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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2 SA

[남미여행_2012/05/05] 32. 고원의 간헐천 투어

by 여름햇살 201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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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주말, 간만에 좋다.



밤새 잠을 설쳤다. Nofar도 어떤 아저씨도 코를 골고, 휴. 둘이서 이중주가 장난이 아니었다. 뭐 그덕에 새벽에 잘 일어났을지도. 전날 밤 Nofar에게 3시 45분에 일어 날거라고 말을 했었는데, Nofar가 3시 30분에 날 깨웠다. ㅜㅜ 억지로 일어나서 꾸물꾸물거리며 준비를 했다. 사막의 새벽. 아니 사막의 밤.



깜깜하고 적막한 사막의 밤.




Nofar와 나, 그리고 또 다른 남자는 각자의 투어 버스가 올때까지 호스텔 입구에서 기다렸다. 4시에 오겠다던 망할 투어차는 4시 30분에 왔다. 30분 더 잘 수 있었는데 ㅜㅜ 투어 버스에 올랐더니 어제 달의 계곡 투어에서 봤던 커플이 앉아 있다. 너네도 같은데서 다 예약했구나~? ㅎㅎ 버스는 예약된 여행자들의 모든 숙소에 들러 픽업을 하고, 간헐천으로 향했다. 너무 어두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운전기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했다. 비포장도로라서 덜컹덜컹거리는 차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졸리고 머리가 아프던지 계속 유리창에 머리를 박으며 꾸벅꾸벅 졸았다. 그리고 간헐천에 드디어 도착. 






시계를 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6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투어 지역에 도착을 했더니 넓은 고원에서 수증기가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들을 데리고 다니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매우 뜨거우니 수증기를 정면으로 맞지 않도록 주의시켰다. 그리고 가끔 간헐천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말도 함께 해주었다. 






사정없이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중.



수증기 뿐만 아니라 이렇게 물까지 뿜을때도 있다.








엄청난 양의 수증기. SF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신기했다.







간헐천 투어이긴 하지만, 사실 서로 다른 것 없이 똑같은 모습의 연속이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위 광경을 둘러 보게 된다. 고원. 아따까마 마을보다 더 높은 고원이었기에 확실히 숨쉬는 것이 힘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느끼지 못하는데, 걸어 다니기가 확실히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추워서 호흡이 가쁜 줄 알았는데, 머리도 아픈 것이 고산증세였다. 괜찮은 사람도 있었고, 매우 심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나는 그냥 일반적인 수준이었던 것 같다.







고산증세보다 더 나를 못견디게 만든 것은 지독한 추위였다. 손과 입술이 파래지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까지 창백해져 오는 나를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첨엔 괜찮다고 버티다가 이대로 얼어 죽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벤으로 뛰어 들어 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가이드가 웃으며 그렇게까지 춥냐고 물어본다. 죽어버릴것 같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의 저질 스패니쉬때문에 표정으로 말을 해줬다.


한동안 벤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가이드가 이제 아침을 먹을 시간이라고 한다. 벤에서 내려 뒤에 실려 있는 테이블과 음식들을 꺼내 준비하기 시작한다. 나는 벤에 앉아서 경치를 계속 구경했다. 벤 옆에 아침이 차려지자, 구경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아침 메뉴는 빵과 치즈, 햄, 버터, 잼, 그리고 커피, 우유, 코카티, 쥬스, 디저트 케잌 등 꽤나 다양했다. 물은 그렇다 쳐도 빵이 너무나 따뜻했고 버터도 얼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는데 꽤나 맛있게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음 코스인 노천온천으로 향했다. 



차는 달리다가 이곳에 멈췄다. 간헐천 입장료를 내야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은 사용하라고 한다. 입장료는 5000페소. 그리고 이 곳에서 마지막 현금을 털렸다. 그리고 제때 현금을 인출해 놓지 않은 나는 이날 저녁 엄청난 후회를............



척박하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땅.



가는 길에 만난 야마. 사람들이 귀엽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정말 꺅 소리가 나게끔 귀여운 야마들.ㅎㅎ





그리고 도착한 노천온천. 온천에 몸을 담그려고 수영복을 입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추워서 입수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일단 너무 추웠고, 물도 깨끗하지는 않았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애들은 어찌나 잘도 뛰어 드는지. 이 추위에 옷을 벗을 수가 있다니. 난 그냥 백암온천에나 가야겠어.



고드름들.



