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미루는 습관 버리기

by 여름햇살 2016. 8. 5.
반응형





미루는 습관 버리기
국내도서
저자 : 월리엄 너스(William J. Knaus, Ph.D) / 조은경역
출판 : 팬덤북스 2015.01.20
상세보기



요즘 들어서 2016년에 결심한 새해 계획들 그리고 매일, 매주, 매달 세우는 계획들을 야금야금 미루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 지독한 버릇을 좀 끊어내고 싶은 마음에 미루는 습관에 대한 책을 읽어 보았다. 이 책이 조금 더 심리학에 초점을 두고 쓰였더라면 내 취향과 맞았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책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있으니, 결심, 계획-대부분 나와의 그리고 나 스스로의-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된 점이다. 그 것은 다음과 같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하는 업무 모두가 일종의 계획이고 약속이다. report의 timeline 맞추기, customer와의 meeting, plan에 맞추어 project 완수 하기 등등 이 모든 것이 약속이고 계획이다.  우리는 이런 더 복잡하고 힘든 일들은 꽤나 성실히 잘 해낸다. 그런데 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식사량 줄이기, 명상하기, 매일 청소하기 등등 소소하고 간단한 일은 더 지키기 힘든 것일까? 이런 습성을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차에,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유레카를 외쳤다.



그렇다. 나는 여태 내가 세운 계획을 지키면 상을 줄 생각만 했지,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 나 스스로에게 벌을 줄 생각은 전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책의 작가는 얼마나 천재적(!) 이란 말인가.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업무를 제시간에 처리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 간단하게는 매니저와 개인면담이 생겨날 수도 있고, 늦어진 업무에 대해서 root cause와 CAPA를 작성하라는 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고(말이 요청이지 이거 완전 반성문이다), 최악의 경우 연봉협상에 실패하여 연봉이 깎일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벌'이 존재하고, 그 벌이 두려워서라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약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항상 변명거리를 만들어 합리화시킨다. 내가 나의 결심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모두 그럴싸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로 했지만 전날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 늦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의 컨디션은 더 나빠질 것이고, 병원에 가야될 정도로 악화 될지도 모른다. 업무가 너무 바빠서 계획한 영어공부를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괜찮다, 내일은 좀 덜 바빠질 것이고, 더 많은 시간의 확보가 예상되니 내일 2배로 해서 따라 잡으면 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난다. 왜냐면 계속해서 바쁜일이 생겨나기 떄문이다. 이 모든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잘못이다.

이런식으로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고 벌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되려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늘어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러했다. 그런데 책에서 제시된 '나 자신과의 계약'의 양식에는 벌이란 것이 존재한다! 계약을 어기면 어기는 날마다 3일씩 연장되고, 목표한 과제를 36일 이내에 완수하지 못하면 6주간 저녁 식사 외출과 영화 관람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6주간 저녁 식사 외출을 하지 못하고 영화 관람을 하지 못하다니. 받게 될 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해져서 괄약근에 힘을 바짝 주게 된다. 난 왜 이 것을 생각하지 못했지?


이 책의 다른 것은 딱히 건질만한 것이 없었는데, 이 것 하나는 정말 쓸만한 아이디어였으며 내 계획 수립에도 유용하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계획은 매일 아침 영어단어 30개 외우기로 정했으나 벌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걸로 인해 또 내가 뭘 싫어하를 생각하며 나에 대해 알아보는 고찰의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이런 시간을 갖는 것도 꽤나 발전적인 것 같다. 일단 나는 추운 것과 굶는 것을 싫어하는데, 지키지 못했을때는 북극에서 일주일간 라마단 갖기를 해야하나 라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았다.


좀 더 잔인하게 생각해보면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고 이런 구체적인 벌을 정하지 않더라도 결론적으로는 벌을 받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자신감이 하락하고 자기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것은 더 나은 삶(물질적인 풍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수준으로 머무르게 할테니 말이다. 그것만큼 비참한 벌이 또 어디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 나 스스로에게 과도하게 채찍질 하지 않기로 아무리 다짐해도 나는 그러지 못하는 인간인 것 같다. 천성을 바꾸는 것을 포기하고 나 스스로를 받아들여야겠다.  예이 씐나고 빡센 내인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