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의 첫 여행은 하이원 스키장으로 2박 3일. 숙소는 메이힐즈 리죄트. 하이원 리조트는 넘나 비싸서 고른 선택이었는데, 생각보다 객식이 깨끗해서 좋았다. (간만에 셀프 칭찬) 그렇게 고되고 고되었던 하이원행 보드 타기가 시작되었으니..
하이원 리조트는 멀리 있어서 그런지 무료 셔틀버스는 없었다. 셔틀 버스는 출발지에 따라 정해져 있는 여행사 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서울노선은 http://www.하이원버스.com 을 이용하면 되었다. 가격은 왕복 32,000원. 그런데 출발 전날 전화가 와서 신림역에서 출발(신림역 1번 출구 5:20)하는 사람이 우리 둘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수역(이수역 4번 출구 5시 45분)에서 와서 타라고... 대신 올때 드는 택시비는 영수증을 챙겨 오면 환급해준다고 한다. 생각보다 버스회사가 친절한 듯 했다.
일찍 택시를 타야 했기에, 집에서 일찍 나섰는데, 세수도 안하고 머리도 안 빗고 쑥대머리를 하고 이렇게 기어나옴.. 누가보면 이수역에서 노숙한 줄..
전날 전화주신 분이 매우 친절하게도 아침에 버스 탔냐고 문자를 주셨다. 잘 탔다고 했더니 영수증을 사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한다 돈을 입금해달라고. 좋다고 또 찍어서 보냄.
그리고 도착한 하이원. 8시 30분 쯔음에 도착 했던 것 같다. 하이원 리조트의 렌탈샵은 가격이 비싸서 사설 렌탈샵을 이용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그대로 밸리스키하우스로 배송해주었다. 곤지암에서 이용했던 렌탈샵보다는 장비들이 좀 낡아 있었다. 뭐 그래도 나는 초보자이고 잠깐 쓰고 마니깐 상관없었는데, 장비에 민감한 사람들은 안 좋아할 것 같기도 했다.
하이원의 슬로프. 멜번놈이 보더니 곤지암이랑 비교가 안된다며 ㅋㅋㅋ 그러게. 골프장으로 따지면 곤지암은 스크린 골프장 수준이었어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는 왕왕왕 초보자에 서울에서 가까워서 좋긴 했는데. 하이원에서의 대박은 외국인은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객센터에가서 사진을 찍고 하이원 카드를 발급 받는데, 리프트권 구매할때 그 카드를 제출하면 50% 할인............. 와............ 대박 진짜.................나는 고작 카드 할인으로 30%밖에 못받았는데............... 부러운지고..............
그리고 곧 스키 타러 간다고 신남. 차에서 숙면 취했더니 붓기도 빠지고 초췌함이 좀 사그라들었음. 역시 사람은 잠을 자야된다.
그리고 보드 시작. 으아니 근데.. 하이원 슬로프는 왜 이다지도 긴 것인지. 곤지암에서 초급 코스에서만 타던 것을 본 친구는 내가 타는 것을 보더니 깜짝 놀랬다. 생각보다 훨씬 잘찬다며 폭풍 칭찬 시작. 그런데 곤지암때의 충격이 너무 심해서(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다, 진짜 너무 끔찍하게 아팠음...)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안간힘을 주었더니 정강이가 너무나도 쉽게 피로해져서 오래 탈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친구가 회전하면서 타면 여러 부위의 근육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덜 아플 것이라고 회전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는데, 말이 쉽지.. 그게 한 번에 되냐고. 몇번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친구도 어려워서 시간이 좀 걸릴 꺼라고.
그렇게 기나긴 슬로프를 겨우 내려왔더니 다리가 후덜후덜 거렸다. 친구보고 한 번 더 타고 오라고 그러고 나는 의자에 앉아 한시간 정도 휴식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올라갔는데, 첫번째 보딩에서 너무 많이 힘을 써서 그런지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조금 타다가 다리가 아파서 쉬고 조금 타다가 다리 아파서 쉬고.. 그래서 그냥 친구보고 너 알아서 즐기라고 나는 혼자 연습 하면서 내려 갈테니 밑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사고가 터질 줄이야.
쉬엄쉬엄 내려가고 있는 와중에 스키어 한 명이 나를 보지 못하고 들이 박았다. 몸을 부딪힌 것은 아니고 내 보드를 들이박았는데, 나도 움직이는 중인 상태였기에 속도가 있는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들어오니 그대로 몸이 공중에 떴다가 바닥으로 내려 꽂혔다. 그리고 꼬리뼈 아작나는 느낌이................. 하아................ 스키어가 와서 자기가 못 보고 부딪쳤다고 엄청 사과를.. 뭐 그럴수도 있긴 한데 몸을 일으킬 수가 없어서 패트롤을 불러 달라고 했다. 보드 두번 만에 사고타서 패트롤행이라니.............. 허허 내팔자야.
