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여름햇살 2020. 3. 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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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국내도서
저자 : 김민식
출판 : 푸른숲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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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를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지만, 김민식PD님(아니, 이제는 작가님인가?)의 책은 출간되면 꼬박 챙겨 읽는다. 일단 작가님의 글은 재미있다.(역시 시트콤 PD의 위력인가?) 하지만 재미만 있다면 그 또한 매력이 없다. 중학생때 많이 읽었던 판타지 소설은 재미는 있지만 더 이상 읽지는 않는다. 뭐랄까, 2% 부족하다. 그 2%는 글투도 내용도 아닌 작가라는 그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인간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의 책을 읽을때 온전히 만족스럽다. 그 인간적인 매력은 바로 '따스함'이다.

 

 파파이스에 출연한 작가님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고,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김민식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방법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이 아닌, 너도나도 함께 해낼 수 있다는 그 따뜻한 위로가 당시의 나에게 힘이 되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꾸준히 책을 내고, 사람들과 끝없이 소통하며 하루하루를 알록달록 채색하며 인생을 채우고 계시는 모습에, 나에게 없던 열정마저 솟아올랐다.

 이 책은 MBC 파업당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저 정치적인 색채를 띠는 책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MBC 파업 이라는 소재로 다시 사람들에게 위로하고 다독여줄 따름이다. 최근의 나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여 시작한 약국 경영이 뜻대로 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었다.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며, 그 틈틈이 책을 읽으며 반성했다. 요즘의 나는 약국이 적자라서 우울했던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어서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약국 일 핑계로 좋아하는 독서도 하지 않고 글도 쓰지 않았으니 우울했을 따름이다. 오늘부터라도 작가님의 긍정에너지를 받아, 활기차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그래서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들, 그 하루하루 일순간이 재미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인생이니깐.

p126-127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이 있다. 장 발장이 바리케이드 학사렝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마리우스를 살리기 위해 하수도를 걸어가는 장면이다. 파리 시민들의 배설물로 가득한 하수도를 허우적거리며 헤쳐나가는 장 발장의 모습. 나는 그 장면이 앞으로 내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똥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서 이 깜깜한 수로의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빛을 만날 테니까.'

뮤지컬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주인공은 소리 높여 노래한다.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오면' 세상이 바뀔까? 모르겠다. 중요한건 일단 내일까지 살고 볼 일이라는 것이다.

 

P130

파업 전면에 나서 싸우는 나를 보고 이런 충고를 해주는 선배가 있었다.

"영리하게 굴어. 승산도 따지면서 살아라. 그러다가 다칠까 겁난다."

승산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는다.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을 즐긴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로는 처참하게 질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살면,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기는 싸움만 하려고 들면, 승산이 없을 때마다 달아나게 된다. 그렇게 도망 다니며 살면 인생에서 배우는 게 없고 남는게 없다. 지는 싸움에서 더 크게 얻는다.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끝이 어떨지는 가봐야 안다. 고작 출발선에서 발을 떼었을 뿐인데, 벌써 부터 지쳤다고 주저앉아 훌쩍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 자신에게 훈계를, 너무 일찍 겁에질린 나를 다독이며 나아가야겠다. 성급하게 결과를 보려 하는 나의 태도도 반성하고 말이다. 책 제목처럼,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우니, 그것이 쌓여서 결국은 이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저 긍정적이기만한 것은 별로이지만, 부정적이기만 한 나는 긍정을 꿈꾸며 미래를 바라보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또 책을 읽고, 깨닫고, 실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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