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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셰임

by 여름햇살 201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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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2013)

Shame 
7.4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리 멀리건, 제임스 뱃지 데일, 니콜 비하리에, 해나 웨어
정보
드라마 | 영국 | 101 분 |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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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보게된 영화로,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이보다 더 공감되었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이, 최근 몇 년간 제가 느꼈던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고 느꼈던 영화로 저는 매우 빠져들어서 보았습니다.



영화는 유독 남자 주인공 브랜든이 혼자 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혼자 남겨진 브랜든을 볼때마다 전 저의 인생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제 주변에 흔히 있는 현대인의 일상이 떠올랐습니다. 주말에 무었을 했냐는 질문을 던졌을때,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쉬기만 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딱히 신선하게 여가를 보냉 방법이 많지 않은 환경이 원인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느꼈던 것은 주말만이라도 타인과 얽히고 섥힌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든의 일상을 엿보면 그도 철저하게 혼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누구와도 진지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혈육인 여동생 씨씨와의 관계 마저도 부정하고싶어 하는 인간유형입니다. 가족이니깐 자신을 돌봐주어야 하지 않냐는 씨씨의 말에 자기가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하는 브랜든의 모습에서도 그런 가치관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의 고의적인 단절된 인간관계 상황을 보여 주는 것은 섹스에서 입니다. 섹스라는 것은 두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깊어 졌을때 행하는 사랑의 행위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을 맺지 않는 섹스 중독 브랜든은 돈으로 창녀를 사거나, 인터넷 영상 채팅 혹은 포르노로 섹스를 대체합니다. 그러한 행위는 '관계'라는 것 없이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니깐요. 아마 그래서 그는 원래는 섹스 중독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을 그러한 것들로부터 채우고, 욕구가 채워짐과 동시에 다시 공허해짐을 느끼고 다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쳇바퀴 위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불쌍한 햄스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에서 그는 방황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여동생 씨씨가 자신의 직장상사와 함께 자기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될때도 뉴욕 시내를 정처 없이 뛰어다니고, 씨씨의 돌아와달라는 전화 메세지를 무시할때도 거리를 배회하고 지하철을 타며 어딘가로 계속 이동합니다. 관계의 부재로 인해 어느 한 곳에 정처할 수 없게 된 브랜든의 당연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녀 혹은 그날 만난 여자 혹은 남자와만 관계를 맺고, 결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던 브랜든도 사실은 교감을 나누며 안정감을 주는 관계를 원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직장 동료인 마리안과 그런 데이트를 할리 없기 때문입니다.

 

브랜든의 그런 삶의 모습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영화에서 말해주지 않습니다. 아마 그 것을 추측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되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엔, 타인에게 무관심해지지고 각박해지는 현대 경쟁중심의 사회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추측하는 것은 브랜든이 꽤나 성공한 뉴욕의 여피족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번듯한 집과 풍족한 생활의 돈을 위해서 그는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끊고 경쟁에 몰두해야 했던 과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때의 상황들이 브랜든을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라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


 

주인공 브랜든의 동생 씨씨는 브랜든과 반대의 성향을 가졌습니다. 타인에 관심을 갖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게 만드는 예전 남자친구나, 브랜든의 상사, 그리고 자신의 친오빠 모두와 그녀는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성격입니다. 그녀가 그러는 이유는 브랜든이 섹스 중독이 된 이유와 똑같습니다. 도시속에서의 고독을 못견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철저하게 관계를 부정하는 브랜든과 달리, 씨씨는 관계를 맺음으로써 고독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그 것이 설령 결혼반지를 낀 오빠의 상사가 되었던 말입니다. 대답없는 브랜든을 밤새 찾던 씨씨는 끝끝내 비극적인 결심을 하고 맙니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차가운 도시에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정하 시인의 '섬 1'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라는 사랑 시집에 수록된 시인데,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 1


                 이정하



언제나 혼자였다.

그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난 눈을 뜨기 싫었다.


이렇게 어디로 휩쓸려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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