패트롤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더니 안전 요원이 한 분 와서는 또 다른 사고가 나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기다려 달라고 한다. 안전요원이 기다려주고 있어서 스키어분에게는 그냥 가라고 괜찮다고 그랬는데 스키어분이 저 땜에 다쳤는데 올때까지 기다릴께요 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안전 요원이 부딪혀서 난 사고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사고 낸 사람도 같이 의무실 내려가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것도 엄연한 사고이고, 부딪힌 사람의 전적인 잘못이라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는 상황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하긴 나도 다쳤을때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이거 만약 잘 못 되면 이 사람한테 청구해도 되나 라는 생각을 했으니. 여하튼 의무실로 내려와서 사고경위서를 작성하고, 남자분의 번호를 받았다. 뭐 그런데 뼈가 부러지거나 하진 않아서 그냥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괜찮은 것은 절대 아닌 것이 현재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는 정도이다... 성질같아서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도 걸고 싶지만, 휴, 그냥 참아야지. 재수가 없었다고 넘어가야겠다. 멜번놈은 나보고 바위같이 서 있어서 사람들이 들이박은거라며 매버는 농담을...-_-... 그렇게 아이스팩이랑 타이레놀 진통제 하나 받고 귀가.
그리고 리조트까지는 어케가나, 택시를 불러야 하나 어리버리 까고 있는데(배터리가 1% 남아서 콜을 불러도 아저씨가 우리를 못 찾는 경우가...) 메이힐즈 리조트에서 운행하는 무료셔틀버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ㅋㅋㅋ 올레를 외치고 버스를 타고 편안히 갔다. 거리가 매우 가깝긴 했는데, 또 장비들고 걷자니 은근히 먼 거리라서 버스가 매우 유용했다.
그리고 저녁은 치킨. 헤비 칼로리가 필요하다며 두마리 배달 시켜서 우걱우걱. 암, 치킨은 1인 1닭이다.
그리고 둘째날. 통증은 전혀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처음 알았다. 움직일 때 뿐만 아니라 작은 물건을 들 때조차 엉덩이 근육을 사용한다는 것을. 하아............ 엉덩이 근육이 이토록 중요한지 처음 알았네. 엉덩이 근육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허벅지에 힘을 줘서 걷고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는데, 스쿼트를 착실히 운동해왔던 것이 이럴때에 도움이 될 줄이야.............. 완치하고 나면 앞으로 하루 두시간씩 운동 해야겠다.
그리하여 나는 보드는 엄두도 못내고(보드는 무슨.. 걷지도 못하는데...) 곤돌라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친구는 하루 종일 보드를. 그럼에도 50% 할인이라 가격 부담이 없는 것이 참 부러웠다..
나는 노인네 마냥 곤돌라 관광. 마운틴 탑으로 올라갈때 만나서 같이 곤돌라를 탔다.
위에서는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커피도 한 잔 할까 했는데 메뉴 가격이 육칠천원 막.. 그냥 맛난 카페가서 먹겠습니다. 심지어 레스토랑 메뉴는 막 삼만얼마였... 가난한 서민은 그저 웁니다.
그리고 마운틴탑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보며 일대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태백산맥의 산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끝없이 펼쳐지는 봉우리들 구경에 한 번 와서 구경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눈꽃을 입은 나무들도 예쁘고.
그렇게 나홀로 곤돌라 타고 다시 귀가.... 하하. 좀 덜 아프면 강원랜드에 가서 갬블링이나 즐기려고 했는데 아예 거동 자체가 힘겨워서(화장실 가는 것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리조트로 돌아왔다.
저녁은 멜번놈이 고른 제육볶음. 리조트 근처에 음식점이 몇 군데 있었는데, 내부가 가장 깨끗해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맛나식당인가 그랬는데 나쁘지 않았다. 우리 말고도 러시안 3인 가족이 와서 주문을 하는데, 그들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멜번 놈이 좀 도와줘야 될 것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도와줄까 라고 생각했다가 저러는 것도 경험이고 추억이지 라는 생각에 괜한 오지랖을 부리지는 않았다. 나중에 갈때보니 삼겹살 주문해서 잘 먹고 있는 걸 보고 죄책감은 사라짐 하하.
그리고 셋째날. 멜번놈은 여전히 하루 종일 보드를 즐기고, 나는 리조트 체크아웃 후에 하루 종일 밸리 스키하우스에서 멀뚱멀뚱 시간을 보냈다. 책이라도 한 권 가져왔으면 좋았으련만, 이렇게 다쳐서 보드를 못 즐길꺼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 핸드폰으로 이북 구매했던 것을 다운 받아 좀 읽긴 했는데, 활기찬 분위기의 스키 하우스 속에서 책에 집중하기가 사실 쉽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신경쓰이기도 했고. ㅠ_ㅠ
밸리 스키하우스 3층에 있는 엔젤리너스커피. 그나저나 엔젤리너스커피는 원래 이렇게 큰 사이즈만 판매하나? 커피 한 잔 마시고 배불러 죽는 줄..
할 일 없어서 요즘 재미붙인 스노우카메라 붙들고 셀카짓 ㅋㅋㅋㅋㅋ 유치하게 이런걸 내가 좋아하게 될 줄 몰랐지만... 왕 재미있음.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폭풍 저녁 식사. 둘이서 우삼겹을 3인분 흡입. 뭐 내가 아니라 멜번놈이 흡입했지. 나는 2일 동안 거의 움직이질 않았더니 소화가 잘 안되서 배가 계속 안 고팠... (흑... 빨리 엉덩이 완치 되었으면 좋겠다.) 재미있었던 2박 3일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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