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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by 여름햇살 2017.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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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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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과 인식의 경계


김영하 작가님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사실 그의 책을 읽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나는 책자체가 인기있을 경우에도 읽지만, 일단은 저자에 대해서 알고 저자에 매력을 느꼈을때 경우 책을 읽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알쓸신잡 1화를 보고 난 후에 김영하 작가님의 글을 모조리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처음 고르게 된 것은 이름부터 흥미로운 '살인자의 기억법'.


1인칭 시점의, 그리고 의식의 흐름에 따른 서술이라 매우 잘 읽힌다. 아, 아니다. 생각해보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여하튼 매우 잘 읽히는 편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인 살인자의 기억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수록 더욱 몰입하게 되는데, 그런 독자를 남겨두고 소설은 혼자 끝나 버린다. 다 읽고 나서야 소설의 처음부터 우리는 '치매'걸린 살인자의 망상 속 세계에서 시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말이 소설이 허무했다는 말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나자 '실존'과 '인식'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실존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모두 사실일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은 '인식'이 사실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 '실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됨과 그의 세계는 붕괴했다. 그러면 '인식'에만 기반해 있던 그의 세계와 함께 그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예전의 나는 내가 인식하는 실체에 집착을 했다. 사실 인식이라는 것도 없이 내가 보고 듣는 것 모두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을 했다. 빨갛게 보이면 빨간 것이고 파랗게 보이면 그 것은 파란 색이다. 산과 하늘 바다도 모두 보고 느끼고 있으니 내가 보고 느끼는 그대로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빨간색과 노란색이 존재하는 실체 일 것일까?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타나 피아노의 소리가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인데 내가 인식한다고 그 것들이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생겨났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제서야 너와 나의 세계가 다르고 그렇기에 너와 나가 다르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아이쿠, 나는 이제 김영하 작가님의 책은 다 읽어보게 생겼다. 왜이리 재미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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