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로 인해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지난 명절 연휴 기간 내내 집에서 애니메이션만 찾아 봤다. 픽사의 것만 골라보는 편식에서 벗어나 드림웍스의 것을 관심가지며 찾다가 요 마다가스카를 찾았다. 예상외로 꽤 재미있었다.
주인공은 뉴욕의 동물원의 4마리 동물들이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스타 사자 알렉스, 그리고 매일 골골거리며 의료 서비스를 요청하는 기린 멜먼, 도시가 주는 편리에 안락함을 느끼는 하마 글로리아,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 모험을 하고 싶은 얼룩말 마티가 그들이다. (물론 깜찍한 펭귄 4마리도 빼 놓을 수 없지만) 도시의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마티의 동물원 탈출 사건으로 인해 네명의 친구들은 아프리카행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된다. 개구쟁이 펭귄들에 의해 배는 난파 당하고 일행들은 섬에 도착하게 된다. 그 곳에서 여러가지 일을 겪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과 마주하며 네명은 동물원에서 살던 때보다 성장하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의 공감을 준다면 그 것은 우리가 도시가 주는 편리함을 벗어날 수 없는 뼈속까지 도시인이기 때문이리라. 도시는 변함없는 편의와 즐거움을 준다. 알렉스처럼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는 화려함에 매혹되고, 병원 및 미용, 외식 등의 편의 시설은 넘쳐난다. 풍요로운 문명으로 상징되는 도시 생활을 그 누가 마다할 것인가. 하지만 그 좋은 도시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실상 마티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권태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으로 보내기 쉽다. 도시는 모든 것을 안겨다 줄 수 있지만, 그 단 하나의 공허함은 채워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이 네 마리의 동물들은 우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용기 있는 도시인(!)이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두렵지만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마치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귀농한 도시인들이 막상 시골에 내려가면 불편함을 호소하듯, 이들의 섬 생활은 쉽지 않았다. 보금자리부터 손수 만들어야했고, 식수부터 음식까지 모두 준비해야했다. 그저 주는 것을 받아 먹던 동물원에서의 삶과 달랐다. 그 낯선 상황에서 힘들어했던 그들이지만 결국 그들은 그러한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 이유는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삶, 즉 주체적인 삶을 되찾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간다는 그 만족감과 자부심은 안락한 동물원을 떠나지 않고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열매였다.
벌써 회사를 그만둔지 5개월차다. 꼬박꼬박 건초처럼 제공되던 월급도, 회사원이라는 타이틀로 주어지던 각종 혜택들도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왜냐면 매일매일을 내가 살고 싶은 방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약을 한 것마냥 매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려울 때도 있고, 기운이 쫙 빠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어떻게 좋기만 하겠는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그 인생이라는 항해속에서, 어떻게 내가 노를 저어나갈지, 누구와 함께 나갈지 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모험은 충분히 가치있고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 알렉스처럼 찌질대고 그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는 순간도 오겠지만, 자유를 맛보고 그 충만함을 느낀 마티처럼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야지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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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먼의 목소리가 데이빗 쉼머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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