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의 줄거리고, 평도 잘 읽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보기 전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였으며, 몰입력이 매우 강했던 영화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평이 어떻든 저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영화의 배경은 지구온난화를 멈추겠다는 생각으로 대기권에 살포한 냉각제로 인해 지구는 제 2의 빙하기 시대를 맞이 하게 됩니다. 이에 지구상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의 추위가 닥쳐오고, 끝없이 철로위를 달리는 열차에서 17년째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도입부에 대기권에 냉각제를 살포하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의 힘을 밑고, 자연 현상 역시 인간의 힘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려진 그 모습에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느껴졌거든요. 이 것은 왠지 바벨탑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잘못된 선택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 이에 생존 인류는 설국열차에 오르게 됩니다. 이 것은 21세기형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노아의 방주 속도 이렇게 참혹했을까요, 아니면 인류만 탄 설국열차이기에 이토록 끔찍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설국열차는 인간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줍니다. 그 소수의 인원 속에서도 폭력으로 인한 계급사회가 발생합니다. 기차의 머리 부부분에서 꼬리 부분으로 향할 수록, 각 칸에 탄 사람의 삶의 질은 떨어집니다. 제일 마지막칸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인간이 아닌 머리 부분의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꼬리칸의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단백질블럭 외에는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머리칸 사람들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어린 소년을 강제적으로 아버지로부터 떼어내 데리고 갑니다.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칸에서 지내는 여자에게 신발을 던진 아버지는 오른쪽 팔을 잃게 됩니다.
그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게 된 꼬리칸 사람들은 이에 반란을 계획합니다. 크로놀 중독으로 감금상태에 있는 설국열차 설계자를 설득해 각 칸의 문을 열게 하고 인간다운 삶의 위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에는 인간의 잔인함을 나타내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간으로 숨기고 싶은 면모를 많이 노출시킵니다. 그 중 소름이 돋았던 장면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검과 도끼를 든 병사들이 꼬리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길죽한 모양의 검은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무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에 반해 도끼는 상대를 인간이 아닌 도륙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타협의 의지 없이 오직 살상하기 위한 무기. 상대편이 제대로 된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그 상황에 도끼를 든 무수한 병사들을 비춰주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 그렇게 여겼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과 몇백년전만해도 상대를 죽이기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일상이었던 것이 인간들도 있었으니깐 말입니다.
머리칸으로 나아갈수록 기차에 오르기 이전의 삶에 가까운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단밸직블럭이 아닌 과일과 생선을 먹고, 교육을 받으며, 심지어 유흥을 즐기기까지합니다. 그런 모습에 제 삶이 반성이 되었습니다. 저의 풍족하고 편안한 삶은 제가 알지 못하는 이의 희생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각자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가 있다. 머리칸과 꼬리칸 사람들간의 불평등. 그리고 꼬마 소년. 이 모든 것에 대해 기차내에서는 신이나 다름 없는 월도프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에 대해 그렇게 정의내린다면, 그건 틀림없이 무책임한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생에서 불평등은 당연히 나타나게 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그대로 유지하려 하는 것은 머리칸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이기적인 행동일뿐입니다. 그 것은 곧 자신의 편안한 삶을 위해 불평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얼음이 있건, 해가 뜨고 해가 지건, 멈추지 않고 철로 위를 달리기만 하는 열차. 이 것은 끝없이 흘러가는 인간의 인생, 그리고 인류의 역사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항상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같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결말이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았는데, 달리는 것을 멈춘 열차, 이런 악순환의 역사를 멈추고 싶다는 것만을 나타낸 것만으로도 충분한 결말이 아닐까라는 어설픈 추측을 해봅니다.
사유의 깊이도 얕아 생각도 짧고 글도 짧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주제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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