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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미니멀리즘] 7.냉장고

by 여름햇살 201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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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에, 퇴근 후 집에 와서 냉장고​ 청소를 했다. 모든 것을 다 들어내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구석구석 모두 닦아냈다. 청소를 안 한 것도 아니고, 육안상으로 더럽게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전과후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상한 것 같은 과일도 버리고, 상하진 않았지만 먹지 않을 것 같은 음식도 들어냈다. 원래도 가득차있지는 않았는데, 더 빈 공간이 많이 생겨났다. 깔끔해진 냉장고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첫번째 칸은 고추장과 요거트+뮤즐리 3개. 뮤즐리를 저렇게 바닥에 깔고 홈메이드 요거트를 위에 올려 놓으면, 뮤즐리가 유청을 쏙쏙 빨아먹어서 뮤즐리는 뮤즐리대로 부드러워지고, 위의 요거트는 그릭요거트(사실 거의 치즈마냥) 쫀득쫀득 해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식 혹은 간식. 고추장은 매콤한 음식이 먹고 싶었던 적이 있어서, 엄마에게 받아 두었다. 그런데 요리하는데 딱 한 번 사용했다. 매운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먹지 않으면 그냥 내다버리는 스타일인데, 저건 엄마가 직접 담그신 것이라 애지중지 신주단지 모시든 모셔두고 있다. 조만간 한 번 고추장을 이용한 요리를 해먹어야겠다.


두 번째 칸은 엄마가 담가주신 깻잎 장아찌. 내가 짠 것을 워낙 좋아하지 않아서 되려 단 맛이 더 많이 돈다. 엄마 말로는 매실액기스를 넣었다고 한다. 집에서 밥 먹는 날에는 항상 저걸 꺼내 먹는다. 원래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이었는데, 다 먹고 작은 통으로 옮길 만큼 조금만 남았다. 저걸 다 먹으면 그 이후로는 집에서 밥 먹기가 싫을 것 같다.


마지막 칸은 엄마의 멸치+고추+아몬드+호두 볶음. 짭쪼롬하니 맛은 있는데, 밍숭맹숭하게 간을 먹는 버릇을 들여서 그런지 내겐 좀 짜다. 엄마 말로는 내가 짠 것에는 기겁하는 성격이라 간장 한 방울 넣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멸치 자체의 짠 맛이 조금 센 것 같다.


그리고 스테인레스 통에는 엄마의 소중한 김치. 꺅.  

​구운 달걀과 홈메이드 요거트. 나의 요즘 주식이자 간식. 

 냉동고는 조금 가득 차 있다. 일단 위에는 군고구마들. 얼마전 쿠팡에서 한입크기 고구마를 한 박스(3kg)를 구매했다. 그리고 날 잡아서 오븐에 돌려 군고구마를 모두 만들었다. 그리고 지퍼백에 세개씩 넣어서 모두 얼려 두었다. 요즘 나오는 냉동 군고구마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손이 많이 가는 것 외에는 시중 제품이랑 똑같다. 오히려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더 맛있는 기분이다. 

 

 만드는 것이 별로 번거롭지는 않다. 일단 고구마를 씻어서 오븐에 넣고 컨벡션 기능으로 25분 정도 노릇노릇 구웠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한 김 식혔다가, 따끈따끈할때 지퍼백에 밀봉하여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 두기만 하면 끝. 책 읽으면서 기다리면 진짜 시간이 금방간다. 좀 책에 빨려 들어간다 싶으면 띠링 소리가 나고, 또 몇글자 읽은 뒤에는 지퍼백에 넣고 다음 고구마들을 구어내야 한다. 내 손으로 뭘 만들고 챙기고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전혀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고 되려 하나의 놀이로 느껴질 정도로 참 재밌다. 저렇게 얼려 놓으면 끼니나 간식으로 수시로 쏙쏙 빼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처음에는 렌지에 돌려서 다시 따끈따끈하게 만들었는데, 요즘은 적당히 해동 시켜서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게 먹는다. 진짜 맛있다. 아이스크림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그 밑은 냉동 블루베리. 요거트와 같이 먹는다. 그 밑에는 내가 좋아하는 김. 엄마 아시는 분을 통해서 구매한 김인데 내 인생에서 먹은 김중에 가장 맛있는 김이라 아껴먹고 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사온 초콜렛. 주인 있는 초콜렛인데, 지금 스위스를 다녀온지 두달이 다 되가도록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꼭 가야지. 


예전에는 이 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어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구매했다. 그러나 혼자 사는지라 먹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많았다. 그리고 문제는 대형할인마트. 저렴하다는 이유로 꼬박 집근처 대형할인마트를 방문했었는데, 가격은 저렴하지만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그 양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았다.


그래서 요즘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집 근처 슈퍼마켓을 방문하는데, 대신 정말 필요할 정도로만 구매를 하고 있다. 그랬더니 확실히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이 줄어들었다. 생각해보면 슈퍼 마켓에서 나 대신에 음식들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있으니, 내가 굳이 나의 냉장고에 부지런히 사다 나를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욕심이 조금 줄어들었는데, 욕심이 줄어들면서 좀 더 내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 불과 1년 전의 나는 상상도 못할 지금의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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