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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4 Poland

[폴란드여행_2014/06/05] 6. 처음 먹은 폴란드식 요리, 그리고 쇼팽박물관

by 여름햇살 2014.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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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에서 나온 뒤에느는 성벽이 늘어서있는 podwale 거리를 걸었다. 여행하면서 보니 'pod'라는 단어가 도로 명에도, 음식점 이름에도 참 많이 있었다. 방금 글을 쓰다가 궁금해서 찾아 보니 영어의 'under'의 의미라고 한다. wale은 shaft라고 나오는데, 성벽 아래에 있는 길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여 진걸까?




날씨가 참 맑다. 쨍해서 기분도 좋고,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 다 좋은데 조금은 덥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성벽인 barbican을 따라 걸었다. 이 것 또한 대전 당시에 처참하게 무너졌으나, 노력 끝에 복원을 한 모습이다. 모두 복원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운치를 느낄 정도는 되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북악 성곽길 정도가 되려나? 관광명소답게, 길을 따라 노점들이 늘어서있다.



이 동상!  피아니스트에 두번 나왔던(초반엔 이 모습대로, 후에는 전쟁으로 인해 기둥이 부러져 동상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으로) 동상이네 라며 반가워했다. 아닌가? ㅋㅋㅋㅋㅋㅋ



성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전을 했다. 올드 타운 스퀘어로 가는 길. 건물들의 색이 참 예쁘다.




그리고 올드 타운 스퀘어. 관광명소답게 가게들이 사방에 들어서있었으며, 광장에도 노점들이 간간이 보인다. 나와 같은 관광객들이 신기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며 열심히 카메라의 촬영버튼을 누르고 있다.



바르샤바의 상징 머메이드 상. 왜 상징인지 몰랐는데, 여행을 참조한 블로거님의 자세한 설명덕에 머메이드에 관련된 전설이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포세이돈의 아들 트립톤의 딸이었던 두 머메이드가, 한 명의 머메이드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또 다른 머메이드는 바르샤바로 와서 바르샤바를 지켜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참 낭만적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광화문 광장에 웅녀의 변신 전 모습인 곰을 세워둔 것인 셈이다. 



유럽은 여행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건물이 어쩜 이렇게도 예쁠까. 하긴, 생각해보면 우리네의 한옥도 참 예쁜 주거형태이다. 집안에 마당도 있으니 이런식의 아파트먼트와는 다르게 더 생명체가 지내는 공간에 더 적합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으로부터의 감동은 항상 크게 다가온다.




관광지 답게 늘어서있는 기념품가계와 아이스크림 가게. 특이한 것이 모든 아이스크림이 Lody라는 단일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이다. 독과점 시장인가? ㅋㅋ



돌로 된 도로위로 말의 편자가 부딪히는 '따그닥 따그닥' 소리는 언제 들어도 낭만적이다.




좀 더 걸으니 훨씬 더 성곽의 분위기가 풍긴다. 아마 이 곳이 출입구였던 것 같다.




계속 되는 바르샤바의 옛 모습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거리 풍경들. 예쁜데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지치기 시작한다. 점점 다리의 힘도 풀리고, 어깨도 처진다. 매일 사무실에 앉아만 있다가, 조금 걸었다고 몸이 투정을 부린다. 그러자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교회를 앞에 두고, 들어가보지도 않고 그대로 리턴해서 음식점을 찾았다.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해준 집 Podwale 25. 이 집의 모토가 합리적인 가격에 양 많은 양질의 음식이라고 한다. 일정을 짤 때 여기쯤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운 좋게도 딱 이 곳에 위치해있다. 12시에 들어갔더니 내가 1등이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쭈볏쭈볏가서 앉았더니 주문을 받으러 온다. 처음에 폴란드어로 말을 걸길래 잠시 멘붕이 왔는데, 내 표정을 보고는 웃으면서 바로 영어로 이야기를 해준다. 친절한 직원 :)



수프 종류가 먹고 싶어서 보는데, 괜찮아 보이는 것이 2종류가 있다. 수프는 당연히 차가운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Cold soup가 있다고 한다. 폴란드식이기도 하고, Cold soup는 한 번도 먹어 본적이 없어서 이걸 주문했다. 그리고 또 뭘 주문할까 하다가, Hot appetizer 코너에 폴란드식 어떤 메뉴가 있다고 한다.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지만, 아무리 읽어도 어떤 내용인지 상상이 안간다. 조금 불안했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기로 한다. 폴란드에 왔으니 폴란드 식으로!



