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월에 야심차게 아래의 글을 썼었다.
2016/09/25 - [일상/오늘도 맑음] - [미니멀리즘] 10. The project 333 2016 Autumn 1
그리고 한달간을 매일 같이 무엇을 입었는지 기록에 남기려고 했다. 사진도 찍고, 날짜도 새기고, 인스타에도 올리고. 이 행위를 한 것 중에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The project 333 의 창시자(?)가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준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야 게으름의 끝판왕. 사진은 찍되 인스타에 업로드는 하지 않았으며(진짜 귀찮.. 인스타도 잘 안하는데..), 나중에는 그냥 사진만 찍고 날짜는 기재 하지 않고, 나중에는 내가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것인가. 이거 완전 보여주기식 아닌가, 나는 하는데 의의가 있지 남들에게 나 이것봐 완전 잘지켰지 라며 보여주는데 의이가 있는게 아니야 라는 자기합리화에 넘어가서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래도 몇주간 나름 부지런했다.
이걸 남기다가 느낀 것인데, 나는 지극히 날씨와 활동양에 따라 옷을 고르는 사람이지, 패션과 거리가 먼 사람임을 깨달았다. 외근 나갈때는 좀 차려입고, 외근 아닐때는 아무렇게나 입고, 주말에는 거지 같이 입는 패턴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ㅡ,.ㅡ
중간에 사진찍기를 멈춘 또 하나의 이유는 날씨가 정말 미친듯이 추워져서 가을용이라고 고른 옷을 3개월동안 입을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급 겨울 프로젝트로 선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는 32가지의 아이템.
1. 구스다운. 3년전에 샀는데 진짜 잘 산듯. 한 번 입으면 벗어날 수가 없다.
2. 검은색 코트.
3. 베이지색 코트. 올해로 구매한지 만 6년된 아이인데 이제 조금씩 헤지는 게 눈에 보인다. 몇년 안에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4. 가죽 자켓.
5. 감색 원피스.
6. 파란색 치마.
7. 검은색 바지.
8. 검은색 H 라인 치마
9. 검은색 면치마
10. 검은색 인조 가죽 치마
11. 회색 니트 티셔츠
12. 흰색 셔츠. 조만간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조금 누래졌다.
13. 호피무늬 가디건
14. 주황색 가디건. 이건 대학생때부터 입던 보세 제품인데 의외로 튼튼해서 매년 입고 있다. 잘 산듯.
15. 회색 니트 티셔츠.
16. 초록색 가디건.
17. 흰검 블라우스
18. 검은색 가디건.
19. 주황색 니트.
20. 흰색 목 티셔츠.
21. 다운 조끼. 그런데 무슨 다운 인건지 도대체... 뭐 한겹 더 입었으니 안 입은 것 보다 따뜻하긴 한데 난 잘 모르겠다..... 등산갈때 입으면 좋긴 좋음.
22. 감색 가디건.
23. 숄 겸 목도리.
24. 호피 목도리.
25. 장인 정신 돋게 내가 직접 짠 목도리.
26. 버건디 가방
27. 검은색 가방
28. 감색 가방.
29. 백팩
30. 검은색 부티.
31. 검은색 스니커즈. 가끔씩 7일 중 7일을 이걸 신고 다닐 정도로 이 것만 신었더니, 신이 헤졌다. 이번 겨울 나면서 버려야 할 듯 하다.
32. 검은색 구두.
경우에따라 가끔씩 예외적인 옷을 입어야 할 때도 있지만, 일상 생활은 절대 이 아이템을 벗어나지 않는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그다지 많은 옷과 신발, 가방이 필요하지 않은데 왜 나는 그토록 부족하다고 느끼고 또 사고 또 사며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었을까. 잘 사용하지도 않는 비싼 가방과 구두가 지금에서는 정말 아깝다. 분명 좋은 재질의 제품을 오래오래 사용하는게 더 이득이라고 요즘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명품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품질의 옷을 구매해서 아끼면서 오래 입어야겠다.
요즘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옷장은 가짓수는 적지만 질이 좋은 제품으로 헐렁한(?) 옷장이다. 지금의 옷장은 사이즈가 작은 것도 있지만 여전히 사용하지는 않고 아직 버리지 못한 물건들로 넘쳐나고 있다. 조금씩 정리하다보면 어느새 내 맘에 드는 옷과 아이템만 남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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