내 상태가 겉으로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는지 가이드가 이렇게 꼬까티를 타서 준다. 온기를 돋아 주는데는 약하게 도움이 되었지만, 머리의 두통은 가시지가 않았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벤에 올랐다. 이대로 다시 마을로 돌아 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ㅋㅋㅋ 투어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아침이라 땡땡 부은 내 얼굴.



내가 셀카를 찍으니 가이드가 이렇게 사진을 찍어준다. 하지만 배경이 너무 안 예쁜 걸??????? ㅎㅎㅎㅎㅎ








차에서는 계속 잠만 잤다. 잠도 부족했고, 머리도 너무 심하게 아파왔다. 높은 고도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차가 서길래 마을인줄 알았더니 왠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가이드가 설명을 해줬는데 아픈 머리로는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호수를 구경하고 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쳐다봤다. 아름답긴 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부끄러움쟁이 야마. 차를 타고 야마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또 소리를 질렀다. 가이드가 차를 멈추더니 사진을 찍으라고 그런다. 머리는 아프지만 너무나 예쁜 야마의 모습에 나도 같이 내려 사진을 찍었다. 다가갈수록 도망을 가서 가까이에서는 찍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옛 원주민 집.




귀여운 페이스 :)



불을 지폈던 것으로 예상.




꼬꼬 닭. 이 곳에 사람이 살지는 않는데, 방문하는 관광객들때문에 출퇴근을 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아닌가? 저질 스패니쉬로 헛된 정보를 알려주는 블로그가 되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을의 언덕에 위치해 있는 교회. 언덕을 오를때는 숨이 가빠져 그 순간에는 내가 왜 시도 했을까 라며 후회했지만, 막상 이 곳에서 마을의 모습을 내려다 보는 것은 참 좋았다.





태양광판!!!!!!!




벤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 갔더니 사람들이 꼬치 같은 것을 먹고 있다. 뭐냐고 물었더니 야마고기꼬치구이란다. 이때 너무 웃겼는데, 야마만 나타나면 사람들이 귀엽다고 소리지우고, 과장 아니라 30번도 넘게 차를 세우게 하더니, 그러면서 지금은 그 귀여운 야마를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ㅋㅋㅋㅋ 가이드가 내게도 권했지만, 아침 먹은 것으로 충분해서 괜찮다고 말을 했다. 일행들이 꼬치를 다 먹고 다시 차에 타고 다음 장소로 가는데 또 야마가 나타나자 귀엽다고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이동 한 곳은 선인장 계곡. 선인장 계꼭 외에도 몇군데 계곡에 들렀었는데 사실 갈수록 몸상태가 악화되어 어딜 갔는지 기억을 할 수가 없다.








힘든 투어를 끝내고 드디어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로 돌아 왔을때는 오후 12시가 조금 넘었다. 꽤나 길었던 간헐천투어.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나의 간헐천투어는 Nofar의 것보다 7000페소나 비쌌다. ㅜㅜ


그리고 문제는 시작되었다. 현금을 인출하러 은행에 갔더니 사람들이 웅성이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현금이 인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말도 안된다며 시도해봤으나 역시 되지 않는다. 완전 놀라 지도에 나와 있는 은행이란 은행은 다 갔다. Visa 전용 ATM 기계가 있다는 곳은 갔더니 ATM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곳은 Master 전용 ATM기계다. 하지만 난 나의 3장의 카드 모두 Visa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 해봤으나 역시 되질 않는다. 갑자기 스트레스가. 그래도, 혹시나, 여행책자가 현시점의 업데이트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을을 정말 쥐잡듯이 뒤졌으나 더이상의 ATM기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완전 제대로 멘붕. 당장 내일 떠나는 유우니 투어시에 입장료도 내야 하고, 세탁을 맡긴 것도 찾아야 한다. 난감해도 너무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화를 내봐자 해결 될 것은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일단 약국으로 향했다.



지끈지끈 거리는 두통을 위해 진통제와 사막에서 악하된 비염과 피부기묘증이 시작되어 세트리진을 사러갔다. 첨엔 아세트아미노펜과 세티리진을 달라고 하니 아세트아미노펜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 발음을 못알아 듣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타이레놀이 없다고? 라고 되묻자 약사는 고민을 하더니, Paracetamol을 주며 이걸 먹으면 된다고 한다. 들어본 성분명이긴 한데 기억나는 상품이 없어서 계속 진통제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여행내도록 잘 먹어 놓고 한국 돌아와서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보니 paracetamol이 acetaminophen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이) 그런데 한통에 들어 있는 약이 엄청 많다. 우리나라는 보통 10개씩 포장되어 있는데 뭔 놈의 약이24개, 30개씩. ㅋㅋ 역시 통큰 대륙의 마인드.


