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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악마기자 정의사제

by 여름햇살 2017.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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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기자 정의 사제
국내도서
저자 : 함세웅,주진우
출판 : 시사IN북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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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기자 주진우와 그가 좋아하는 함세웅 신부님의 강연 내용을 담은 책이다. 가벼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함세웅 신부님의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로 인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함세웅 신부님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의 매력에 푹 빠져서 나는 평생 가져보지 않은 종교를 가져볼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이토록 게으른 내가 종교라니. 그렇다, 이 책은 매우 위험한 책이었던 것이다.


파편의 조각으로 알고 있던 현대사를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신부님이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이제서야 뉴스에서 보던 그 미스테리한 인물들의 이름들의 언급이 이해가 된다. 그러고 나서 뉴스를 접하니 예전보다 좀 더 재미있어졌다.(역시 뭐든 알아야 재밌다) 나같이 현대사에 무지한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단순히 주진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으며 현대사에 대해 조금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나는 기독교건 가톨릭이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는 종교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 그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 중 독특하고 이해 불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세웅 신부님의 행동과 말씀을 보아하니, 진짜 성직자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면 그 종교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을 했는데, 역시,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의 문제인 것 같다. 휴, 또 한 번 위험했다. 이렇게 말을 하지만 나는 그 놈의 종교가 궁금해져서 여태 사둔 책들을 뒤로 미루고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읽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함세웅 신부님은 나로 하여금 한국 현대사의 기초를 세우시고, 종교에 갖고 있던 벽을 허무셨다. 아아, 위대한 신부님이시여.


나는 예전에는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동경했다. (그래서 나이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고 꾸역꾸역 호주로 워킹을 갔던 것이겠지)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도 있었지만, 외국에서 산다는 것 자체에 환상을 갖고 있기도 했다. 평온한 선진국에 비해 아수라 같이 느껴지는 나의 조국을 홀연히 떠나서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멋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1년간 멜번을 머무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타국살이가 상상속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장점이 더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묘하게 우월하다고 느껴졌던 감정 또한 사라졌다. 되려 한국에 남아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힘들고 고독함 싸움을 타인을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훨씬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묵묵히 현실을 견디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위인은 손 닿을 수 없는 저 멀리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옆에서 함께 살아가며 행하는 곳에 있었던 것이다.


작년 한 해동안 내가 가진 부끄러움은 아마 이것 때문이리라. 입으로는 탓하지만 행동으로는 전혀 하지 않았던 모순적이었던 행동, 외국에서 사는 것을 동경하며, 한국은 숨막히는 나라라며 폄하했던 그 많은 날들 때문이었다. 이렇게 반성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정치 활동이나 사회 운동에 뛰어들어 앞장 설 용기와 깜냥이 없다. 그래도 그런 이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자 나의 조국에 애착이 생기고 내 삶도 비루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고백하건데 나는 요즘 한국이 너무 좋다. 베이비붐세대가 지금의 조국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들의 시대에는 경제적인 성공을 맛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그것만큼 혹은 그것보다 달콤한 민주주의의 진보를 맛 보았다.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끓어내리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감옥에 넣을 수 있는 나라라니. 그토록 찬양되는 프랑스 혁명보다 훨씬 고상하지 않은가? 아아 나의 사랑하는 조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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