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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사는 게 뭐라고

by 여름햇살 2017.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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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국내도서
저자 : 사노 요코(Yoko Sano) / 이지수역
출판 : 마음산책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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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은 왠만해선 재미있다. 처음 책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이 앙큼하고 솔직한 할머니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에세이를 꽤 싫어했다. 왜냐하만 내가 접한 대다수의 에세이는 내 기준에서는 '허세'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분명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연인과 섹스도 하고 가족과 싸우고 친구들이랑 술먹다가 필름도 나가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명백한데, 내가 읽은 에세이들은 하나같이 그런 '생활'의 영역과는 관계가 없다는 듯한 느낌을 풍겨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에세이를 읽을때마다 이내 곧 심드렁해져서는 '뭐야 이런 허세놀이는 하는 사람이나 재밌지 보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고'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에세이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사노 요코는 매우 찐득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겪고 있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일상들을 묘사하고, 그에 대해 시니컬한 감상들을 여과없이 툭툭 내던진다. 그럼에도 이 에세이는 절대로 가볍지 않다. 아마도 그녀가 관찰하는 현상을 해석하는데 일조하는 삶에 대한 연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에피소드 중 명절음식을 만드는 것이 꽤 마음에 와 닿았다. 장손인 아빠덕택에 엄마는 1년 365일 제사 음식을 만드셨다.(물론 내 기분상)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제사가 있었고(어떨때는 두번씩), 그 때마다 죽은 귀신들한테 뭔 놈의 정성을 이리 들이나 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제사 음식을 만들고 혹은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우리 엄마만 하겠냐만은) 그럼에도 지금은 그 때의 추억들이 그리워져서 다시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싶어졌다. 나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행위로 지금의 시간을 채우고 싶어진 것이다. 사람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비를 걸자면, 암 앞에서도 초연했던 그녀는 이미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와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오며 살았던 그녀이길래 후회도 없고, 곧 죽는다는 선고 앞에서도 잘생긴 의사의 외모를 신경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깐, 나도 말년에 이 할머니처럼 시크하게 살려면 지금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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