 그덕에 스마트폰에 제때 입력을 못하몀 불안증세까지도 왔다. 내가 제대로 입력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의 상태를 가늠할수 없게 되면 어떻게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로 육아를 하면 하루에 한두번의 휴식타임이 온다. 아이의 낮잠시간이다. 그때는 항상 나는 아이 옆에 누워있는데(밖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부스럭거리면 깨버린다, 혹은 내가 자기 옆에 없다는걸 알게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엉엉 우는데, 우느라 잠에서 온전히 깨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핸드폰을 만지는 것 밖에 없다. 아기가 갓 태어났을 때에는 밀리의 서재 일년 구독권을 결제하고, 이북 단말기를 새로 샀으며, 틈만 나면 책을 읽으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잠투정이 심해 울고불고 하는 아이를 겨우 재우면 책은 커녕 쓸데없는 글들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진다. 도파민 땡기는 일상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10개월이 지난 시점을 돌이켜보니, 밀리의 서재로는 우리 남편이 더 많은 책을 읽었고, 내 뇌는 도파민에 푹 절어 나는 바보가 되어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생 몰라도 되는 인터넷 글들을 여느때처럼 신나에 읽다가 며칠전 도파민 디톡스를 알게 되었다. 자각하게 된 계기가 인생 낭비질이었다니.

아예 사용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건 불가능하니 일단은 밤잠들기 전과 아기가 맞잠 잘 때에는 안해보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간만에 이북단말기들(오닉스와 킨들)을 충전했다.

작심삼일 120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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