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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20200312-14

by 여름햇살 2020.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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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2

초반에는 1개씩 포장된 아이들이 종종 들어오더니만, 요즘은 계속 3개가 포장된 아이들만 온다. 2개씩 판매인데 3개씩 포장되어 있으니, 손님이 올때마다 하나씩 뜯어서 낱개 포장을 한다. 영업시작전에 미리 포장을 어느 정도 해놓으면 수월하지 않냐고 묻지만, 그러면 손님들은 왜 이렇게 파는 것이냐며 내게 화를 낸다. 그래서 손님이 올 때마다 보는 앞에서 세개 포장임을 보여주고, 3개씩 포장되어 있는 제품이 왔는데, 2개씩 판매해야 하니 개봉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95%의 손님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5%의 손님은 얼굴을 찡그리거나 혹은 조금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으시며 다른 곳에서 사겠다고 하신다. 나에 대한 거부가 아닌 해당 마스크에 대한 거부임을 알면서도 묘하게 10%정도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크가 아닌 나에 대한 거부로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그렇게 나라에서 준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 미끌거리는 포장을 뜯고 여느라 엄지와 검지의 손톱 밑부분이 닳아버렸다. 같은 말을 끝없이 반복하고, 같은 마스크를 끝없이 포장하고, 한약사라는 나의 직능에 대해 의구심이 느껴질때쯤, 판매하시는 것도 힘든데 포장하는 것도 일이네요, 라며 건네오는 말 한마디에 어깨통증이 사라지고 기분이 풀린다. 나는 마스크 구매가 절박하고 불안한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고 속도가 느릴지언정 포장된 마스크를 여는 과정부터 포장하는 그 단계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대방은 그런 나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반응을 해주는 것, 그것들이 우리의 현재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0313

보통의 남자들은 싫어하는 크림 파스타를 매우 좋아하는 신랑덕에 크림파스타를 자주 해 먹는다. 학원이 휴원하게 되어, 3주째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이,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장을 다 봐놨다. 요리까지 완성해서 날 기다리고 있어줬으면 좋으련만... 나의 남편은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요리 시작. 남의 아들 키우기 힘드네요.

20200314

원래 한약국을 개국할 시에는 토요일에는 상담 예약이 있는 날에만 맞춰 영업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거의 오픈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시킨적은 없는마스크 배송이 예약(?)되어 있었기에 문을 열었다. 약국문을 열기 전부터 약국 문 앞에서 몇명의 어르신들이 서성이고 계셨다. 언제부터 우리 한약국이 이렇게 핫플레이스가 된 것일까. 오늘도 전날과 같은 마스크가 배송되었고, 열심히 뜯고 재포장을 했다. 심지어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250매가 아닌 400매가 들어왔고, 11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하여 정확히 4시간 37분만에 완판되었다. 400매면 200명의 사람이 다녀간 것인데, 나날이 하루 방문객수 최고 기록을 찍고 있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센스+체력만 있었다면, 저녁 7시쯔음부터 판매를 시작하여, 토요일에도 근무하고 돌아오시는 분들에게도 마스크가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건 꼭 지나고나서야 생각되지. 멍충이.

 퇴근후에는 데리러온 신랑과 함께 버거킹에 가서 ‘묻고 더블로 가’ 세트를 먹었고(이 더블패티가 5900원밖에 안한다), 그럼에도 허기가져서 신랑이랑 와퍼 단품을 하나 더 구매해서 반 나눠먹었다. 일끝나고 나니 미친듯이 허기가져서 그렇게 먹었는데, 막상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러서 나중에는 아픈 지경이 되었다. 빡센 하루가 가짜 허기짐을 만들어냈다. 내 위장 능력을 인지하고 앞으로는 작작 처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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