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5 - [일상/오늘도 맑음] - 전화영어 후기
2016/04/16 - [일상/오늘도 맑음] - 전화영어 후기 2
#1
올해 1월에 생에 처음 처음 전화 영어라는 것을 시작했고, 지금 8개월차이다. 6월에는 바쁜 프로젝트와 길었던 휴가 일정 때문에 한달 쉬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7개월동안 해오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하고 있는 업체(퍼펙트25) 말고는 다른 곳에서 교육을 받아 본 적 없어서, 다른 시스템들은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특이할 것 없이 비슷한 수준과 비슷한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리라 생각이 든다. 전화영어로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내 블로그가 꽤 잘 노출되는지 또 다른 후기를 요청한 댓글이 있어서 추가로 적게 되었다.
-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초기에는 의욕이 넘쳐서 예습복습에 철저했다. 그러자 바로 그다음 날 혹은 그 다다음날 수업에서 내 영어가 늘고 있구나가 느껴질정도였다. 전날 배웠던 것을 어떻게든 다음 수업에 써먹으려고 머리를 굴렸고, 그런식으로 한 번 내뱉은 말이 입에 붙어 자연스럽게 나오자 배우는 재미도 컸다. 이떄의 선생님 스타일도 나와 매우 맞았다.
그러나 업무가 바쁘면서 예습복습에 철저하지 못하게 될 때는 수업에 참석하여 수업으로 할당된 그 시간동안 영어가 녹슬지 않게 뭐라도 말을 내뱉는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두번째 선생님은(시간을 25분에서 50분으로 늘리면서 선생님이 변경되었다) 첫날부터 나와 맞지 않았다. 선생님이 싫으니 수업 참석은 꼬박하는데 복습도 안하고 그냥 대충대충 수업시간을 때웠다. 문제는 선생님도 수업시간을 그냥 적당히 수다 떨며 때운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때가 가장 영어가 늘지 않았다. 아니 늘지 않았다기보다 하루에 50분씩 떠들어대도 퇴화하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이 선생님은 박학다식한 타입은 아니라서 대화 주제가 항상 한정적이었다. 그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 쉬고 다시 수업재개. 열정적이고 포용력 있는 선생님을 만나서 수업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확실히 선생님이 좋으니깐 수업참여도도 높아지고 예습까지는 못하더라도 복습을 하게 되었다. 카카오톡 메세지로 그날 배웠던 것에 대해 레포트가 전송되는데, 그걸 보면서 10분이라도 리뷰하는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하니깐 조금씩 느는게 느껴진다.
그래서 결론은 전화영어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일단 전화영어는 face to face 과외나 영어학원에 비해 저렴하다. 수업시간도 매우 flexible 한 편이다. 이 두 가지가 최대강점인 것 같다. 그 다음 비용+시간 투자 대비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의 효율성을 따지자면 이건 전화영어의 몫이 아니다. 이건 절대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의 몫이다. 선생님이 본인과 맞지 않거나 선생님이 진짜 실력이 없는 경우에는 나의 책임이 아닐 수 있으나, 그 외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공부하는 당사자의 역량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전화영어의 단점은 깊이 있는 영어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일단은 내가 시험대비용 course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것도 있겠지만(왜 계속 이 코스는 준비중인게야....), 그렇지 않더라도 깊이 있는 영어공부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전화영어의 단점이 아니라 사실 영어교육을 전공으로 한 사람들에게 교육을 받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들은 선생님일 뿐이지 인문, 철학, 역사, 과학을 전공한 구글(?)이 아니니깐 말이다.
또 다른 단점은, 전화영어는 필리핀 출신의 선생님들이 많은데 본인들도 모국어가 아니고 영어 혹은 영어교육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100% 맞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는 be supposed to 와 have to를 나에게 잘 못 가르쳐 주길래 30분을 언쟁아닌 언쟁(?) 하고 수업을 종결했는데, 다음날 선생님이 나에게 사과를 했다.
몇일 전에는 I agree with you 의 반대말이 I disagree with you, I couldn't agree with you more를 가르쳐주길래 후자꺼는 완전 찬성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니 totally agree다 negative의 의미로 쓰려면 more가 아니라 any more가 붙는 것이다 라고 했는데 5분 정도는 선생님이 아니라고 우기더니 나중에는 다시 확인하고 내말이 맞다고 그랬다. 선생님이 실수하니깐 수업시간에 더 귀 쫑긋세우며 듣게 되는 것은 장점이 되는 것인가?
