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팝스에서 진행한 영화 시사회에 응모했다가, 기대치않게 당첨되어 굿모닝 맨하탄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굿모닝 팝스에서 시사회 이벤트를 진행한 영화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은 영화가 꽤 많았는데도, 부끄럽게도 처음 관람하게 된 인도영화였습니다. '인도 영화는 엉성하다'라며 마땅치 않아 하는 평도 많았는데, 소재때문인지 처음 보게 된 신선함때문인지 전 꽤나 유쾌하게 감상했습니다. 이참에 그동안 추천만 받고 보지는 않았던 인도영화들을 모두 찾아봐야겠어요.
영화를 보다가 알게 된 것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의 단계라서 그러인지 인도도 우리나라만큼 영어의 열기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접한 인도는, 중학교 1학년때 읽은 류시화씨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서인지, 그런 인도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저는 각종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살면서, 인도는 영원히 제 상상속의 낙원으로 남길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중년 인도 여인의 성장기를 그린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코메디로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주인공 샤시의 모습에서 엄마 또는 저의 모습이 종종 보여서인지 느끼는 점도 많았구요.
항상 본인보다 가족을 우선시 하는 모습이나 은연중에 자신의 삶의 희생을 종용당하는 환경, 그리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정말 엄마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들었구요. 평생 가족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저희 어머님도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쩌면 주인공 샤시처럼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조금은 자기 자신의 욕구에 더 관심을 가지며 살아 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항상 감상문은 영화의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네요 ㅋㅋㅋㅋ)
영화를 보는 내내 샤시와 로랑이 잘되길 진심(!)으로 빌었는데, 영화는 훈훈하고 무난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인상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것은 신선하고, 두근거리고, 호기심의 대상으로 매우 유혹적입니다. 그것은 낯선 여행지든, 새로 배우는 언어이든,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든지 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그런 유혹에 홀라당 잘 넘어 가는 쉬운(?) 여자 입니다. 그런 저에게 샤시는 조금은 고지식하고 답답할 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삶과 주변,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상황들을 책임질 줄 아는 진정한 성인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이유로 도망을 가버리거나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어른이었습니다. 달콤한 크레페가 눈 앞에 유혹을 하더라도, 희화화 되는 라두를 선택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영화에 괜히 딴지를 걸어 보자면,(전 삐딱하니깐요.........-_-...)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키우는 소소한 일상이 여자의 행복의 전부는 아닌데, 그런 모습을 은연중에 강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샤시의 축사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결혼에 회의적이었던 제가 '한 번쯤은 그런 노력을 필요로하고, 누군가와 맞춰 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결혼생활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비아냥거리는 딸과 무시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역시 결혼은 미친짓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요..^^;
너무나도 많은 다른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요즘, 매일 매일을 유혹과 싸우느라 정신 없고, 혹은 그 유혹에 넘어가고 후회하는 저에게는, 현재의 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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