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미드나잇 (2013)
Before Midnight
-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 출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무스 데이비-핏츠패트릭, 아리안느 라베드, 아티나 레이첼 챙가리
- 정보
- 로맨스/멜로 | 미국 | 108 분 | 2013-05-22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포 미드나잇. 함께 본 지인은 3편은 실망 할 것 같다고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만족:) 물론 저도 매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변함없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마주하며, 어릴 적 친구를 성인이 된 다음 보는 기분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감상일까요?
워키토키영화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 시리즈물 답게 비포 미드나잇에서도 이들의 끝없는 대화는 계속 됩니다. 첫 번째는 그리스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제시의 아들을 공항에 배웅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지난 파리에서의 만남 이후,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대화들. 그리고 여전한 둘의 입담. 그리고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농담들로 이어지는 대화는 심장을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랑이 시작되는 두근거림,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고 하는 대화뿐만 아니라, 이렇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대화가 개인적으로 더 좋습니다.
그리고 여름휴가를 보낸 곳에서 만난 지인들과 대화들. 수위 높은 대화가 시작되는 식사 장면에서는 풋풋한 젊은 연인부터 삶의 마지막을 달리는 노년의 커플까지, 그들의 대화 주제는 사랑, 사랑, 사랑 뿐입니다. 사랑이란 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의 관심사인 것이죠.
그리고 그리스의 마지막밤을 로맨틱하게 보내기 위해, 두 딸을 두고 호텔로 향하는 제시와 셀린느는 또 100분 토론을 시작합니다. ㅎㅎ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대화는 셀린느의 "지금 기차에서 처음 만난다면 나한테 같이 내리자고 할꺼야?" 여행지의 '로맨스'는 사라지고 현실의 '생활'만 남게 되었다고 느낀 셀린느의 마음을 가장 대변하는 대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와닿은 대사는 장례식 개그. 지저분한 몰골(!)을 한 제시에게 셀린느는 자신의 장례식때나 이발하고 면도하고 정장을 입은 제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거라고 말을 합니다. 이 대사가 좋았던 이유는 두 가지로, 그 중 하나는 항상 자신보다 늦게 죽어서 자신의 장례식을 치루어 주어야 된다고 밥먹듯이 말하는 저희 엄마때문이었습니다. 아빠가 먼저 돌아가시면 자신은 그 것을 감당할 수 없으니, 꼭 본인이 죽을때가지 죽음을 보류(?)하였다가 삶의 마무리를 다 지어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셨거든요.
어렸을때는 그런 이야기가 마냥 슬프기만 했는데,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이야기는 일종의 삶을 오래 살아 왔고 또 함께 늙어가는 부부의 진심 섞인 농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죽음이란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인하는 대상이 아닌 언젠가는 받아 들여야하는 삶의 단계란 걸 깨닫는 단계가 온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 영화에서도 셀린느의 장례식 농담은 그들의 삶이 그런 인생의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장 이혼이라도 할 것 같이 호텔방에서 말다툼을 벌인 셀린느와 제시.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져, 남들과 다른 삶을 살 것만 같던 그들은 관객들의 삶과 별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 줍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의 어두운 뒷면을 보여주는 느낌도 들고, 티격태격하는 그들의 모습에 친근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을 위하여, 사랑의 달달함을 놓치지 않는 마지막 장면.
이번이 이 영화의 마지막 시리즈라고는 하였지만, 9년뒤에 은발로 변한 그들의 모습이 은근히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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