주문한 요리가 콜라와 함께 서빙되어 나왔다. 사우어크라우트와 오이가 함께 나온다. 뭐냐는 눈빛으로 올려다봤더니, 기본으로 제공되는 에피타이저라고한다. 응? 밑반찬이 아니라 전채요리라고? ㅋㅋㅋ 오이를 잘라서 먹었봤는데 우리나라의 오이와 같은 청량함은 느껴 지지 않는다. 약간 소금간이 된 것이 뭔가 저장식품같기도 하고. 하지만 수분이 많아서 더운 날 먹기에는 참 좋았다.



그리고 문제의 콜드 수프. 비트 뿌리를 넣어서인지 붉다. 아마 우유가 들어가서 분홍색으로 변한 것이겠지? 생김새를 봐서는 도저히 어떤 맛일지 상상이 되지 않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다.


..............


도대체 이건 무슨 맛일까. 내가 잘 못 먹은 건가 하고 한 입 더 뜨는데 비린맛이 너무 강하다. 추측하건데 크림과 버터, 그리고 치즈가 들어갔는데, 요리를 잘 못 한것인지 아니면 차갑게 만들어서인지 그것들이 상당히 비릿했다. 남들보다 유제품류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엄청나게 많이 먹는 내가 그렇게 느낀 정도였으면 아마 요리를 잘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처참한 나의 첫 폴란드식 요리. 안에는 닭고기와 완숙 계란이 들어가 있었다. 영양학적으로는 훌륭한 음식인데, 허허 그것 참.



수프를 뒤적뒤적이고 있으니, 두번째 요리를 가져다 준다. 이건 또 뭐지. 빠네 파스타와 같은 모습을 한 요리가 내 앞에 놓여진다.



뚜껑을 열었더니, 정체불명의 고기들, 소세지, 그리고 사우어크라우트로 볶음+조림을 한 요리가 빵에 들어가 있었다. 폴란드 사람들은 사우어크라우트를 좋아한다더니, 참 다양하게 요리를 해먹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묵은지 요리 정도가 아닐까 싶다.


고기들이 역해 보여서, 뒤적거리다가 양배추만 집어다가 먹었는데........... 짜다. 엄청 짜다. 헉소리가 나게 짜다. 시큼한 사우어크라우트향은 괜찮았는데 간이 너무 세서 혀가 얼얼할 정도이다. 먹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하고 먹는데도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이래서 빵을 이만큼 많이 주는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음식물쓰레기가 생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왠만해서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먹다가 포기했다.


전날 미식의 나라 호주에서 온 프랭크 할아버지가 폴란드 요리가 훌륭하다고 해서 사실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건 뭐랄까. 뭔가 우롱당한 기분이다. ㅋㅋㅋㅋ 아마도 이 집이 맛집은 아닌 것 같다.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깐, 계산서와 함께 이런 음료를 한 잔 가져다 준다. 뭐냐고 물었더니 체리 어쩌구 란다. 한잔 마셔봤더니, 독하지는 않는 체리주다. 폴란드는 보드카가 유명하고 보드카에 과일이 들어간 것이 많다고 하더니, 이것도 그 중 하나인가 보다. 우리나라로 치면 복분자주겠지? 안그래도, 과일 리큐어 종류를 먹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서비스로 맛 보게 되다니. 요건 좀 좋았다. :)



짠 맛에 얼얼해진 혀를 콜라로 달래며 멍때리는데, 특이한 것이 직원 세명 모두 같은 모양으로 머리를 땋았다. 외국 여자들은 머리를 땋는 것을 참 좋아한다.(물론 나도 그렇지만!) 확실히 땋은 머리는 금발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좀 더 로맨틱하고 여성스럽다.



