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 목록에 꽤 오래 등재되어 있어서 호기심이 갔던 책이다. 정유정이란 작가는 몰랐지만, 그 전작부터 계속 히트를 쳤다는 소문에 일단 믿고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 괜한 반발심이 생겨서 시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간의 경험치가 쌓여서 다른 이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마인드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모난 나도 조금 유순해지나보다.
책은 정말이지 너무나 재미있었다. 금요일 저녁 지인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잠깐만 보고 자야지 하는 것이, 그 끝이 너무 궁금해서 결국 새벽 3시까지 책을 다 읽어 끝을 보고야 말았다. 매끄럽게 서술되어 있어서 굉장한 흡인력은 물론이거니와 그 주제 또한 흥미로워서 정말 빨려들듯이 읽었다. 역시 소설은 이래야지.
모든 글은 제목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제목은 그 글의 핵심이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꽁꽁 숨겨져서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종의 기원은 무엇을 숨겨둔 것일까. 문자 그대로 종의 기원, 즉 우리 인간의 시작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고찰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종의 기원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을 다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녀는 '악'이라고 규정 지은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말과 함께 포식자라는 말도 쓰인다. 그렇다면 포식자는 동의어일까? 포식자가 되지 못한 이들이 포식자를 정의 내릴때 악이라고 명명하는 것일까, 아니면 악의 입장에서 자신의 난폭함을 숨기기 위해 포식자라는 단어 뒤에 숨어드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사유의 꼬리를 물게 하는 이 책이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웠다.
악이 시작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의문도 함께 생겨난다. 우리의 종이 악에서 발달되어 나온 것이라면 그 악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그 악을 이끌어내는 존재는 또 누구일까. 유진에서 악을 이끌어낸 사람은 유민일까, 엄마일까, 혜원일까. 아니면 그들 모두가 수 많은 시간 동안 유진을 악으로 만들어 온 것은 아닐까.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는 있겠지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각자 어떤 철학과 사상을 갖고 어떻게 결론 내리느냐의 문제이다. 스릴감 넘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준 이 책으로 요 몇 일 즐거웠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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