그리고 약국 근처에 있던 음식점으로 들어왔다. 제일 먼저 물었던 것은 카드 결제가 되냐고 ㅋㅋㅋㅋㅋ 다행히 직원이 아무 문제 없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시켰떤 것은 샐러드+샌드위치+ 파인애플 밀크쉐이크. 





주문도 많이 했지만, 각자 나오는 양에 기겁. 샐러드양 완전 많고, 샌드위치는 무슨 4개씩 나오고, 밀크쉐이크는 거인잔에 나오고 ㅋㅋㅋㅋㅋㅋ 결국은 샌드위치는 Take out해가서 Nofar를 줬다. 약을 먹고 밥을 먹으며 릴렉스를 취했더니 두통이 좀 나아졌다. 역시 꼬까따위, 진통제에 비할게 못 되는구나. ㅋㅋㅋ




마을 구경을 하며 계속해서 ATM에서의 현금 인출을 시도 했으나, 현금을 인출 할 수 없었다. ㅜㅜ


숙소로 돌아와 Nofar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먹힐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뭐냐고 했더니 아무 가게에나 가서 10000페소를 긁고 7000페소를 달라고 부탁해보라는 것이다. 그니깐 지금 카드깡을 하라는거야? ㅋㅋㅋㅋㅋ 이스라엘에서도 카드깡이란게 존재하는구나. ㅋㅋㅋ 너무 웃겼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Nofar의 도움으로 몇군데에서 시도해보았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사막 한가운데서의 카드깡은 포기하고, 세탁소에 갔더니 카드 결제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작 2500페소가 없어서 이 고생이라니. 그냥 아주머니에게 내 옷을 가지시라며, 나는 그 옷을 찾을 수 없다고 말을 하고 나왔다. 속옷과 옷이 좀 있었지만, 새로 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어떤 옷이 있었나 라고 생각을 해보는데, 남미로 떠나기 이틀전에 친구가 선물해주었던 티셔츠가 생각이 났다.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Nofar가 자신의 돈을 주려고 한다. 나를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돈을 부담없이 받고 그 세탁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다. 살짝의 유혹이 생겼지만, 그래도 그 돈은 받을 수 없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생각난 것은 물물교환. 2500페소치의 물건을 내가 사다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당장 세탁소로 달려갔다. 설명을 하는데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아주머니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영어를 잘하는 어떤 여행자를 데리고 온다. 내가 남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물물거래를 하고 싶다고 통역을 부탁했다. 전달받은 아주머니는 괜찮다고 그런다.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물을 사달라고 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슈퍼마켓으로 달려갔다.


물 2통 뿐만 아니라 휴지와 세제를 사들고, 세탁소로 달려갔따. 세탁비용의 두배가 넘는 5820페소가 찍힌 영수증과 물건을 함께 아주머니에게 전달 드렸더니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신다. 나에게 되려  Mucho Gracias 라고 말하신다. 천만의 말씀! 제가 정말정말 감사한걸요! 나도 같이 Mucho Gracias라고 대답을 했다.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와서 Nofar에게 물물교환의 이야기를 해줬다. Nofar가 매우 좋은 아이디어였다며 칭찬을 해 주었다.


어떤 아저씨가 가고 그자리에 일본 남자애가 들어왔다. 신기해서 이것저것 물어 봤더니 농업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현재 남미를 여행중이라고 한다. 얼마나 됐냐고 물어봤더니 6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한다. 보통의 일본인처럼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스패니쉬를 잘하냐고 물어봤더니 못한다고 한다. ㅋㅋㅋ 아 정말, 나보다 더 대책없는 여행자가 여기 있었네. 그래도 애는 엄청 해맑다. 저녁으로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요리 실력도 좋다.



말동무가 생긴 기념으로 산티아고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을 땄다. 일본남자의 표현 마냥 쥬스였으나, Nofar는 거의 마시지 않았다. 저녁에 Nofar에게 Hamsa를 선물 받았다. 별자리 마냥 태어난 달로서 hamsa를 주는거였는데, 일종의 행운의 부적이었다. 여행중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주려고 이스라엘에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마음씨 좋은 Nofar.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수다를 떨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여행을 왔다는 Nofar. 전쟁이라는 공통된 화제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이스라엘로 꼭 여행을 오라고 당부한다. 꼭 그러마라고 약속을 하고 잠이 들었다. 사막에서의 밤은 여전히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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