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하게 된 지 한달도 훨씬 더 지난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담으로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이 깊었던 영화였기에, 이 영화 이후로 지금까지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왠지 이 영화의 감흥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다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난잡하기 그지 없는 삶을 살았던 론 우드루프.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난치병 에이즈. 영화는 아직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그의 고군분투의 삶을 보여줍니다. 원래 영화든지 책이든지, 그 것을 마주하는 개개인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각자의 삶으로 재해석합니다. 그래서인지 임상시험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서, 임상시험과 인권, 그리고 기업의 윤리에 대해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직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저와 같은 관점으로 영화를 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약품은 인류의 생명연장을 도와주고, 혹은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연관되어 있는 그 특성 덕분에, 일반적인 상품과 다른 방법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사용되기 까지의 과정들은 신성시되어야 하며, 인권 훼손되는 기만의 과정이 없어야 하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론과 자본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인 제약회사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그것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론에게 에이즈 치료제는 내일의 삶이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신성한 것입니다. 좋아하는 여자와의 저녁을 즐길 수 있게 그의 삶을 연장시켜주고, 그의 친구들을 그의 주변에 남아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약이 없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에이즈 환자의 삶을 사는 그에게 약은 그의 생명줄과 다름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익창출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제약회사에게 그런 론은 눈엣가시입니다. 제약회사는 의약품을 판매해서 이윤을 얻습니다. 그런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유효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으로 평가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임상시험에서의 유효성은 통계로 산출되며, 일정 수의 시험 대상자의 증례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의약품의 미비한 효능과 달리, 론이 판매하는 의약품의 높은 효능때문에 에이즈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아, 임상시험이 진행이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에 그들의 의약품의 유효성을 입증하는데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법을 바꾸는 강수까지 두게 됩니다. 그로 인해 환자들은 효과조차 불확실한 임상시험의 시험 대상자로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제약회사의 수익 창출을 위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지금 진행중인 임상시험은 결코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참여하는 시험대상자의 윤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윤리에 어긋난다고 의심이 간다면 허가조차 나지 않으며, 임상시험 진행시에 그러한 점이 발견될 시에는 형사처벌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모르게 윤리에 벗어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불현득 생각할때마다 조금은 씁쓸해지곤 했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랬구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 것에 대해서 끝없이 고찰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매튜 맥커너히와 쌍벽을 이루는 완벽한 연기를 보였던, 영화의 히로인(?) 자레드 레토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배우였기에, 처음엔 트랜스젠더라고 의심까지 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찾아보니, 건실한(!) 남자 배우더군요. 연기란 이런 것이다를 확실하게 보여준 그 덕분에 더욱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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