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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by 여름햇살 2013.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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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02-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번 제주 여행때 가지고 가서, 3일간 알차고(?) 재미있게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모음집,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의 감상문입니다.


하루키의 책은 여지껏 살아오며 '상실의 시대' 딱 한권을 읽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한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어쩌면 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는 냉혈한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구요. ㅎㅎ 그런데, 최근에 지인으로부터 상실의 시대는 제일 하루키답지 않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책을 읽어 보면 하루키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와 장편소설인 '태엽감는 새' 를 추천해주었습니다. 단기 여행이기에 단편소설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이 책을 빌려주었고, 고맙게도 제주로 떠날때 가지고 가서 감명깊게 잘 읽고 왔습니다. :)


상실의 시대로 인해 하루키에 편견에 빠져있던 저는, 이 책에 실린 첫 단편 '풀 사이드'를 읽자마자 엄청 찐한 커피 한잔이 확 땡겼습니다. 아마도 제 요즘의 관심사와 공명하는 주제이기 때문이었겠죠? 인생의 성공, 방향성, 그리고 나이가 든 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요즘 제가 제 남은 삶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주제였습니다. 물론 답은 없더군요. 저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주제에 고민한다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긴 했습니다. ㅎㅎ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스파게티의 해'였습니다. 제가 요즘 스파게티를 많이 삶고 있어서 뇌리에 남았던 것일까요? ㅎㅎ 일상 속에서 스파게티를 삶는 다는 행위는 특별할 일 없는 일상의 한 조각입니다. 그렇게 의식하지 않은 행위가 살아가면서 뜬금없이 의식될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가서 세수를 하거나, 출근을 하며 집을 나설때 문을 닫는 행위 라던지, 나의 일상의 한 조각인 행위들에 가끔은 독특한 의미라던지, 인연이라던지, 이야기거리를 만들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 단편이 어떤 의미인지, 수준 낮은 저는 전혀, 그리고 감히 해석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일상을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아침에 눈뜨면 자연스레 커피를 만든다거나, 화분에 물을 주거나, 청소기를 돌린다던가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 특별한 노력과 생각 없이 하는 일 중에 뭔가 특별한 사건이 생기면, 특별한 사건을 기억한다기보다, 그 일이 생길떄의 행위가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사랑하는 연인의 이별 통보를 받을때 세탁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그떄 세탁물이 돌아가던 드럼세탁기의 모습이 뇌리에 남아, '스파게티의 해'의 주인공처럼 스파게티를 삶을때 그녀를 생각하듯이, 세탁기를 돌릴때 가끔 과거의 연인이 생각난다던가,,, 


'태엽감는 새'로 탄생하게 된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도 꽤나 재미 있었습니다. 이건 빨리 '태엽감는 새'를 읽고 싶게 만들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많은 이들 처럼 저도 하루키에 한 번 빠져 볼까 생각중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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