식사를 끝내고 버스를 타고 쇼팽 박물관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거리라서 걸어 가려고 했는데, 호스텔에서 받은 바르샤바 안내 책자를 보니 각각의 명소의 소개끝에 버스 번호도 함께 기재되어 있었다. 친절한 책자덕에 더운 낮에 쉽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



입구 같아 보이길래 들어갔더니, 어떤 여자가 와서 저지한다. 그러면서 티켓을 달라고 한다. 티켓을 사러 왔다고 했더니 티켓 오피스는 지하에 있다며...... 순식간에 무임 관람을 시도하게 된 무개념한 동양인이 되었다. 지하에 가서 티켓을 샀다. 재활용을 하는지 이런식으로 플라스틱 카드로 되어 있었다. 올라서 웃으며 티켓을 보여줬더니, 직원도 함께 미소 짓는다. :)


쇼팽박물관 또한, 왕궁에서처럼 무료로 짐을 보관하고 어깨가 가벼운 상태로 관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너무 좋다. 국내 도입이 시급한 서비스다! ㅎㅎ




그리고 박물관 중에 가장 좋았던 쇼팽박물관. 여긴 정말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박물관이었다. 쇼팽의 음악을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실제 쇼팽이 작성한 문서들. 사실 이런거는 관심이 없는데, 분위기가 좋아보여서 한 장 찍었다. -_-;



이렇게 생긴 유리관안에 들어가서, 티켓인 카드를 단자에 가져다 대면, 쇼팽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 조용한 곳에서 편안하게 쇼팽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 것은 지하에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코너로 매우 신기한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었다. 저 책같은 것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는데,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내용이 변한다. 살펴봤더니, 책 위에 레이저가 있어서, 해당 내용을 쏘아주고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화면이 반사된 책 위로 터치를 하면, 반응을 한다는 것이었다. 곡을 바꾸거나, 해당 정보를 보거나 도움말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오~ 완전 신세계. 이런 곳에서 과학기술이 이런 식으로 쓰이고 있다니, 왠지 조금 감격이었다. 과학의 발전은 살상무기의 발전이라고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더 쇼팽 박물관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곡을 고르는 화면. 다른 곡을 터치를 하면 다음 곡으로 넘어 간다. 완전 신기 +_+



이런 식으로 된 자리에, 다양한 장르로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여기서만 1시간은 서성였던 것 같다.




위층으로 올라 갔더니, 요런 것이 있다. 뮤지컬 트위스터. 둥근 원에 올라 서면 음악이 나온다. 어린아이로 돌아 간 것 마냥, 이리저리 원 위를 뛰어다녔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듯. ㅎㅎ



제일 위층에 있는 피아노. 리본들이 칭칭 감겨 있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쇼팽 박물관이 너무 좋아서 좀 더 오래 있고 싶었는데, 그 놈의 점심이 문제였다. 너무 짰던 점심탓에 갈증이 너무 심해져서 도저히 안에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노력했는데, 건물안에 매점도 없고(cloak room에 정수기가 있었는데 하필 물이 다 떨어져 있었다 ㅠ_ㅠ),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에 쇼팽박물관을 뛰쳐 나왔다.



거리를 걷는데, 그렇게 흔하게 보이던 슈퍼들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커피 가게에서 음료라도 마셔야겠다며, 커피 헤븐에 들어갔는데 메뉴가 전부 폴란드어이다. 설마, 영어도 있겠지 하며 봤는데 커피 메뉴만 영어로 되어 있고(특이한 것이 폴란드에서는 커피를 카와라고 부른다. 예전에 읽은 커피 견문록에서 커피를 카와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고 봤었는데, 실제로 마주하게 되니 신기했다.), 시원한 스무디 종류는 영어 메뉴가 없다. 울면서 밖으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들어가게 된 "S0! COFFEE" 라는 카페. 대학가 앞이라고 특이한 이름의 가게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요놈도 커피천국 만만치 않게 폴란드내에 흔하게 있는 프랜차이즈였다. 



다행히 이 곳은 큰 카테고리는 영어로 되어 있어서 스무디를 가까스로 주문했다. 어떤 스무디를 줄까 라고 물어보는데 스무디의 각각의 이름은 영어인데, 그 스무디 안에 들어가있는 재료들은 폴란드어다. 2초 멘붕으로 있다가, 제일 위에 있는 "멀티비타민"으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온 스무디. 맛을 보니 바나나와 사과, 딸기가 들어간 듯 했다. 액체류가 들어가서 갈증이 조금 해소 되긴 했지만, 원하던 만큼은 아니었다. 다리도 좀 쉬고, 더위도 식힌 뒤에는 카페를 나서자마자 시원한 콜라를 당장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아, 원망스러운 폴란식드 요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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