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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20200601 오늘도 맑음

by 여름햇살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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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근황 업데이트! 황송하게도 얼굴한번 뵌적 없지만 안부를 물어주신 분들이 있었다. 오늘에서야 발견하게 되어 그저 죄스러울뿐..

 

그간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너무 속상하지만 해결방안이 없어서 심각한 무기력에 빠졌고 마스크 판매로 인해 주 6일로 약국 문을 쉬지 않고 열었더니 심신이 지쳤다. 전세금 반환 문제로 속을 썩이던 집주인은 2차 지급 기한인 4월 24일에 끝끝내 돈을 주지 않았고, 5월 1일까지 연락조차 없었다. 근로자의 날이라 한적했기에 그대로 관악경찰서로 달려갔고, 상담변호사님을 만나 하소연 + 법적인 조언을 얻었다. 그리고도 돌아와서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까마득하고 막막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하려니 서럽고 외롭기까지했다. 조언주신 변호사님께 해당 사건을 맡기고 싶다고 연락드리고, 약속을 잡고 사무실에 방문했다.

우왕... 법대를 갔어야 했나요..

 

형사고소+민사고소를 진행하기로 했고, 이것이 장기전으로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지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울때 나는 꽤 자주 게임에 빠지는데, 이번에도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24시간중 잠을 자는 6-7시간 외에는 전부 게임을 했다. 물론 약국을 나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손님이 나가고 나면 계속 핸드폰을 들어 게임만했고. 밥먹을때에도, 집에서도, 자기 직전까지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게임만 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버틸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럴때마다 나를 위로한 것은 치맥.

생산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럴 정신도 없었다. 사람이 진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나 피폐하다고 징징거리지도 않게 된다. 아니 나는 그렇게 되더라. 암흑의 시간이었다. 돈 앞에 이렇게 쭈구리가 되다니. 나도 참 소인배구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변호사와 함께 재판준비를 하고 있다는 나의 이야기가 집주인의 귀에 들어오게 되었고, 2차 지급기일부터 한달간 연락 없던 집주인은 하루에도 몇통씩 전화를 해댔다. 이미 재판으로 마음 굳힌 나는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고, 집주인은 오늘까지 천만원을 주겠다고 문자를 왔다. 하지만 역시나 입금되지 않았고, 안주셔도 됩니다, 제 돈은 제가 알아서 받아 갈께요~ 라고 쿨하게 답문을 남겼다. 돈을 아직 받지도 못했는데, 그 순간이 어찌나 통쾌하던지. 사람 참 간사하지.

 

집 관리인분이 매우 합리적이고 일을 잘하시는 분이라 그분이 사이에서 협상안을 조율했고, 5월 21일에 4백만원, 6월 4일에 육천구백을 입금, 6월 말에 나머지 전액을 입금하는 것을 약속받고 한 번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5월 22일에 예정되어 있던 변호사님과의 미팅은 잠시 미루었다. 그리고 5월 21일에 4백만원 입금과 함께 5월 31일에 육천구백과 이자가 들어왔다. 당연히 받아야 할 내 돈을 받는 것이 왜이리도 힘이 드는 것일까. 예상보다 일찍 돈이 입금된 것보다, 매번 약속을 어기던 집주인이 약속을 지킨 것이 더 기뻤다. 그래도 아직 이번달말까지 입금되길 기다려야 하는 돈이 구천이 넘는다. 6월 말까지 나는 또 24시간 날카로움과 불안을 유지하며 지내겠지.

5월 초에는 부모님이 창원에서 올라오셔서 간만에 시간을 함께 보냈다. 대학로에가서 공연도 하나 보고 (소극장 공연을 신기해하셨다 ㅎㅎ 귀여워), 맛있는 피자도 먹었다.

핏자 핏자 핏자 맛집~~ 

엄마가 잔뜩 해온 전복장덕에 매끼니 전복으로 밥도 먹고... 허허허.

생각해보면 행복한 일도 많았다.

마스크 사러 오시는 분들이 수고한다며 먹을 것에 식물 좋아한다고 희귀한 뉴질랜드 선인장까지 주고 가셨다! 본인들 돈내고 마스크를 구매하시면서, 왜 나에게 고맙다고 해주시는지. 상도2동 주민분들은 참 이상하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연이어 한약을 지어드시고 계신 어린 손님 한 분은 나를 스승님으로 모시겠다며, 스승의 날에 깜짝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다. 사실 그 전에는 오렌지도 한박스 보내주셔서, 울 손님 농부인가 1초 고민했다. 고마운 마음을 서로 표현하는 5월, 심적으로 바닥을 치곤 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 속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있었다.

 

6월 한달을 또 기다리며 보내야 한다. 과연과 설마 그리고 역시나의 마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겠지. 하지만 지난 시간보다는 덜 무기력하게 보내려한다. 나라는 존재 만으로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를 "뿜뿜" 가득 얻어서, 오늘도 맑은 인생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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