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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그래비티

by 여름햇살 201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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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2013)

Gravity 
8.1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10-17
글쓴이 평점  


얼마전에 본 영화 그래비티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지난 주에 아이맥스관에서 감상했는데, 디지털로 봤으면 땅을 치구 후회할뻔 했어요. 초반의 지구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된 영화였고, 3D로 감상하기에도 훌륭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불친절한 리뷰어는 줄거리 내용 설명은 거의 없으며, 오로지 영화를 관람하고 제가 느낀 감상만 쓸 예정입니다. ㅎㅎㅎ 이 영화는 느끼는게 정말 많았습니다. 올해 본 영화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했는데, 남은 2개월동안 더 대작이 나오지는 않겠죠? ^^;)



망원경을 수리하는 스톤 박사. 그녀는 우주를 탐험하는 사람이 아닌 엔지니어입니다. 굳이 그녀의 직업을 언급한 것은, 우주 탐험이나 이런 것은 그녀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전공 외에는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는 그녀, 특히 지구에서 몇번에 걸쳐 시뮬레이션을 한 지구 귀환 프로그램에서는 매번 실패한, 주인공.



인공위성의 잔해와의 충돌로 그녀를 귀환 시켜줄 우주선이 박살이 나면서, 지구로의 무사 귀환이 그녀의 유일한 목표가 됩니다.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영화 특성상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요.  산드라 블럭의 실감나는 연기 때문에, 계속 저로 치환해서 이 험난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뮬레이션으로는 몇번이나 연습해보지만 실전은 처음이었던 그녀처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책, 영화 기타 등등의 매체로 한 인생을 살아 간다는 것에 대해 간접경험만 해보았을 뿐,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은 처음의 것입니다. (물론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도 합니다.) 그런 저이기에 서툴고, 헤매고, 뭐든지 한번에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자꾸 제 인생의 모습에 겹쳐 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번의 트레이닝을 거친 그녀도 막상 실전에서는 헤매기 마련인데, 트레이닝 한 번 없이 냉혹한 삶에 던져진 저란들 한 번에 완벽하게 해내기는 쉬울리 없지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막막하고, 가끔은 포기하고 싶어질때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마치 단체 최면에라도 걸린 것 마냥, 앞으로 나아가고, 최선을 다해서 삶을 유지해갑니다. 지구에는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한 명 없지만, 어떻게든 귀환하려 하는 그녀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옳고 그르고를 떠난 인간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비성실하게 살고 있는 요즘의 저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고, 삶에 조금은 숙연해진 마음가짐이 되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 뿐 아니라, 제 자신을 작게 만드는 지구의 광경 때문이기도 했겠죠. 영화가 준 감동 만큼이나, 함께 본 친구의 말도 감동이었습니다. 가끔 힘든 일이 생길 때, 우주에서 바라본 먼지 같이 작은 자기 자신을 상상한다고, 그러면 현재의 상황이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질때가 있다는 말. 


우주의 먼지같은 나라는 인간의 존재. 그런 미약한 존재인 저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위해, 조금은 열심히, 그리고 주어진 삶에 겸허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사족으로, 아름다운 지구(갠지스 강을 바라본다던지 말입니다 ㅎㅎ)를 바라 보며 생을 마감하는 것도 꽤나 멋진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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