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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넬 기억을 걷는 시간

by 여름햇살 2016.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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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왔던 한국 가요 빵빵 틀어주는 카페에 왔다가 듣게 된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이것만 들으면 예전 남자친구가 생각난다. 나의 첫 남자친구이자 가장 오랜 기간 만났던 그 놈. 음악을 매우 좋아했던 그라, 꽤 많은 음악을 그 놈한테서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 노래도 그 중 하나. 그를 만나기전에는 넬이라는 가수가 있는지도 몰랐지. 나중에는 콘서트까지 따라 갔지. 그 놈이 넬의 노래를 다운 받아서 아이리버 엠피쓰리(아이팟 엠피쓰리가 사고 싶었던 그지만 비싸다고 용산에서 아이리버 엠피쓰리를 샀는데, 따라간김에 나도 그냥 충동적으로 샀다)에 넣어주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넬의 노래만 들으면 그놈이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착하고 멀쩡한(내가 만난 남자 중 가장 멀쩡) 놈이었는데, 난 왜 그렇게 미친 또라이 싸이코년처럼 굴었던 걸까. 약 2년간의 시간동안 나는 끝없이 그를 괴롭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렸을 때의 나는 정말이지 레알 또라이였던 것 같다. 남자들이 기겁하는, 숨만 쉬었다면 헤어지자고 내뱉는 미친년의 전형이었던 나. 같은 나임에도 지금의 나는 10년전의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가끔 지인들을 통해 소식을 듣고 있는데, 매우 잘 살고 있고, 현재의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들려서(이미 했나? 1년전에 들은 거라 잘 모르겠네) 개인적으로 매우 행복하다. 그는 이제 알았겠지. 세상 모든 여자가 나처럼 미친년만 있는 것은 아니고,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휴.. 간을 쓸어내린다.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야. 


이렇게 뜬금없이 그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그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넬의 노래를 들으면 불쑥불쑥 생각난다. 이건 마치, 베이지색의 바지와 푸른색 니트를 입은 여자만 보면, 고등학교 2학년 가을소풍때 내 친구(지금의 절친 중 하나)가 그 조합으로 옷을 입고 왔고, 그 옷을 입고 그때 가을에 그때 당시 남자친구(xx남고)와 100일 기념 프로필 사진을 찍었던 것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겠지. 그냥 내 주변의 사람들이 항상 소름끼쳐할 정도로 좋은 망할 기억력때문에 생각난 것이겠지. 


*한국 가요 틀어주는 카페는 안되겠다.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 EDM 틀어주던 멜번의 카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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