그럼에도 이런 저렴한 가격에 1:1 개인 과외를 매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막대한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깊이 있는 공부에 대한 건 또 자기 하기 나름인것 같기도 한 것이, 요즘 나는 영어공부하다가 아무리 봐도 이해 안되는 뉘앙스 차이의 문제들은 죄다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있다. 그러면 꽤나 명쾌하게 알려 준다. 예로 can과 be able to 의 뉘앙스 차이 같은 것을 물어보았는데, 글로 읽어서 이해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설명해주니 좀 더 이해가 쉬웠다.
그래서 전화영어의 후기는 어떤 업체를 선택하던 자기 하기 나름. 난 요즘 게을러진 면이 없지 않아서 좀 더 수업시간에 충실(수업시간에 자꾸 메일 확인하고 딴짓하게 됨..) 해야겠다.
#2
나는 영어 시험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다. 내가 영어공부를 하려고 했던 이유는 업무에 도움이 되고(영어로 이메일을 능숙하게 작성하고, 격주로 있는 TC에서 다른 나라의 매니저나 동료들의 말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길 바랬다), 한국어를 쓰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의 생각 및 의견의 공유가 주 목적이었다.
그래도 뭔가 목표가 있어야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인간이라서, 영어시험(IELTS같은)의 특정 점수를 목표로 하고 공부를 하면 더 열심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을 치르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나 포털 사이트에서 꽤나 많이 검색도 해보았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 나는 자극을 받기는 커녕 그냥 어학시험 준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먼저 특정 어학시험의 학습법에 대해 공부를 하면 대다수가 그 시험 자체에 대한 skill 위주로 검색이 된다. 나는 영어 실력 자체의 상승이 목적인데, 단순히 점수를 높게 받는(물론 모든 시험의 고득점으로 가려면 영어 실력 자체가 월등해야 한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technical 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공부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나랑은 조금 맞지 않았다. 아마 내가 어학점수로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거나 그럴 생각이 아니었기에 더욱 이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란 인간도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영어 자체를 원어민처럼 잘하려면 진짜 외국에서 몇 년 정도 살다 오거나 아니면 하루에 5시간 이상씩 시간을 들여 영어를 공부해야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그런 열정도 없다. 그냥 인터넷이나 검색하며 '에이 뭐야 이건 공부법이 아니라 시험치르는 방법론이지. 이건 좀 아닌 듯' 하며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로써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첫번째 이야기로 반복. 공부에 왕도는 없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3
요즘 영어 스터디를 하면서 영어 공부가 다시 재미있어졌다. 누누히 말하지만 영어 스터디에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는 영어가 늘지 않는다. 그럴바에는 학원을 추천한다. 요점은 만나는 사람에 있다.
내가 영어를 잘하고 싶은 이유는 어학 점수가 아니라 '소통'에 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고, 또 타인으로부터 내가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을들 배우고 싶기도 하다.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영어는 잘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배운 것도 많고 사람도 괜찮은 사람은 잘 없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많고 많지만, 내가 만날 가능성이 드물었다. 호주에 있을때도 그랬고, 한국에 있어도 똑같다. 호주에 있을때 가장 싫었던 점이, 영어는 native인데 단 하나도 배울 것 없는 사람들을 주변인으로 많이 만나야 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들과 몇시간만 이야기해보면 영어조차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하는 말로써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l과 r을, th를 기가 막히게 발음 할 줄 알면 뭐하나, 머리에 든 것도 없고, 그 든 것없는 것이 느껴지는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문장만 옆에서 떠드는데. 품격과 교양이 없는 native가 말하는 영어를 듣고 있느니, 그냥 인터넷에서 Ted 강의를 듣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영어스터디는 왜 재미있었냐는,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다. 절대 native가 아니고 영어도 또이또이인 사람(물론 나보단 잘하지만..)들이지만 그들과 있으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사고의 깊이도 있고 인생의 철학도 있다. 서툰 매게체인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서 원활하지 않음에도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깊이 있는 영혼과 소통하면서 다시 영어에 흥미가 붙었다.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어 소통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더 중요한건 사람이지 매개체인 영어가 아니다. 이 것이 내가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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