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시드니 택시기사의 문화 관찰기

by 여름햇살 2016. 8. 20.
반응형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국내도서
저자 : 지성수
출판 : 생각비행 2016.06.22
상세보기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줄곧 읽고 싶었는데, 이번 연휴를 맞이하여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꼴에 멜번에서 1년 있었다고, 호주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라 몹시 궁금했기 떄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래도 나의 경험에 반추해서 내용을 받아들였기 때문인것 같다.


 책은 매우 읽기 쉬운 문체로 쓰여있으며, 내용 또한 재미있었다. 책의 내용은 객관적이라기보다 지극히 주관적인데, 제목 그대로 택시기사의 관찰기니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검증받고자 하는 논문이 아니라 그냥 오다가다 만난 이들을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책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저자는 본인을 그저 택시기사일뿐이라고 폄하했지만, 그는 자신이 내린 결론의 근거를 각종 역사와 문화에서 끌어오고 있다. 재미와 함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책을 읽다가 서양인들의 폭력성과 무식함에 대한 글이 나왔을때는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나만 이걸 느낀 것은 아니었구나 라는 짜릿함과 동시에 내가 특별히 모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안도감도 함께 받았다. 아마도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두리뭉실 넘어가는 것이 당연한, 많이 배울 수록 좋다는 생각이 만연한 한국에서 저자와 내가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서양인들의 문화에서 장점도 많다.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제대로 꽂힌(!) 부분은 '한'에 대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아리랑에 대해 묻는 손님에게 한국의 '한'이라는 정서를 설명하려고 했는데 말문이 막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나의 친구들에게 한이라는 정서를 영어로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게 되었다. 한은 후회의 감정일 수도 있고, 속상한 마음일 수도, 그리고 애잔한 마음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을 regret이라고 할 수도 없고 upset이라고 할 수도 없고 sorry나 sorrowful로 설명할 수도 없다. 내 영어가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어쩌면 한이라는 감정은 한국인이 아닌 이상 공유할 수 없는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고등학교 시절 언어영역 모의고사 지문에서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무지개를 40여가지 색으로 구별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반면 나는 무지개를 빨주노초파남보라는 7가지 색으로 규정한 한국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무리 무지개를 봐도 7가지색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노란색을 영어에서는 yellow로 표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랗다, 샛노랗다, 누렇다, 누리끼리하다 등등 여러 색으로 구별해서 표현한다. yelloow 라는 단어만 배운 그들은 각기 다른 노란색을 보더라도 yellow로 표현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여러 단어를 습득한 우리는 각기 다른 노란색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이란 정서도, 한이라는 단어를 배우고 느껴왔던 우리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한이라는 단어를 배운 뒤 한국에서 자라오면서 본인이 느낀 여러 감정을 한이라는 단어에 담아 내고 규정지어 우리 머리속에 개념이 잡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딴데로 새어나갔지만, 여하튼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간만에 호주의 각종 좋고 나쁜 추억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즐거웠다. 

반응형

'일상 > 불친절한 감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식탁 위의 세상  (0) 2016.10.17
책 티타임 사이언스  (2) 2016.09.12
책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0) 2016.08.27
책 서민적 글쓰기  (2) 2016.08.22
책 성공을 부르는 방 정리의 힘  (2) 2016.08.11
책 종의 기원  (2) 2016.08.10
책 미루는 습관 버리기  (2) 2016.08.05
책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4) 201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