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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Eat Pray Love

by 여름햇살 2016.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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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개봉했을 당시에 영화관에서 보았던 영화인데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다. 다시 보게 된 이유는 딱히 없다. 내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재미있게는 보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의 원서를 발견해서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실연의 아픔을 겪을때 이 책을 보고 힘을 냈다던 아드리아나의 생각이 나서, 다시 연화를 보았을 뿐이었다. 물론 허리를 다쳐서 정적인 활동밖에 못한다는 이유도 컸다.

이 영화를 보다가 깨달았는데, 내가 왜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때 빠져들지 않았는지 생각이 났다. 그건 영화의 서두에서 뜬금없이 리즈가 남편과 이혼했기 때문이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나는, 아니 자길 위해 저렇게 울어주는 남자와 왜 이혼을 하는거야? 정신은 나갔어? 돈은 또 그 와중에 다 줘버리는 건데, 뭐 먹고 살려고, 그리고 이탈리아는 왜 가? 부자야? 일년동안 돈 벌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가보네?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6년만에 다시 본 영화는 나에게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리즈의 감정과 행동에 이보다 더 공감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14년의 나는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더 좋은 커리어를 위해 이직까지 했던 내 직업이 정말로 싫어졌다. 지옥같은 삶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연애. 어쩌면 내 인생의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평범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그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 처음부터 내가 그에게 내가 갖고 있는 환상을 씌웠던 것 같다. 그리고 콩깎지는 벗겨졌고, 나는 더 이상 그와 함께 있어도 즐겁지 않았다.

그때에 나는 삶에서 도망치다시피 호주로 향했다. 그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나는 다른 삶을 살아 보았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졌다.

리즈처럼 이탈리아에 가진 않았지만 호주에서 원 없이 먹고 내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어보았으며, 인도에 가보진 않았지만 잡생각 비우기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실행은 잘 못하지만.

그리고 행복. 난 지인들에게 요즘 내 인생에사 가장 행복하다고 말을 하고 다닌다. 이제서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행복하다고.(별거 없다, 나는 집을 청소하고 나서 샤워를 한 다음 깨끗한 집에서 솔솔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드러누워 책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펠리프. 함께 호수로 몇일간 떠나자고 하는 그의 말에 리즈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6년전에 볼때는 난 이걸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자기와 함께 하자고 하는데 저 이상한 여자는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인가. 멀쩡한 남편한테 이혼통보 할때부터 알아봤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장면이 이 영화 중에서 가장 공감이 컸던 장면이었다. 겨우 찾은 행복인데, 드디어 찾은 마음의 평화인데, 일상과 같은 행복에 그 어떤 불안정한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즈는 불안함을 자기의 일상으로 포용했다. 그녀의 용기가 아름답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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